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삼환기업, 자산매각 통할까 신용등급 하락으로 차환 위험 확대…보유 부동산 처분 올인
길진홍 기자/ 윤아영 기자공개 2011-12-11 20:51:54
이 기사는 2011년 12월 11일 20: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환기업이 주종목이 아닌 주택사업에 곁눈질한 대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다. 금융위기를 전후해 부랴 부랴 정리에 나섰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손에 쥔 현금은 없는데 빚을 갚아야 할 날은 속속 다가오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때 벌여 놓은 주택사업에서는 시행사에 서 줬던 빚 보증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돈 나올 구멍이 별로 없다. 영업현금흐름은 적자로 돌아선 지 오래다. 캐쉬카우 역할을 하던 관급공사로 버티기에는 주택부문의 손실이 너무 크다. 희망을 품고 확대했던 해외공사는 역마진이고 그나마 남은 물량도 별로 없다.
최근에는 신용등급이 하락(BBB+→BBB0)해 외부 자금조달도 훨씬 어려워졌다. 자산 매각을 차일피일 미룬 게 화근이었다. 시행사로부터 대물로 잡은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와 주택용지를 매물로 내놨으나 제값을 쳐줄 원매자를 기다리다 때를 놓쳤다.
◇ 공모사채 1200억 만기 도래…1월이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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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차입금은 지난 2007년 29억원에 불과했으나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급증했다. 유동성사채도 같은 기간 300억원에서 1600억원으로 늘었다. 단기차입금과 합치면 향후 1년 내 만기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의 비중이 무려 81.7%에 이른다.
유동성사채에는 공모사채 1200억원이 포함돼 있다. 2012년 1월 500억원에 이어 3월과 6월 각각 300억원과 200억원의 만기가 순차적으로 도래한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시장성 조달이 막힌 가운데 잇따른 공모사채 만기는 삼환기업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 고비를 넘겨야 회사채 발행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민은 내부 현금이 넉넉하지 않다는 데 있다. 9월말 현재 삼환기업 현금성 자산은 351억원에 불과하다. 미사용여신한도를 포함해 가용자금은 대략 9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 내년 1월 공모사채(500억원)와 한도성 대출(300억원), 일반기업어음(8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차입금 상환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추가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은행이 여신한도를 제한하고 나설 경우 자칫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삼환기업이 차입금 만기에 대비하고 자금운용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1000억원 가량의 유동성을 추가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PF 우발채무 현실화…단기차입 급증
단기차입금 의존도가 커진 이유는 PF 사업장 대여금 지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사업지연으로 시행사 자금 대여 건수가 늘었고, 미착공 사업장 대위변제가 잇따르면서 우발채무가 현실화 됐다. 또 이와 관련한 비용 조달은 주로 단기차입으로 이뤄졌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PF 사업장 대여금 지출은 2009년 1939억원에 그쳤으나 2011년 6월 현재 4483억원으로 급증했다.
대구 칠성동과 서울 하왕십리에 각각 1218억원과 567억원의 대여금을 지출했다. 사업이 진행 중인 시흥은행 뉴타운에도 719억원을 대여했다. 이들 사업장은 결국 시행사 차입금 대지급으로 우발채무 현실화가 일어났다.
준공사업장 중에서는 경주 용강동(397억원)과 대전 탄방동(404억원), 서울 역삼동 아르누보(613억원)의 대여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경주 용강동의 경우 대여금 외에 공사미수금이 852억원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PF 우발채무는 4877억원에서 2387억원으로 줄었다. 대위변제가 잇따르면서 PF 대출잔액이 감소한 것이다. 우발채무 위험은 크게 줄었으나 단기차입금 비중이 크게 늘면서 재무 안정성을 훼손시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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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종 다각화 불구 수익성 개선 한계
민간 주택부문 실적 부진으로 지출이 늘고 있는데 반해 영업실적은 바닥을 기고 있다. 주요 현금창출원인 관급공사도 수주 경쟁이 심화되면서 매출이 줄고, 원가율이 뛰면서 민간부문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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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환기업 매출구성은 9월 현재 관급토목 47.5%, 관급건축 3.9%, 민간건축 27.4%, 민간토목 4%, 해외매출 9.64%로 분포돼 있다. 공사잔량 기준으로는 토목과 플랜트 비중이 68.9%를 차지하고 있다.
민간 건축부문의 사업 위험을 관급공사와 해외사업으로 분산시키고 있으나 매출액은 점차 줄고 있다. 9월말 현재 매출액은 533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19.3% 감소했다. 주택경기 침체와 맞물려 관급공사 수주도 감소하고 있어 매출 정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 창출에 기여하던 해외사업에서도 지속적으로 공사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고속도로 지분 매각에도 불구 해외사업에서 605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이 나면서 3분기 손실폭이 확대됐다.
PF 사업장 손실에 관급공사 실적 부진이 맞물리면서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에비타 마진율(매출액 대비 에비타 비율)도 -4.4%로 저조한 수준을 보였다. 2010년 해외공사 원가율 개선으로 에비타 마진율이 5%에 달했으나 금융비용 부담 확대와 대손상각 부담으로 수익성이 떨어졌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PF 사업장 운전자본 투자가 늘면서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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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시 용강 등 준공후 미분양 통매각 추진
삼환기업은 유동성 리스크 극복을 위해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먼저 경주시 용강동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 매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11월 원매자와 900억원선에 통매각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담보차입금을 제하면 20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하왕십리동과 대구 칠성동 사업 용지도 매각대상에 올랐다. 하왕십리 사업장은 사업권과 용지를 모두 넘기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 동안 수차례 매각을 타진했으나 가격조건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된 곳이다. 최근 그룹계열 건설사와 협상을 다시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또 시행사와 소송이 진행 중인 서울 왕십리 민자역사 공사대금 회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영종도 사업부지는 계약해지 수순에 들어갔고, 강남과 역삼 등 다수의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 사업장도 매각 대상에 올랐다.
업계는 이들 자산을 모두 팔아 치울 경우 1000억원 가량의 현금 유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산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변수는 매각 지연 가능성이다. 주택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단기간 내 PF 사업 관련 자산을 매각하기가 벅찬 상황이다. 신용평가사도 이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삼환기업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면서 추가하향 가능성을 열어 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환기업이) 보유자산 매각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위기를 키웠다. 예정대로 자산을 매각하고 유동성을 확보해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대규모 차입금 만기가 도래하는 1월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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