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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銀, 후순위채 발행금리 낮추려다 '소탐대실' 소송제기시 승소 장담 못해.."메신저 확약 유효" 선례

이승우 기자공개 2012-05-29 16:37:55

이 기사는 2012년 05월 29일 16: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은행이 후순위채 발행을 돌연 취소하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가고 있다. 기회 손실 측면 외에 당사자인 국민은행 측의 안이한 사후 대응이 투자자들의 불만을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발행 약속을 비공식적인 방법인 메신저를 통해 했기 때문에 구속력이 없다고 국민은행은 해명한다. 하지만 과거 메신저를 통한 확약도 유효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어 실제 소송이 제기될 경우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 갑작스러운 발행 취소.."메신저 확약 유효하다"

지난 23일 국민은행은 후순위채권 발행 취소를 증권사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통보했다. 일방적인 통보에 투자자들은 당황했다. 5000억원 규모로 금리 가이던스까지 줬던 것을 감안하면 발행에 임박한 갑작스러운, 그리고 일방적인 취소 결정이었다.

최초 금리 가이던스는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0.38%포인트 가산금리 혹은 고정금리 4.10% 조건이었다. 취소 당일 오전에는 4.09% 고정금리로 수정, 투자자 모집을 거의 완료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이 정도 과정을 거치면 사실상 발행을 하는 것으로 보고 투자자들은 내부적으로 승인을 받아놓는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후순위채권 발행을 위해 진행했던 과정은 일반적인 채권 발행의 거의 끝무렵이었다"며 "여기서 중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이 후순위채권 발행을 갑자기 중단한 것은 비용 절감 때문. 유럽 위기 등 글로벌 금융 상황을 감안, 좀 더 기다리면 4.09%보다 더 낮은 금리로 발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10년 만기 장기채여서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시간을 더 두면 발행금리를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전략적인 판단을 했다면 투자자 모집 전(前)단계에서 계획을 접었어야 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일부 투자자는 메신저로 5000억원 발행하겠다고 확약을 한 것에 대한 법적 효력이 유효하다는 것을 들어 소송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지난 2008년 현대증권과 동부증권간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거래에서 메신저로 풋옵션을 부여받은 현대증권이 소송을 통해 그 유효성을 입증받았다. 3개월 이후 되사겠다는 동부증권 사원의 메신저 확약이 인정, 현대증권이 승소하면서 풋옵션 행사와 함께 이자비용을 받아냈다. 투자자들이 마음 먹고 소송을 제기하면 국민은행이 불리할 수 있는 셈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국내 채권시장은 장외 시장으로 메신저로 거래가 이뤄져 모든 참가자들이 이를 인정한다"며 "국민은행의 후순위채권 발행 확약은 통상적인 발행 약속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무진에서 이 결정을 뒤집었다기보다는 채권시장 메커니즘을 잘 모르는 결정권자의 결제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본다"며 "근시안적인 판단으로 본다"고 말했다.

◇ "소탐대실"..향후 발행 난항 예상

금융권과 국민은행 내부적으로도 일방적인 후순위채 발행 취소는 '잘못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 신규 발행 혹은 차환해야할 채권이 많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향후에 또 후순위채 발행을 하려고 하면 투자자들이 잘 모이지 않아 오히려 발행금리가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것. 이번에는 절감했지만 향후에는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전형이라는 것.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에는 발행금리를 절감할 수 있겠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기억한다"며 "투자 결정에 더욱 신중해져 수요가 줄어 장기적으로 보면 발행 비용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연기된 후순위채는 1~2개월내 재발행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발행 취소와 함께 금리 수준에 대한 내부적인 부담을 안게도 됐다. 이번에 금리 가이던스로 제시된 4.09%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을 해야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 3월말 현재 국민은행의 후순위채권 발행 잔액은 6조1132억원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에 제시된 금리 가이던스가 4.09%인데 높은 수준이 아니다"며 "그 수준에서 발행을 취소했으니 다음에는 이보다 더 낮지 않으면 투자자들을 우롱한 것에다 스스로 비용을 더 내게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채권 발행 관련해서서는 규제상 거부되는 경우도 있고 수요가 충분치 않으면 취소하는 것도 있지만 이번 건의 경우 '실수'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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