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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미매각, 이러다 시한폭탄 될라 금리 오를 경우 증권사 평가손 또는 유동성 위협 가능성

조화진 기자공개 2012-05-29 17:25:13

이 기사는 2012년 05월 29일 1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수요예측 의무화 이후 입찰 부진에 따른 미매각이 속출하면서 벌써부터 증권사 유동성을 위협할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업은 낮은 조달금리를 원하고 투자자는 적정수준보다 낮은 금리에는 투자를 할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어, 증권사가 떠안아야 할 미매각 물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요예측 의무화 전에는 발행금리가 낮을 경우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금리에 얹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일명 수수료 녹이기)으로 양쪽의 눈높이를 조절해 왔다. 그러나 수요예측 의무화 이후에는 청약과 납입이 분리되는 등 발행절차가 일부 바뀌었고 감독당국과 언론 등의 감시도 강화돼 예전처럼 대놓고(?) 수수료 녹이기를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미매각에 따른 인수물량이 커질수록 증권사의 손실위험과 유동성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미매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가 시장금리보다 발행금리가 낮기 때문에 인수 이후 채권가격이 오르지 않는 한 평가손실에 처하게 마련이다. 또 회사채 보유규모가 크면 클수록 많은 자금이 묶이게 되고, 당장 현금이 필요한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현금화 가능성이 떨어져 일시적인 자금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

일부 증권사는 이같은 위험을 의식한 듯 미매각 가능성이 있는 회사채를 피하는 등 선별적인 총액인수에 나서고 있다. 반면 대표주관과 인수실적을 쌓기 위해 미매각을 적극적으로 떠안으며 총액인수에 나서는 증권사도 없지 않다.

수요예측 도입 후 지금까지 미매각이 발생한 발행사는 STX·코오롱글로벌·SK·대성산업가스·현대백화점·LG실트론 등 6개사로 집계됐다.

STX는 600억원 발행에 400억원이 미매각이었고, 지난 14일 청약마감일까지 추가 청약은 없었다. 인수 비율에 따라 대표주관사인 KB투자증권이 200억원, 인수사인 대우증권과 동양증권이 각각 100억원씩 맡게 됐다. 코오롱글로벌은 아예 기관투자가가 입찰에 들어오지 않았다. STX나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입찰을 진행하기 전부터 일정 부분 리테일 시장에서 소화가 될 것을 감안해 인수단을 꾸렸다.

AA+ 등급의 우량 기업에서도 미매각이 나오고 있다. SK의 경우는 1bp만 발행 금리를 높였더라면 미매각이 없었겠지만 최종 발행금리를 31bp로 결정하면서 700억원이나 유효 수요에서 벗어났다. 현대백화점도 발행 예정인 1500억원 중 200억원이 미매각이다. 수요입찰에는 1800억원이 몰렸지만 그 중 500억원은 현대백화점에서 제시한 금리밴드인 국고3년+21bp~29bp를 벗어났다.

증권사 IB사업부 관계자는 "1bp 정도 차이로 미매각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에게 수수료를 녹여서 넘길 것"이라며 "작지만 이런 부담이 쌓일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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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미매각 발생은 더욱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발행사들의 요구 금리는 수요예측 의무화 이후에도 점점 낮아지고 있고 투자자들은 입찰 보이코트를 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발행사들이 힘의 우위에 있는 편이다. 기관투자가들은 유동성이 풍부한 반면 4~5월 신규 회사채 발행이 급감하면서 어떻게든 투자대상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6월 이후에는 차환발행을 포함해 신규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우리F&I등은 대표주관사 선정을 앞두고 있고 두산건설, CJ CGV 등은 수요입찰을 기다리고 있다. 발행공급 물량이 크게 늘게 되면 기관투자가들이 금리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투자에 나서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매각이 크게 늘게 되면, 수요예측 초기에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섰던 증권사들의 영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미매각 물량을 시장에 소화하지 못해 인수여력이 줄거나 금리 상승으로 손실이 발생해 내부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현대백화점이나, SK, 두산중공업, KT렌탈 등 시간이 지날수록 발행사들이 요구하는 금리가 낮아지고 있다"며 "회사채 신용스프레드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언제라도 급등할 수 있다고 본다면, 미매각을 적극 인수한 증권사들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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