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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지주사 전환, 꼼수인가 묘수인가

문병선 기자공개 2012-02-01 08:55:19

이 기사는 2012년 02월 01일 08: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약 2년 반을 끌어 왔던 넥센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이 본격 시작됐다. 소유지배구조의 투명성 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지주회사 전환 방식을 두고 '꼼수'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넥센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넥센그룹지배구조(11년9월말기준)
자료: 더벨

첫째, 유형자산 등의 평가 방식을 기존 '원가모형'에서 '재평가모형'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넥센의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지주비율(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자산총액)은 44.71%(1914억원/4281억원). 자회사 주식 중 넥센타이어 지분가액을 '원가 모형'에 따라 1249억원(주당 4162원)으로 계산한 결과다. 그런데 '재평가모형'으로 평가 방식을 바꾸면 공정가치로 평가해 넥센타이어 주식평가액을 5400억원(주당 1만8000원)으로 키울 수 있다. 지주비율은 71.93%(6065억원/8432억원)로 높아진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전환을 원하는 기업은 이 지주비율을 50% 이상으로 맞추면 신고 후 전환이 가능하다. 다만 재평가 수수료 등 여러 부수적인 비용이 수반되고 회사의 재무 방침을 바꾸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일단 '재평가 모형' 방식으로 재무 방침을 정하면 다시 '원가 모형' 방식으로 변경할 수 없다는 약점도 안고 있다.

둘째, ㈜넥센이 그룹의 주력 기업인 넥센타이어 주식 256만여주를 장내 또는 블록딜로 취득하는 방식이다. 이 주식을 시장에서 사기 위해서는 약 460억여원(주당 1만8000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시가대로 주당 1만8000원을 주고 시장에서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입 이후 장부상 평가는 '원가모형'에 따라 총 460억원으로 계산된다.

지주비율은 44.71%(1914억원/4281억원)에서 분모와 분자가 460억원만큼이 늘어나 50.07%(2374억원/4741억원)로 높아진다. 역시 지주비율 50%를 넘겼으므로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하다. 이 경우 기업 수익에 따라 자산 변동성이 우려된다면 넉넉히 지분을 더 사면 되고 그만큼 비용은 더욱 증가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지주회사 전환 방식이다.

셋째, ㈜넥센이 넥센테크 주식을 시장에서 1590만여주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총 357억원(주당 2245원)이 소요된다. 주식발행 물량을 고려해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도 있다. 넥센테크는 ㈜넥센이 최다출자자가 아니어서 지금까지 지주비율 산정 대상 자회사에서 제외돼 왔다. 오너인 강병중 회장(34.82%)이 최다출자자이고, ㈜넥센은 넥센테크의 2대주주(34.64%)다. 만일 ㈜넥센이 넥센테크 지분을 357억원 어치를 매입하면 최다출자자가 돼 곧바로 지주비율 산정 자산에 포함될 수 있다.

이 경우 지주비율은 44.71%(1914억원/4281억원)에서 50.07%(2374억원/4741억원)로 높아진다. 이미 보유 중인 넥센테크 지분 주식가액(103억원)도 추가됐다.

이 외에도 지주회사로 전환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종종 사업회사와 순수지주회사로 회사를 분할하는 방법 등을 사용하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해 가장 적합한 방식을 채택하곤 했다.

넥센그룹의 선택은 그러나 뜻밖이다. ㈜넥센이 넥센타이어 지분을 공개매수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 방식에 의하면 지주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 올려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충족시키려는 목적은 다른 방식과 동일하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기 위해 ㈜넥센이 대가로 치러야 할 비용은 무려 1720억원으로 커진다. ㈜넥센 보통주를 공개매수에 응하는 넥센타이어 주주들에게 지급키로 했기 때문이다.

쉬운 길을 놔두고 애써 고비용의 복잡한 방식을 택한 것은 '공짜 승계'를 위해서라는 '뒷말'이 나온다. 오너 2세인 강호찬 ㈜넥센 사장을 이번 공개매수에 참여시켜, 강 사장을 ㈜넥센의 최대주주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강 사장은 현재 ㈜넥센의 2대주주이고 넥센타이어의 3대주주다. 넥센타이어 지분을 넘기고 대가로 ㈜넥센 지분을 얻으면 가능해진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이번 딜의 장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고 강 사장의 공개매수 참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뒷말'의 신빙성도 있어 보이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되면 2세로의 승계 작업을 세금을 내지 않고 '공짜'로 할 수 있고, 지주회사 전환 작업도 동시에 마칠 수 있어 넥센그룹 입장에서는 '양수겸장'이다.

그러나 이번 딜에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까지 '공짜'라고 볼 수는 없다. ㈜넥센이 공개매수를 위해 발행하는 1720억원 어치 주식 비용은 그만큼 주식가치가 떨어지는 주주들의 몫이 된다. 오너 일가만 이 부담을 지게 된다면 문제가 안된다. ㈜넥센의 주주는 강병중(18.54%), 강호찬(12.62%), 김양자(11.99%) 등 오너 일가 외에도 그린손해보험(14.94%), 국민연금기금(5.08%), 소액주주(32.15%) 등이 있다. 극단적으로 보면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넥센그룹의 공짜 승계 비용 절반 이상을 부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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