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한민국 정부 넘어설 수 있을까 외평채보다 금리 낮을 수도…새내기 리스크, 금리에 반영될 것 '분분'
한희연 기자공개 2012-03-29 16:04:34
이 기사는 2012년 03월 29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발행하는 글로벌본드, 금리 얼마나 될까' 삼성전자가 무려 15년 만에 추진하는 글로벌 본드 발행이 임박한 가운데, 발행금리 수준이 한국물 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역대 민간기업이 발행한 한국물 중 최저 금리를 받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 채권과 비교하고 있다.
반면 국제금융시장이 새내기 발행기업에게 혹독한 신고식을 거치도록 해 왔던 점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기대와는 크게 동떨어진 금리를 받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현지법인(SEA)이 발행하는 달러 공모채권을 삼성전자 본사가 지급 보증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삼성전자가 자본시장에 오랜만에 등장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 삼성전자 해외채 발행임박, 시장 전망 천차만별
삼성전자는 지난 2월초 해외채권 발행을 위한 주관사를 선정하고, 지난 26일부터는 미국에서 넌딜로드쇼를 개최하고 있다. 로드쇼 일정에 맞춰 홍콩 등지에서 본격적으로 마케팅도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딜 클로징이 코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삼성전자 채권의 발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발행금리가 어느 수준에서 결정될 지 여부는 특히 핫이슈다. 오랜만이기도 하거니와, 국내 대표 기업의 채권 발행이라는 점에서 발행금리 수준은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해외에서의 위상 등을 고려했을 때, 발행금리가 국내 기관의 여타 해외채권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심이 집중된 만큼 삼성전자는 신중한 모습이다. 이번 딜에 대해서는 각별히 보안에 신경쓰고 있다. 발행 일정 뿐 아니라 딜에 대한 평가 등 모든 부분에서 함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이번 딜은 일종의 도전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외평채를 뛰어넘는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아무리 훌륭한 기업도 모국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국가의 한계는 뛰어넘을 수 없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저마다의 근거를 가지고 얘기하는 탓에 전망하는 발행금리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5년물을 기준으로 'T+100bp'보다도 낮은 금리가 가능하다고 예상하는 곳부터 'T+200bp'수준을 예상하는 곳까지 다양하다. 다만, 삼성전자가 외평채 금리천장을 뚫는다면 이번 딜은 해외채권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는 셈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심성전자'기에 가능한 도전…외평채 천장 넘을 수 있다?
'삼성전자기 때문에'라는 인식은 이번 채권이 정부의 외평채보다 낮은 금리에 발행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전망의 바탕이 되고 있다.
해외채권,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한국의 삼성전자'보다는 '글로벌 삼성전자'라는 이름값이 더 우세하지 않겠냐는 쪽이다. 국가와의 관련성을 뛰어넘어 기업 펀더멘탈 자체만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근거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으로 2016년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는 156bp를 기록했다. 외평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고 보는 쪽에서는 'T+100bp 아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관계자 A는 "외평채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보는 유일한 이유는 '삼성전자'이기 때문"이라며 "지금처럼 발행시장이 좋은 상황에서는 천장 돌파를 시도할 유인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만약 삼성전자가 정부채를 뛰어넘는다면, 앞으로 정부 신용등급도 올라갈 여지가 생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투자자들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타겟 투자자 층이 확실하다면 금리를 낮추는 것은 삼성전자의 재량에 달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환 리스크에서 자유롭고, 아시아쪽 포지션을 늘려야 하는 투자자들이 이에 속한다. 투자자 속성을 잘 파악하면 '한국'보다는 '삼성전자'에 더 초점을 맞추는 투자자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해외채권 유통시장 관계자 B는 "거의 국채 수준에서발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는데, 아시아쪽 투자자가 아닌, 미국 등 환전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의 투자자들이 주로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며 "이들은 EM(이머징마켓) 포지션을 채워야 하는 수요를 갖고 있는데, 포트폴리오를 통화별·국가별로 다변화 해야 하기 때문에 관심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해외채권 투자자 C는 "삼성전자의 경우, 외평채 근처까지 금리를 낮추려 할 것이고, 가능성도 있다"며 "수요자가 많을 것으로 보이고, 이들 수요자들은 대한민국이나 삼성전자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며, 오히려 삼성전자를 더 매력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포트폴리오에 한국물을 채울 때 국가채권과 크레딧채권 부분이 있는데, 조금 금리가 낮더라도 크레딧쪽 포트폴리오에 채워 넣을 유인이 충분히 된다"며 "한동안 나오지 않았던 물량인데다, 삼성전자 정도의 채권이기 때문에 지금이 오히려 싸게 살 기회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의외로 강할 수 있다"며 덧붙였다.
