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Red & Blue]롤러코스터 주가 한진칼, '경영권 분쟁 vs 시세 차익'호반그룹, 한진칼 주당 매입액 7만787원…시세 차익만 벌써 70% 이상

박완준 기자공개 2025-05-20 13:14:36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6일 15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한진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면서 지주사 한진칼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율을 늘리며 경영권 분쟁에 불씨를 피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진칼이 자사주를 사내복지기금에 출연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나서자 급등하던 주가는 주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진칼 주가는 이달 13일부터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기존 17.44%에서 18.46%로 늘린 점을 공시한 점이 배경으로 꼽혔습니다.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19.96%)과 지분 차이가 1.5%p로 좁혀지면서 경영권 분쟁에 대한 우려가 나온 탓입니다.

이에 한진칼 주가는 이달 12일 종가 8만9200원에서 14일 15만600원으로 치솟았습니다. 특히 이틀간 한진칼 주식 거래량은 도합 약 160만주로 추산됐습니다. 호반그룹의 지분 매입 공시 전 일평균 3만~9만주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거래량이 10배가량 늘어난 수치입니다.

하지만 한진칼 주가는 15일 17% 급락하면서 12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조 회장 측 우군 지분을 고려할 때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증권 리포트가 쏟아진 탓입니다. 실제 조 회장의 우군으로 평가되는 미국 델타항공(14.90%)과 한국산업은행(10.58%)의 지분을 합칠 시 호반그룹 보유 지분보다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아울러 한진칼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사내복지기금에 출연하면서 16일 주가는 장중 12만31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한진칼이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사내복지기금에 증여하면서 기금이 소유한 주식으로 전환, 의결권이 살아났기 때문입니다. 이에 조 회장 측 지분율은 20.13%로 늘어나 지분 격차가 2.2%p로 벌어졌습니다.
최근 3개월간 한진칼 주가 흐름표.
◇Industry & Event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은 우려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델타항공과 산업은행이 경영권 분쟁 때마다 든든한 우군 역할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산업은행은 2020년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원을 위해 한진칼이 진행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0.6%를 사들이며 경영권 분쟁 종식에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습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호반그룹이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2022년 3월 호반그룹이 KCGI 지분 13.97%(940만주)를 주당 6만원 수준에 총 5640억원에 매입했지만, 같은해 12월 지분율 11.50%로 낮출 때 한진칼 주가가 3만원대까지 떨어져 손실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호반그룹은 2023년 11월부터 한진칼 지분을 다시 매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당 4만원대로 한진칼 지분을 17.44%로 끌어 올렸습니다. 이후 지난해 3월부터 이달 12일까지 총 84회에 걸쳐 한진칼 지분을 매집했습니다. 이에 호반그룹의 한진칼 주당 매입액은 7만787원으로, 70%가 넘는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예상됩니다.

IB업계 관계자는 "호반그룹은 2022년 한진칼 주식을 매도할 때 눈에 띄는 차익을 얻지 못했다"며 "지분 매입에 자금을 투입해 한진칼 경영권 분쟁 우려를 시장에서 주목하도록 만든 후 매도해 시세 차익을 얻는 방향성이 유력하다"고 언급했습니다.

◇Market View

증권가에서는 한진칼과 호반그룹의 경영권 분쟁 우려가 오히려 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한진칼이 자사주로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에 나서면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제기된 탓입니다. 회삿돈으로 매입한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사용하는 것은 일반주주의 이익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처분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자사주 매입을 위해 주주의 재산인 회사 자금을 투입하는 데 이를 처분할 시 주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부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한진칼이 사내복지기금에 자사주를 넘긴 것은 거버넌스 훼손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가는 한진칼의 주가 급등에 목표주가는 따로 내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요 자회사로 보유한 대한항공의 항공운송 사업 호조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우상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실제 대한항공의 연결 매출액은 2022년 14조1000억원에서 2023년 16조1000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지난해도 17조9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2023년 11.1%에서 지난해 11.8%로 상승했습니다. 이에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이달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HL그룹 지주사인 HL홀딩스도 자사주를 재단법인에 출연을 시도했지만, 주주가치 훼손 비판에 철회했다"며 "한진칼은 향후 자사주 처분에 따른 거버넌스 훼손 우려를 주주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eyman & Comments

한진칼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하은용 부사장입니다. 그는 1961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그는 한진그룹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재무 경력을 쌓아 그룹 내 '재무통(通)'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CFO를 겸직하고 있다는 점도 그의 그룹 내 위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더벨은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 우려와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하 부사장에게 접촉을 시도했지만, 직접적인 멘트를 얻을 순 없었습니다. 대신 IR관계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진칼 IR관계자는 호반그룹과 경영권 분쟁 우려에 대해 "호반그룹이 주식을 매입하면서 시장에서 조 회장의 낮은 지분율을 지적, 경영권 분쟁까지 대두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자사주를 사내복지기금에 출연해 조 회장 측 지분율을 20% 이상 확보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사주 출연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에 대해 "이미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별다른 입장은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