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시장에도 대표주관수수료 속속 등장 <9>KB·동양증권, 비우량사 수수료 수취…기업실사 의무화 영향
황철 기자/ 조화진 기자공개 2012-02-20 11:53:24
[편집자주]
2012년, 회사채 발행시장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 금융당국과 증권업계가 고민 끝에 만들어 낸 제도개선이 본격 시행된다. 사실상 무늬에 그쳤던 대표주관사의 수요예측과 기업실사가 의무화된다. 이로 인해 관행으로 굳어졌던 수수료녹이기나 바터(barter) 등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도입되는 발행절차의 내용은 무엇이고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머니투데이 더벨이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2년 02월 20일 11: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표주관 수수료를 주는 회사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도입한 대표주관사의 기업실사 의무화에 따른 변화로 앞으로 새로운 흐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동양증권과 KB투자증권은 최근 대표주관한 회사채(SB, BW) 발행에서 잇따라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다. 기업실사가 의무화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이 된 것이기는 하지만, 회사채 발행 주선 업무가 그동안 '대가없는 노동'으로 치부돼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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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증권은 이달 하순 이후 대표주관을 맡은 회사채에서 연달아 수수료를 받고 있다. 20일 화인파트너스 1000억원 짜리 채권(224회차)을 대표주관하며 2000만원(정액)을 챙겼다. 27일 발행할 한신공영·코오롱글로벌 채권에 대해서도 각각 6000만원, 7000만원의 대표주관수수료를 받았다. 한신공영은 발행액의 15bp, 코오롱글로벌은 트랜치별로 3500억원씩 정액제로 대표주관수수료를 부담했다. 동양증권은 내달 2일 발행할 STX팬오션의 신주인수권부사채 2500억원(12회차)의 대표주관에서도아 5억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수취했다.
그동안 국내 회사채 발행에서 대표주관사는 단지 최대 물량을 인수하는 증권사에 붙는 타이틀의 의미밖에 없었다. 단순한 서류 정리 정도의 업무를 취급하는 역할에 그쳐 별도 수수료를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회사채 발행에서 수수료는 인수에 참여한 증권사가 인수물량 대비 20~30bp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 게 전부였다. 그나마 최종 투자자에게 팔 때는 발행기업에게서 받은 수수료 중 일부 또는 전부만큼 가격을 낮춰주는 게 관행이었다.
◇ 기업실사 의무화 후 첫 대표주관 수수료…인수수수료와 별도로
인수단에 참여한 증권사에게는 별도의 인수수수료가 지급된다. 한솔테크닉스는 단독 인수한 KB투자증권에 40bp의 수수료를 냈다. 화인파트너스·코오롱글로벌도 20bp씩의 인수수수료를 별도 지급했다. 한신공영은 총 발행액의 70bp(인수단 합계)를 인수수수료로 책정했다. KB투자증권과 동양증권은 대표주관수수료와 인수수료를 모두 받는 최초의 증권사가 된 셈이다.
두 증권사의 대표주관수수료 수취는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기념비적 사건이다. 발행사로부터 대표주관사의 역할을 인정받은 첫 사례이자 선진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IB의 회사채 영업은 인수를 통한 수수료 수입이 주 타깃이었다. 주관 실적은 사실상 최대 물량 인수를 위한 징검다리일 뿐이었다. 주관사의 주업무인 듀 딜리전스, 북빌딩을 전혀 실시하지 않다보니 대가를 주고받아야 한다는 당위성조차 찾지 못했다. 인수 수입이 있으니 서류정리, 신고서 제출 등 잡무는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할 수 있다는 인식에 그쳤다.
그러나 2월 기업실사 의무화 이후 시장 인식이 변하기 시작했다. 초기이긴 하지만 IB별로 실사 능력의 편차가 드러나고 자율적 감시체제가 가동했다.
KB투자·동양증권 역시 코오롱글로벌에 기업실사의 필요성과 긍정적 측면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모범규준대로 허위·부실 정보제공이 야기할 직간접적 피해에 대해서도 설명을 아끼지 않았다. 발행사 입장에서 정당한 대가를 치르며 기업실사를 받을 경우 얻게 될 무형의 이득도 강조했다.
◇ 대표주관사 위상 정립, 신호탄…대표주관사의 인수비중은 논란 일 듯
대표주관수수료를 제공한 발행사도 평판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게 됐다. 주로 업종 리스크가 큰 건설·해운·캐피탈사지만 내밀한 실사를 당당히 요청할만큼 재무비전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됐다. 무엇보다 IB에게 쌓은 신뢰는 향후 조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발행사 입장에서 기존에 없던 기업실사를 받는 것조차 부담스러운데 수수료까지 부담한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BBB급 기업의 경우 더욱 투명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조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렸다"고 말했다.
한편 동양증권은 대표주관사를 맡고도 단순 인수사보다 적은 물량을 인수하기로 해 새로운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대표주관사가 최대 물량을 인수하는 것은 당연시 돼 왔고, 회사채발행제도 개선 후에도 이러한 관행을 변하지 않을 것이라던 일반적인 예상을 깼기 때문이다.
동양증권은 코오롱글로벌 회사채를 132-1회차 200억원, 132-2회차 100억원 등 총 300억원을 인수했다. 최대 물량을 인수한 것은 132-2회차 500억원을 맡은 산업은행이다.
새로운 제도하에서 대표주관사는 인수단에 참여만 하면 될 뿐 최대 물량을 인수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그러나 수요예측과 기업실사를 책임지는 대표주관사는 그 절차나 위치상 최대물량 인수사가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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