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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MBK 국세청 세무조사 변곡점되나조사4국 주도…KCGI 등 국가기간산업 투자 PE 이례적·고강도 조사

고설봉 기자공개 2025-03-20 16:29:15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9일 14시3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간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이 MBK파트너스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MBK파트너스의 입지가 크게 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가 정기조사 성격을 띤 것이라는 명분을 내걸었다. 그러나 당국 일각에선 이번 조사가 과거 특별 세무조사처럼 목적성을 가진 것이란 분석을 하고 있다. 국세청이 MBK파트너스를 정조준한 이유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당국 안팎에선 국세청이 MBK파트너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시기에 주목해야 한다. 사정 당국에 관계자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10월 MBK파트너스에 대한 세무조사를 결정하고 사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적으로 지난해 10월은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간 경영권 분쟁이 절정으로 치닫던 때다. 국회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가 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졌다. 특히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를 방지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명분이 쌓이던 시기였다.

한 사정 당국 관계자는 “정치권, 특히 국회에 대한 민감도가 큰 국세청의 특성상 국회에서 들여다보는 사안에 대해 검토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국회에서 고려아연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되는 상황에서 국세청이 MBK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부 국정감사에선 고려아연과 영풍-MBK간 경영권 분쟁이 화두로 등장했다. 여러 의원들이 MBK파트너스에 중국 자본이 포함된 것을 지적했고, 기술 유출이나 국부 유출에 대해 국가가 안이하게 대처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고려아연이 보유한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법령에 따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를 열고 고려아연이 보유 기술에 대해 신청한 '국가첨단전략기술 및 국가핵심기술 판정 신청' 안건을 심의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18일 산업부는 고려아연의 전구체 제조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 및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또 고려아연은 지난해 11월 13일 정부에 자사의 제련 기술 2건에 대해서도 국가핵심기술로 추가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국세청이 MBK파트너스와 동시에 KCGI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MBK파트너스와 KCGI는 사모펀드(PEF)란 공통점 이외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 두 PEF는 지향점과 운영 특성이 각각 다르다. MBK파트너스는 국내 1세대 PEF로 주로 바이아웃 전략을 구사한다. 반면 KCGI는 행동주의 PEF로 공격적인 기업 적대적 M&A에 나선다. 무엇보다 업권 및 국내 경제계 내에서의 영향력도 크게 다르다.

서로 다른 두 PEF를 국세청이 동시에 조사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다만 국세청 안팎에선 두 PEF가 모두 국가 기간산업 기업에 대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곳이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CGI는 대한항공을 통해 항공업을 영위하는 한진칼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했었다. 대한항공은 국적 대형항공사(FSC)로서 국가 기간산업이다. 또 항공업 관련 정비 및 엔진 생산(분해 후 재조립) 등 MRO(유지·보수·운영)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유일의 회사다. 이를 통해 방산산업에도 발을 들였다.

이러한 대한항공의 국가 기간산업 특성을 고려해 정부는 한진칼과 KCGI간 경영권 분쟁에 개입했다. KDB산업은행을 앞세워 KCGI와의 분쟁을 종식했다. 이어 또 다른 국적 FSC인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합병시키는 빅딜을 성사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나서 국가 기간산업인 대한항공의 경영권 분쟁을 종료하고 사모펀드로부터 기존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했다.

이번 세무조사를 주도하는 국세청의 내부 조직도 조사의 성격을 가늠할 중요 척도다. MBK파트너스에 대한 조사는 국세청 서울청 조사4국이 담당한다. 조사4국은 주로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담당해 ‘재계 저승사자’로 불린다. 통상 금융사에 대한 조사는 조사1국이 담당한다. MBK파트너스와 KCGI는 PEF로서 금융사로 분리되지만 이례적으로 조사4국이 직접 나선 것이다. 그만큼 이번 사안을 국세청에서 특별하게 보고있다는 방증이다.

당국 관계자는 “외국 국적자가 운영하고, 다국적 자본이 투입된 사모펀드가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는데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 것 같다”며 “시기와 조사의 성격 등에 비춰 이번 조사 이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변수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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