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급 우량채서도 대표주관수수료 등장 <11>대우증권, GS에너지 첫 공모채 6000만원 수취
황철 기자/ 서세미 기자공개 2012-03-05 10:37:26
[편집자주]
2012년, 회사채 발행시장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 금융당국과 증권업계가 고민 끝에 만들어 낸 제도개선이 본격 시행된다. 사실상 무늬에 그쳤던 대표주관사의 수요예측과 기업실사가 의무화된다. 이로 인해 관행으로 굳어졌던 수수료녹이기나 바터(barter) 등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도입되는 발행절차의 내용은 무엇이고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머니투데이 더벨이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2년 03월 05일 10: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우량 회사채에서 시작된 대표주관수수료 지급이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로 번지고 있다. 대표주관사의 기업실사가 의무화되면서 시작된 이 새로운 관행은 4월 이후 수요예측 의무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에서는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며 무료 봉사를 새로운 영업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집단 주력사 수수료 지급, 시장 역사 바꿀까
대우증권은 8일 발행할 GS에너지 첫 공모채권(AA0)의 대표주관을 맡아 총 6000만원의 수수료를 수취했다. 발행가액 6000억원의 1bp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초대형 기업집단의 핵심 계열사로부터 역할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발행제도 개편 이후 대표주관수수료를 받은 딜(증권신고서 제출분)은 총 6개다. 동양증권이 화인파트너스·한신공영·코오롱글로벌·두산건설 등 4개 기업으로부터 회사채 수수료를 수취했다. 모두 건설·부동산개발 등 고위험 업종에 포진한 A급 이하 비우량 기업이다.
KB투자증권이 수수료를 받은 한솔테크닉스 역시 신용등급이 BBB+에 머물러 있다. 이들 발행사는 모두 자기 등급 내에서 디스카운트 수준이 높은 기업으로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아 조달 필요성 또한 크다.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IB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표주관사로서는 수수료 수취에 대해 일정부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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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GS에너지 정도의 기업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GS에너지는 그룹 주력 사업인 정유·석유화학·윤활유 부문의 지주회사다. 국내 2위 정유사인 GS칼텍스(AA+)의 최대주주로서 그룹 지배구조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신설법인으로 발행한 첫 회사채였지만 국내 IB의 관심과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GS그룹의 대외신인도는 둘째치더라도 주력 자회사인 GS칼텍스가 회사채 시장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일반기업 중 일곱 번째로 많은 1조1828억원의 채권을 찍은 빅 이슈어다. 이번 GS에너지 입찰 과정에서 AAA급에 버금가는 금리에도 무려 13개 IB가 인수를 자처했던 이유다.
이런 기업에 대표주관을 맡아 수수료까지 받은 것은 대표주관사의 업무를 실질화하고자 한 회사채 발행제도 개선이 시장에 정착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 수요예측 의무화, 수수료 확산 촉매제 될까
대표주관 수수료 지급이 전체 발행기업에게 확산될 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4월부터 대표주관사의 수요예측이 의무화되면 수수료를 받을 명분이 좀 더 강화돼 장기적으로는 확산될 여지가 있다. 사실상 발행기업이 하던 수요예측을 대표주관사가 하게 되면서 부담해야 하는 역할과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기업실사 만으로는 대표주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증권사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증권사가 기업실사 전문 인력을 확충하지 못하고 영업담당(RM) 매니저 중심으로 실사를 수행하고 있다. RM은 영업실적이 우선이기 때문에 발행사와 협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고 실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일부에서는 수수료를 요구하게 되면 영업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며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무대가(無代價) 세일즈를 공공연히 내세우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표주관사의 역할이 커진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한다는 데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발행사와의 역학구도가 달라지지 않은 이상 대놓고 요구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4월 수요예측 이후 수수료 수취 사례가 좀더 늘긴 하겠지만 발행사나 IB의 인식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단기간 내 확산은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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