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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2세 시대 개막]한미반도체, 퀀텀점프 이끈 TC본더 '삼각관계 국면'②SK하이닉스와 미묘한 기류 감지, 신규 계약 눈길

김도현 기자공개 2025-04-28 09:19:23

[편집자주]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벤처붐 시기에 토종 신생기업이 대거 등장했다. 당시 정보기술(IT)의 발달, 세계 기술주 시장의 동반상승 등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이 본격 확산되면서 대기업 계열사의 협력사가 연이어 설립된 것이다. 이후 20여년 세월이 흐르면서 세대교체 시기가 도래했다. 1세대 소부장, 팹리스 업체들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이들의 행보를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2일 08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반도체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필수 장비인 열압착(TC)본더를 빼놓을 수 없다. 인공지능(AI) 바람을 타고 날아오른 SK하이닉스와의 연결고리가 되면서다.

TC본더 사업은 곽동신 회장이 한미반도체 리더로 안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곽 회장 부임 전후로 역량 급성장 덕에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고 곽노권 회장의 그림자를 지울 수 있게 해 준 일등공신이다.

문제는 최근 분위기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균열이 생겼다. 그동안 협력해온 점, TC본더 분야 내 한미반도체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즉각 극단적인 결론이 나진 않겠으나 중장기 관점에서 적잖은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사안이다.

◇치고 들어온 한화세미텍, 제품성능·법적다툼 관건

TC본더는 HBM 후공정에 활용되는 설비다. HBM은 복수의 D램 적층해 만드는데 각각을 접합하는 과정에서 TC본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곽 회장은 오랜 기간 TC본더에 공을 들였다. HBM에 대한 확신이 없던 시절부터 그의 주도 아래 SK하이닉스와 밀접하게 교류하면서 TC본더 연구개발(R&D)을 지속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 HBM 공장에 투입된 TC본더를 사실상 독식하면서 대박을 냈다.

TC본더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곽 회장은 직접 장비 사진에 등장할 정도로 애착을 드러내왔다. 그러던 와중에 핵심 파트너인 SK하이닉스가 다른 업체로 눈을 돌리면서 갈등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곽 회장의 심경과 별개로 SK하이닉스도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다. 계속되는 HBM 수요에 특정 협력사 의존도를 낮춰야 했기 때문이다. 입김이 세진 한미반도체를 견제할 필요도 있었다.

*한화세미텍 TC본더

ASMPT(싱가포르), 한화세미텍(한국) 등이 대안으로 꼽혔다. 이들은 SK하이닉스에 샘플 장비를 보내면서 테스트를 거쳤다. 결과적으로 한화세미텍이 선택을 받았다. 수개월의 검증 작업을 거쳐 지난달 2차례 210억원의 수주를 따냈다.

제조사가 소재, 장비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나 문제는 과정이었다. 현재 한미반도체는 한화세미텍과 법률분쟁을 펼치고 있다. 한화세미텍이 자사 기술과 인력을 빼갔다는 게 한미반도체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과 손을 잡으면서 곽 회장의 심기를 건들였다는 후문이다.

더불어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 계약을 2번에 나눠 체결하면서 한미반도체 주가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 것도 한몫했다. 곽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관련 사안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에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온 곽 회장은 물러서지 않고 전면전에 돌입했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파견한 고객서비스(CS) 엔지니어들을 철수시키는 한편 유지 및 보수를 유료화하기로 했다.

TC본더 가격 인상도 통보한 상태다. 25~30% 수준의 인상률로 파악된다. 이를 통해 한화세미텍 제품 단가와 거의 동일하게 맞췄다. 이례적으로 후발주자가 선도업체보다 높은 가격에 납품한 바 있다. 이 점도 한미반도체의 불만을 고조시킨 요소다.

양사의 신경전이 대외적으로 퍼지면서 SK하이닉스는 경영진이 한미반도체 본사에 방문하는 등 협력사 달래기에 나선 상황이다. HBM 생산능력(캐파)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 최대 협력사인 한미반도체와의 마찰이 좋을 리 없어서다. 다만 큰 소득 없이 평행선을 유지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SK하이닉스의 신규 계약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조만간 TC본더 추가 발주에 나선다. 수백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변수가 많은 만큼 SK하이닉스도 고심이 크다. 올해에 이어 내년 HBM 물량까지 거의 '완판(솔드아웃)'된 시점에서 시설투자를 늦출 수 없다. 적기에 증설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렵게 잡은 HBM 주도권을 내주는 나비효과로 귀결될 수 있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 전담 A/S팀을 만들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세미텍의 등장이 미묘한 상황을 형성했다"면서 "SK하이닉스 내부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어 조율하는 데 힘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론 협력 공고, 대비책 마련 속도

한미반도체도 믿는 구석은 외국계 우군이다. 마이크론과 협업을 확대하면서 SK하이닉스 이탈을 대비하고 있다. 한미반도체 매출에서 마이크론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올 1분기에는 약 90%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HBM 라인에 많은 금액을 투입하면서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당분간 한미반도체에 대규모 주문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곽 회장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수익성 측면에서 SK하이닉스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 중인 마이크론에 집중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미반도체는 고객군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전자와의 협력 재개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가능성이 크진 않으나 곽 회장이 의지를 보인다면 '0%'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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