[중견 철강사 생존전략]IPO 이후 '최고가' 넥스틸, 트럼프발 '체질개선' 기회잡나①3개월간 주가 132% 상승…LNG 프로젝트 실현여부 '촉각', 수주 '신중 모드'
이호준 기자공개 2025-03-20 07:26:07
[편집자주]
철강 업계의 불황이 일상화되면서 회사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우리 회사는 괜찮을까. 하위공정에 자리 잡은 무수한 중견 철강사들 사이에서 이 같은 문제의식이 깊게 확산되고 있다. 재무 전략을 수정하거나 반대로 이 상황을 기회로 삼아 투자, 나아가 지배구조 변화를 모색하는 등 여러 움직임이 감지된다. 더벨은 중견 철강사들의 사업 및 재무 현황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7일 15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넥스틸의 주가 상승은 기대감에 따른 흐름으로 보는 게 맞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알래스카 LNG 가스관 사업을 언급하며 시장 관심이 일시적으로 커졌지만 해당 프로젝트가 실제로 실행은 될지, 넥스틸이 수주에 성공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다만 IPO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던 넥스틸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내부적으로는 트럼프발 변수를 주시하며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정책이 확정되고 실적 개선과 맞물리면 기대감을 넘어 사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3개월간 주가 132% 상승…대미 유정관 공급사로 부각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넥스틸 주가는 IPO 이후 최고가 수준인 1만7000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증권가는 추가 상승 여력을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업황이 작년보다 개선되는 흐름"이라며 "국내외 가동률 증가로 판매 물량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상승의 배경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있다. 미국은 최근 "한국 등이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의 투자 파트너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LNG 파이프라인에는 저온 취성에 강한 STS강관이 필수적이다. 넥스틸은 STS강관을 생산하진 않지만 관련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소구경 유정관(OCTG) 등을 미국 현지 공장을 통해 공급할 수 있어 정책 수혜 기대가 나온다.
물론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다른 업체가 선정될 가능성도 있고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방향을 명확히 했다. 친환경 에너지에서 벗어나 석유·가스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 중이다. 강관 가격은 이미 상승세다. 넥스틸의 유정용 강관(케이싱·튜빙) 제품은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늘고 있어 판가 인상이 기대된다.
넥스틸 입장에서는 재작년 IPO 이후 흔들렸던 시장 입지를 다시 다잡을 기회를 맞았다. 회사 주가는 IPO 직후 가장 높았다. 2023년 8월 23일 1만740원으로 마감했지만 이후 기대와 달리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외부 요인이 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강관 수요가 급증하며 직전 해 영업이익(1813억원)이 전년 대비 972% 증가했다. IPO 기대감도 높았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AA+’로 강등하며 시장이 위축됐다. 결국 공모가는 밴드 하단인 1만1500원에 결정됐고 이후 미국 내 수급 악화로 작년 영업이익(632억원)이 전년 대비 60% 감소하며 주가는 반등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시작된 '선물' 같은 반등에 힘입어 넥스틸은 다시 시장 중심에 섰다. 최근 3개월간 주가 상승률이 132%에 달한다. IPO 이후 부진을 털어냈을 뿐 아니라 시가총액 4600억원대로 경쟁사인 휴스틸(3400억원대)을 밀어내고 올라섰다.

◇ ‘체질 개선’ 가능할까…정책 실행 여부 지켜보며 신중 대응
이 때문에 공급 계약 등의 실질적인 성과가 뒷받침된다면 단순 기대감이 아니라 체질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넥스틸은 철강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대미 수주가 늘고 주가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관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내부 분위기는 신중하다. 미국의 정책 변화를 지켜보며 ‘이번 반등이 진짜 기회가 될까’를 면밀히 따져보고 있다. 넥스틸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만큼 지켜보는 게 최우선"이라며 "마음 같아서는 긴급 경영체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가장 큰 변수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5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가 캐나다가 전기료 인상 조치를 철회하자 불과 5시간 만에 결정을 번복한 사례가 있다.
넥스틸은 미국에 유정용 강관 공장을 두고 있다. 캐나다에 50%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다만 미국 내 철강 가격이 상승하면 시장 수급이 타이트해질 가능성이 있다. 또, 향후 한국산 강관에 추가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이에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수주와 영업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외부 고객사들도 주문을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앞선 관계자는 "상황이 좋거나 나쁘다고 결론이 나야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어느 쪽도 아닌 불확실성만 지속되는 상태라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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