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3월 07일 09: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일 서울 롯데호텔.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 축하 겸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고별 기자회견이 열렸다.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금융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소회와 외환은행 인수 과정의 뒷 스토리 그리고 향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었다.
'김승유'라는 단어가 금융인에게는 테제(thesis)가 돼버릴 정도로 그의 삶은 무어라 평가할 단계를 넘어서 있다. 그만큼 그의 공적과 치적은 모범 답안이다. 외환은행 인수는 그 명성에 방점까지 찍어주었다. 배당 문제로 외환은행 인수 딜(Deal)이 깨질 뻔했다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비장함마저 묻어났다.
초미의 관심인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하나고등학교재단과 미소금융 재단 이사장직만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하지만 하나금융그룹내 어떤 역할로 남을지 혹은 아예 손을 놓을지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돌렸다.
그는 "부른다면 언제든 '심부름'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룹 안팎에서 '고문' 자리가 거론되는 이유다.
김 회장이 고문의 위치로 남을 수 있는 의미를 세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봤다.
첫째는 오로지 김 회장 스스로의 관점에서만 봤을 때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일 수 있다. 너무나 크고 막강했던 권력과 명예에 대한 미련이 없다면 그도 이상한 것이다. 혹은 후배들과 조직에 대한 애정일 수도 있다.
다음은 하나금융의 입장에서다. 새로운 조직 흡수 이후 통합을 위한 막강한 리더십이 재차 필요할 수 있다.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불거졌던 잡음에 대한 바람막이 역할로 다른 적임자를 찾기 쉽지 않다. 기능적 측면에서 김 회장이 하나금융에게는 아직 필요한 셈이다. 물론 후임자들 스스로가 풀어야할 숙제일 수도 있다.
마지막은 의미라기보다 조건에 가깝다. 바로 명분이다. 이미 후임 회장을 선발한 상황에서 어떤 명분을 찾을 수 있을지다. 명분 없이 남는다면 내부 뿐 아니라 외부의 따가운 시선까지 감내해야 한다. 물론 그 명분을 후배들이 만들어줄 수도 있다. 어느 한쪽만 우겨서는 명분은 서지 않을 것이다.
그날 기자회견 이후 열린 축하연에는 김정태 회장 내정자와 하나금융그룹 모든 계열사 사장이 모였다. 그들과 나눈 대화에서 김 회장의 거취에 대한 언질은 어느 누구에게도 확인할 수 없었다. 오히려 돌아온 질문은 "김 회장님이 어떻게 하신답니까"라는 궁금함으로 가득찬 눈치 살피기였다. 아직 김 회장의 거취가 명확히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이 됐다. 후배들이 명분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애매하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김회장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그 자신 뿐이라는 점이다. 어떤 처신을 선택할지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다. 그 마무리가 아름답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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