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한은보유 외환은행 지분 사들일까 한은 보유지분 매입시 계열사 합병지분율 확보..자금이 관건
이승우 기자공개 2012-06-12 15:07:38
이 기사는 2012년 06월 12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하나은행과 합병할 수 있는 최소 지분을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당초 시장 매입과 주식 스왑 등 개인 주주를 의식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해 왔는데,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그대로 살 수 있는 '카드'를 쥐게 됐다.기획재정부가 한은 보유 외환은행 지분 매각 지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은과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도 상장 폐지가 수순인 지분을 장기 보유할 이유가 없어 하나지주가 최종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의 실탄 확보와 함께 주가 상승이 뒤따를 경우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받은 외환은행 입장에서는 위협이다. 지분 매입이 이뤄지게 될 경우, 은행 합병 이전 캐피탈사와 선물사, 카드사 등 계열사 간 합병에 우선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 한은, 보유 지분 얼마·언제 팔까
한은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주식은 3950만 주. 지분율로 따지면 6.12%에 해당한다. 지난 1966년부터 1985년까지 총 7회에 걸쳐 3950억 원을 들여 사들였다. 평균 매입단가는 1만 원.
이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길을 정부가 열어줬다. 지난 89년 한국외환은행폐지법률에 따라 재정부 장관이 주식 매각방법 및 절차를 규정할 수 있는데, 최근 이에 대한 지침을 고시했기 때문이다. 매각방법은 한은이 자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매각 후 재정부에 사후 보고만 하면 된다. 장외 블록딜과 더불어 수의계약도 가능하게 돼 있어 한은이 결정만 하면 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론스타 이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지분을 매입하면서 국내 금융산업적인 영향력이 마무리됐다고 판단, 지분 매각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지침이 내려진 이상 한국은행도 매각 시기와 가격에 대해 가늠하고 있다. 주식시장 상황과 한은 재정수지를 고려한다는 전제를 깔면서 '시기'보다는 '가격'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매각가는 매입단가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자 등 그동안의 기회 비용은 외환은행이 수출금융과 무역금융 등 국가 경제에 기여한 것으로 보상을 받았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평균 매입단가 1만 원선이 현실적인 한은의 매각 최저 가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은행 지분은 세금을 들여 사들인 건데 수익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에 기여한 것으로 보상받은 것"이라며 "매입단가를 고려한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외환은행 종가는 8400원으로, 하나금융으로 피인수된 이후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은과 수의계약도 가능해 주가가 1만 원 근방에 오면 실제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의지'의 문제‥합병 결의 요건 임박
한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은 하나금융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그동안 주식스왑 비율과 시장 매입 등 다소 복잡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고민과 절차가 대폭 생략될 수 있다. 단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한 상태에서 지분 매입이 외환은행 측을 압박하는 카드로 오해받을 수 있는 부담은 있다.
하나금융이 론스타로부터 사들인 지분은 57.25%. 올해 2000억 원을 들여 시장 매입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대략 2% 중반 정도다. 여기에다 한은의 지분을 통째로 사들인다고 가정하면 총 지분율은 66% 정도가 된다.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상법상 의결권의 3분의2)'인 66.7%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대략 1% 정도만 더 확보하면 충족 조건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소액주주가 반대하더라도 은행을 포함한 계열사 간 합병을 진행할 수 있다. 외환은행의 반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은행의 독립경영은 제쳐두고라도 양 은행의 계열사 간 합병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카드회사와 캐피탈사 등에 대한 합병 작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캐피탈사의 경우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 내년에는 합병을 구체화해야 한다. 카드사는 내부적으로 시너지 추구를 위해 합병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사업 영역이다.
자금 문제는 짚어봐야 한다. 시장매입분 2000억 원에다 한은 지분 매입자금 4000억 원이 필요하다. 게다가 특별결의 요건 66.7%를 맞추기 위한 추가 지분 1% 정도 매입을 위해 1000억 원이 더 필요하다. 대략 7000억 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그동안 훼손됐던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해 시간을 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하나금융의 연간 순익이 조 단위인 점을 감안하면, 크게 부담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내년 정도면 충분히 자금 동원에 부담이 없을 것으로 결과적으로 의지의 문제라는 것. 단 독립경영 약속에 대한 부담으로 외환은행 측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점차적으로 외환은행 지분율을 높여가는데 한은 지분 매입을 하게 되면 두 은행 간 합병을 위한 지분 확보의 9부 능선을 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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