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현장 돋보기]오스코텍-주주연대, 열띤토론에도 좁히지 못한 '상장' 이견주총 직후 제노스코 관련 간담회 진행, 레이저티닙 수익·자금조달 방법론 이견
김성아 기자공개 2025-03-27 17:59:37
[편집자주]
주주총회는 기업의 방향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숫자와 문서로 정리된 안건 뒤에는 주주들의 기대와 우려, 경영진의 고민과 결단이 담겨 있다. 하지만 책상 위 자료만으로는 이 모든 흐름을 온전히 읽어낼 수 없다. 주총장에서 오간 논쟁과 질의응답, 미묘한 온도 차 속에서 기업과 주주 간의 관계가 드러난다. 더벨은 주총 현장에서 직접 포착한 주요 이슈와 기업의 전략적 변화를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7일 17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스코텍이 소액주주와의 갈등이 깊어진 계기는 자회사 제노스코의 상장 도전이다. 몇 년 전부터 계획된 상장이었지만 대내외 이슈와 맞물리면서 상장 소식과 함께 주가가 급락했다. 주주들이 제노스코 상장을 악재로 받아들이게 된 계기다.오스코텍과 소액주주연대는 27일 정기주주총회를 마치고 제노스코 상장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양 측은 제노스코의 레이저티닙 기반 현금흐름과 R&D 자금 조달 방안에서 강한 의견 차를 보였다. 질의응답은 한 시간 넘게 이어졌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끝났다.
◇레이저티닙 현금흐름 확대 시점 이견, 골든타임 맞출 수 있나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가 상장에 나선 이유는 R&D 자금 조달이다. 넥스트 레이저티닙으로 개발 중인 ROCK2 억제제 등이 본임상을 앞두면서 투입해야 할 자금 규모가 늘었다. 제노스코가 예상하는 올해 R&D 투입 자금 규모는 420억원이다.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는 앞서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신약 개발은 일분일초를 다투는 사업"이라며 "지금 적기에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지금 개발 중인 프로젝트의 가치가 수조원 이상 차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장을 반대하는 소액주주연대도 제노스코가 파이프라인을 진전시켜야 된다는 점에선 공감했다. 하지만 R&D 자금은 레이저티닙 수익으로 충분히 충당 가능한데 굳이 조달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김정근 오스코텍 회장은 "비소세포폐암 시장 후발주자인 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은 신규 환자와 부작용 환자 등에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피크 세일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R&D 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충분한 캐시플로가 나올 때까지는 2~3년이라는 공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연대는 이 지점에서 오스코텍과 제노스코가 레이저티닙의 잠재 가치를 폄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소액주주는 "레이저티닙을 직접 상업화시킨 얀센과 마리포사 임상책임자(PI)인 조병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레이저티닙의 가치를 훨씬 높게 보고 있다"며 "주주들은 회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피크 세일이 훨씬 빨리 도달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레이저티닙 현금흐름만으로도 R&D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제노스코 유증 가능성 두고 갑론을박, '엑시트' 플랜 관건
주주연대는 필요하다면 자금조달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상장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다. 신주 발행이 필수적인 상장의 경우 현재 오스코텍이 가진 제노스코의 지분 희석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제노스코 지배력이 약해질 경우 두 회사가 양분하고 있는 레이저티닙에 대한 가치도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다.

주주연대가 제시한 자금조달 방안은 비상장 상태에서 제노스코의 유상증자다. 지난해 프리 IPO 조달을 받았던 시기와 달리 현재는 레이저티닙의 상업화가 확실하기 때문에 훨씬 더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노스코가 확보하고자 하는 당장의 R&D 자금만큼은 마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오스코텍은 '불확실성' 때문에 제노스코 유상증자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에게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엑시트(Exit)' 플랜이 필요한데 제노스코의 상장말고는 뚜렷한 플랜이 없는데다 만약 한번 상장에 실패한다면 엑시트 가능성이 더 낮아져서 투자자들의 모집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주연대는 기존 제노스코 투자자에 대한 엑시트 플랜으로 오스코텍의 '지분스왑'을 제시했다. 주주연대 측은 "제노스코 상장이 안되면 오스코텍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며 "기존 제노스코 주주들 입장에서도 스왑 밸류에이션에 대한 합의만 이뤄지면 충분한 엑시트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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