다른 투자자 D도 "환 헤지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달러베이스 투자자 중 회사채를 주로 투자하는 쪽에서는 삼성전자가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라며 "이들 투자자들은 한국 리스크보다는, 비슷한 테크(Tech) 기업군 안에서 실적 등을 놓고 가치를 평가해 투자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은 국내 기업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무디스 기준으로 A1(안정적), S&P 기준으로 A(안정적)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과 같다.
한국이라는 굴레를 벗는다면 삼성전자의 비교대상 그룹은 비슷한 신용등급의 전자산업관련기업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생각하기에 삼성 그룹의 국가별 자산 분포 등을 감안해 굳이 'out of korea'이라고 생각한다면 비교 대상군은 역시 비슷한 업종이나 등급의 해외 기업이라는 얘기다.
이들 기업군들의 가산금리를 감안하면 외평채 천장 뚫기는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결론이다. 대상으로는 구글(Google Inc.: AA-, 안정적), 텍사스인스투르먼트(Texas Instruments Inc.: A+, 안정적), 인텔(Intel Corp.: A+, 안정적), 델(Dell Inc.: ,A-, 안정적), HP(Hewlett-Packard Co.: BBB+, 안정적), 소니(Sony Corp.: BBB+, 부정적) 등(S&P기준)이 거론된다.
◇ 최고기업이라도 '한국'기업…뉴이슈어 프리미엄도 감안해야
한편, 아무리 삼성전자라도 한국기업이라는 테두리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국가 리스크가 따라 붙는 게 현실이라는 논리다.
국제금융시장 관계자 E는 "기업이 국가의 천장을 넘지 못하라는 법은 없지만, 국가 리스크는 따라 붙는게 일반적"이라며 "예를들어 한국이 부도가 났다고 가정했을 때 삼성전자이 멀쩡할 수 있을 지 여부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따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유동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90년대에 발행했던 채권은 이미 유통시장에서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자본시장에서 처음 평가 받는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뉴이슈 프리미엄에 뉴이슈어 프리미엄까지 얹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유통시장 관계자 F는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을 떠나, 자본시장에서 아직 검증이 된 적이 없기 땜문에 이번 채권의 경유 뉴 이슈 프리미엄을 무시하긴 힘들다"라며 "당장 CDS스프레드가 국가보다 낮지만, 이는 거래가 없기 때문이며, 펀더멘털 기반으로 낮은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개별 기업별 차이는 있겠지만 최근 전자업종에 대한 전망도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크리스박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지난해 4분기부터 아시아 가전산업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다"며 △주요한 가전제품 시장 수요가 포화상태거나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과잉공급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며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유럽의 불황을 감안하면 선진국에서는 수요 증가 폭을 낮출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무디스가 A1등급을 부여한 유일한 국내 민간기업이다. 그는 "특정한 한, 두 개 핵심 산업에서 실적이 악화되더라도 회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고, 재무적으로도 강점이나 잠재력이 있다"면서도 "비재무항목 측면에서 휴대폰과 메모리칩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둘 다 산업 리스크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기변동성이 높고 기술적인 진화 속도가 빨라서 끊임 없이 기술 시행 리스크가 높은 산업이고, 휴대폰 산업의 경우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삼성전자는 카드에 대한 유동성 지원 부담도 감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