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사, 대표주관사 잘 잡는 게 성공의 열쇠 [수요예측편]④수급따라 금리 결정…정정·철회시, 평판 손상 '감수'
황철 기자공개 2012-04-17 17:19:03
[편집자주]
2012년, 회사채 발행시장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 사실상 무늬에 그쳤던 대표주관사의 수요예측과 기업실사가 의무화된다. 이로 인해 관행으로 굳어졌던 수수료녹이기나 바터(barter) 등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도입되는 발행절차의 내용은 무엇이고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머니투데이 더벨이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2년 04월 17일 1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회사채 발행사들은 그동안 공모 회사채를 발행할 때도 사실상 '공모'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권사를 통해 물량을 소화할 정도의 투자자만 모집하면 됐다. 형식적인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것 외에는 기업실사나 투자설명회 등 투자자보호를 위한 절차가 생략됐다. 회사의 투자 정보를 시장에 뿌리고 관심있는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일도 없었다.앞으로는 기업실사와 수요예측 등 '정상적인' 발행절차를 모두 거쳐야 한다. 다만 기대와 달리 투자설명회를 강제하는 제도 변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떤 대표주관사를 결정하느냐가 발행 성공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발행사와 협의해 적정한 희망금리를 제시하고, 기업실사 등을 통해 회사의 투자정보를 널리 알리고, 질 좋은 투자자를 모집하는 행위 등이 모두 대표주관사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회사채 발행을 성공시키는 일 뿐 아니라, 기업과 투자자 사이에서 의사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신뢰를 쌓아나가는 일에도 대표주관사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될 전망이다.
◇ 발행사, 수요예측 방법과 절차
바뀐 제도 하에서 기업이 우선적으로 할 일은 입찰을 제안해 인수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제안서(RFP) 발송 범위나 방법을 규정한 것은 없다. 대면접촉·이메일·팩스·등 발행사가 편리한 대로 선택하면 된다. 물론 별도의 제안 없이 과거 거래나 우호 관계에 있는 IB를 선택해 의사를 묻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제도가 크게 바뀐 만큼 시장에 대한 분석과 적정한 발행 조건을 유도할 수 있는 유능한 인수단을 꾸리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서는 공개경쟁을 통해 대표주관사와 인수단을 선별하는 것이 유리하다.
제안서가 접수되면 기업은 내부 평가를 통해 대표주관사와 1차 인수단을 꾸린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사전 수요조사 과정은 사라진다. 모범규준은 불건전 인수 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일체의 서류와 구두 확약 요청을 금지했다.
이후 대표주관사는 기업과 협의를 통해 인수단별 임무를 분담하고 발행시기와 성공적 조달을 위한 전략 등을 논의하게 된다. 또 발행 실무의 핵심인 기업실사와 수요예측 등을 진두지휘하며 조달 파트너로서 역할을 해나간다.
기업이 전체 조달과정에서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부분은 비용과 직접적 관련을 맺고 있는 수요예측이다. 대표주관사를 선정하고 기업실사를 마치면 본격적인 북-빌딩(book-building)에 돌입한다. 기업과 대표주관사는 밴드 금리와 예정 수량을 협의해 1차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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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금리는 등급·개별민평이나 최근 발행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장 상황에 맞게 정한다. 이 과정에서 대표주관사는 기업의 요구보다 시장 컨센서스를 추정해 회사채의 객관적 가치를 읽어내야 할 역할이 있다.
투자자의 희망 매입금리가 중요한 잣대로 작용하기 때문에 전처럼 기업의 의사대로 최종 조건을 결정할 여지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수요예측을 기업보다는 친시장적 관점에서 유도한다는 것은 금융당국의 기본적 방침이기도 하다.
물론 밴드 금리는 투자자의 수요예측 참여를 위한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투자자는 밴드 상하단을 초과해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북-빌딩은 적정한 수준의 금리를 제시한 유효수요를 바탕으로 결정한다. 유효수요의 구체적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민평이나 전체 제시금리 수준과 비교해 지나치게 괴리가 있는 물량을 제외한다. 극단값으로 발행금리가 턱없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 유연한 의무, 과도한 욕심은 화 좌초
수요예측을 통해 산출된 금리가 기업의 제시 수준이나 밴드 수준을 벗어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수요예측 결과가 절대적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도 아니다. 최종 금리는 대표주관사와 기업이 협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금리를 임의로 조정해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발행금액을 당초 예상보다 낮추거나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극단적 경우에는 딜 자체를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더 큰 부담을 짊어질 공산이 크다. 시장 혼란을 초래해 레퓨테이션에 손상을 입을 경우 향후 조달에 큰 애로를 겪을 가능성 또한 있다.
기업이 희망매출금리보다 수요예측 결과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발행조건을 유리하게 바꾼다고 치자. 공급이 투자수요보다 많아져 대량 미매각 사태에 봉착할 수 있다. 대표주관사와의 협의를 거친 터라 당장에는 인수단에 부담을 떠넘길 수 있지만 적잖은 평판 리스크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발행예정액을 줄이거나 딜 자체를 취소할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발행액을 조절하면 당초 사용목적과 부합하지 않아 증권신고서 작성 과정(정정신고)을 다시 거쳐야 하는 등 조달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수요예측이란 기본적으로 시장 수급에 맞춰 적정한 금리 수준을 산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발행사·투자자 등 이해당사자의 이익을 위해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경우 레퓨테이션 손상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조달에 애로를 겪을 수 있고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의 경우 이후 투자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 공모금액 100억원 미만 △CB, EB, BW 등 주식연계채권 △일괄신고서 방식의 무보증사채 △ 자산유동화증권 △ 공모금액 전부를 일반청약자에게 배정하는 경우에는 수요예측을 받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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