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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장, 닛산차 생산기지 전락? 8만대 위탁, 자체 판매증가분 고려無.."삼성 안팔리면 닛산 만들겠다" 해석

김장환 기자공개 2012-07-24 09:19:15

이 기사는 2012년 07월 24일 09: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르노삼성에 1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닛산의 차세대 로그 (ROGUE) 8만 대 생산을 맡길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르노삼성자동차는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난 20일 한국을 방문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그룹 카를로스 곤 회장은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최근 내수시장 판매 부진에 따른 수익성 급감으로 위기감을 맞고 있는 르노삼성을 위해 곤 회장이 직접 제시한 구제책이다.

그러나 이런 청사진이 르노삼성의 '위기극복'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내수시장에 판매권을 준 것도 아니고, 단순 생산 후 르노그룹과 닛산에 되팔아 해외로 수출하는 기존의 구조 그대로다. 더군다나 곤 회장은 르노삼성에 "더 이상의 독자적인 투자 계획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닛산차' 위탁생산이 정말 르노삼성을 살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는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부산공장이 단순한 '닛산차 생산기지'로 전락하는 단초를 보여주는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닛산 '로그' 8만 대 위탁생산..'구세주' 될까

유일한 르노삼성 완성차 생산기지인 부산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캐파)은 30만 대 수준이다. 올해 르노삼성이 예상하고 있는 생산·판매량 추정치는 단 17만 대. 지난해 판매량(24만6959대) 대비 68.8%급감한 수준이자, 2007년 판매량(17만2175대)에 머무는 목표치다. 올해 13만 대에 달하는 생산능력을 아깝게 놀려야 한다는 소리기도 하다.

르노그룹은 2014년부터 닛산의 크로스오버 차량인 로그(ROGUE)의 차세대 모델 8만 대를 부산공장에 '위탁생산' 방식으로 맡기기로 결정했다. 공장 생산능력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부산공장의 생산량 수준으로 보면 부담은 없다. 또 르노삼성이 놀고 있는 공장을 돌려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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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는 관련 계획안 자체에 의문시되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르노삼성의 자동차 판매량 증가분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 결정이라는 점에서다.

일례로 단순 추정치로 2014년에 르노삼성 생산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보면, 르노삼성차 17만 대와 닛산 로그 생산량 8만 대를 합쳐 총 23만 대 수준의 생산을 부산공장에서 커버 하게 된다. 최대 캐파를 고려하면 여유분은 단 7만 대 정도. 최소 2년 안에 르노삼성의 생산·판매량이 22만 대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기본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지난 20일 곤 회장의 기자회견장에서도 이와 관련된 질의가 몇몇 있었다. 첫째는 부산공장에 닛산 자동차 8만 대를 위탁하면 기존 르노삼성 판매량 확대를 위해 증설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것, 둘째는 앞으로라도 그럴 계획을 염두에 두고 짠 전략이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곤 회장은 대답은 한 마디로 "NO!"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캐파 확대를 지금 생각하고 있지 않다. 전체 캐파가 30만 대 인데 올해는 생산량이 17만 대로 예상돼 13만 대를 추가 생산할 수 있다"며 "좀 더 경쟁력 있는 효율성을 갖춘 그런 '플랜트'가 되기 위해 남아있는 캐파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확대는 없다"고 못 박았다.

게다가 이번 르노그룹이 밝힌 1억6000만 달러의 투자비 역시 르노삼성을 위한 투자 할당량은 전혀 없다. 순전히 닛산의 '로그' 생산을 위한 라인 개조 자금이기 때문이다. 곤 회장은 "1억6000만 달러는 한 차종(로그)만을 위한 투자금을 말하는 것이다. 닛산 로그 수출을 커버하기 위한 투자금"이라며 "만약에 필요하다면 추가 투자가 있을 수는 있지만, 아직 계획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르노삼성 안 팔리면 닛산 만들겠다."..부산공장 생산기지 전락?

그렇다면 과연 닛산의 '로그' 모델 위탁생산이 르노삼성에 얼마나 득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익 개선에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품의 국산화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닛산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 르노삼성이 지니고 있는 수익 구조의 '딜레마'와 일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선 현재 르노삼성은 닛산으로부터 부품의 50% 이상을 매입해 완성차를 만들고 이를 다시 르노본사와 닛산에 되파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르노본사의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75개국으로 자동차가 수출된다. 여타 국내 자동차회사들과 달리 독자적인 해외 수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지 않아 판매마진은 고스란히 르노와 닛산으로 가고, 나머지 생산마진만 르노삼성에 유입되는 구조다.

이런 구조는 해외에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르노삼성이 르노, 닛산 브랜드를 가지고 유럽 및 북미 시장에 진출해 판매율을 높이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판매마진을 자사에서 가져갈 수 없을 뿐더러, 모기업과 관계사에 완성차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마진을 최대화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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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르노삼성 수익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완성차를 만들 때 닛산에서 50% 이상의 부품을 끌어다 쓰고 있다는 점에 있다. 지난해 엔고가 발생해 부품 값을 두 배 가까이 올려서 지불하기도 했다. 르노삼성 차량이 수출시장에서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손해를 보는 딜레마가 발생한 셈이다. 물론 르노그룹 전체로 봤을 때는 르노삼성을 통해 닛산과 르노본사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닛산의 위탁생산은 똑같은 '구조의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일단 르노본사는 르노삼성의 완성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2013년까지 최대 80%까지 국산화 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위탁생산이 결정된 로그는 전혀 다르다. 닛산에서 원하지 않으면 100% 닛산 부품을 활용할 여지도 있다.

곤 회장은 "닛산은 현재 르노삼성 자동차에 로그를 위한 가장 최고의 경쟁력 확보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필요한 만큼 부품을 국산화해달라는 것이기도 하다"며 "비용 경쟁력 측면에서 접근,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부품 국산화는 로그를 위해 르노삼성과 닛산이 직접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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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그룹 카를로스 곤 회장 르노삼성 부산공장 방문 사진(왼쪽에서 두번째). 우측 끝은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

하지만 그는 "(로그차량에 부품 국산화의) 퍼센트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과연 닛산이 자사의 부품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최대의 이익을 누리는 현재 구조에서 조금이라도 양보를 할 것이냐에 대해 의문이 많다. 결국 위탁생산을 통해 닛산과 르노본사의 마진만 최대화하고, 르노삼성은 역시나 최소 이익만을 남긴 채 차량을 생산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위탁생산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르노그룹의 이번 닛산차 위탁생산 결정이 르노삼성의 단순 생산기지 전락을 암시하는 사례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삼성'이 안 팔리면 앞으로 '닛산'을 부산공장에서 만들겠다"는 르노그룹의 의중이 반영된 '위탁생산'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의 '독자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부품의 국산화, 수출시장에서 독자적인 딜러망 확보 등의 문제 해결이지만, 르노그룹에서 들고 나온 것은 단순히 현재 르노삼성의 수익구조의 단점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위탁생산"이라며 "결국 '삼성이 안 팔리면 잘 팔리는 닛산 혹은 르노를 대신 만들면 된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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