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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과 대비되는 오리온, 중국 성공 비결은? 탁월한 현지화, 중국 매출 국내 앞질러... 1조원 기대

신수아 기자/ 정준화 기자공개 2012-08-16 15:17:49

이 기사는 2012년 08월 16일 15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제과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나홀로 승승장구하는 오리온의 성공 전략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오리온은 1993년 중국 시장에 첫 발을 디딘 이후 꾸준히 확장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의 절반을 중국시장에서 거두며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시장은 '기회'와 '위기'가 상존해, 섣부른 도전은 실패를 자초한다. 일본 본사를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한 롯데제과는 현지 시장 적응에 실패한 후 한국 법인이 나섰으나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해태-크라운 제과는 최근 중국 법인의 철수 절차에 들어갔다. 철저한 시장 분석과 현지화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혀가고 있는 오리온의 전략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화교 출신 회장, 무리한 중국 진출보단 시장 조사를 중시해

오리온의 중국 시장 성공 뒤에는 담철곤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담철곤 회장은 화교 출신으로 누구보다 중국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기업인으로 알려져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 기업으로는 가장 먼저 북경에 현지 사무소를 세운 담 회장은 1997년 북경에서 초코파이를 첫 생산할 때까지 현지 시장 조사에 전념했다.

현지 생산을 시작하고 판매를 개시할 무렵 담 회장은 외상 거래를 금지시켰다. 국내 여타의 제과업계들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부분이 바로 '외상 거래'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외상거래를 늘리지만 결국 현금 결제가 되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한 것.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과도기적 중국 비지니스 시장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외상 거래'는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이를 간파한 담회장은 '현금거래'를 고집한 것이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은 아직 신뢰성 관리가 안되는 측면이 있어, 매출 채권들이 회수가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담회장은 2002년 중국 법인에 대한 본사 지원을 끊었다. 독립채산제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홀로서기를 하라는 주문. 당시 적자 상태였던 중국 법인은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했고, 독자 경영 이후 매출은 오히려 50% 이상 신장했다. 또한 본사와 중국 법인간의 직원 순화근무제를 폐지해 한국인 직원들은 대부분 10년 이상을 중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지 상황에 정통한 직원들이 오리온의 중국 시장을 진두 지휘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중국인을 사로잡은 현지화, 다양한 제품군으로 제 2의 도약

중국 시장에서 오리온은 철저한 현지화에 나섰다. 초코파이의 경우, 한국인의 정서를 아우르는 '정(情)'이란 단어가 마케팅 성공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중국에선 달랐다. 중국인들이 사회교류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바로 '인(仁)'이라는 점을 놓치지 않고, 포장지에 인(仁)자를 삽입했다. 한국식 이름도 과감히 버리고 중국인들에게 친근한 이름을 채용했다. 초코파이의 네이밍도 '좋은친구'라는 의미의 중국식 '하오리여우파(好麗友派·좋은친구라는 뜻과 파이의 합성어)`로 바꿨다. 무뚝뚝한 중국인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감성' 자극 전략이었다.

중국인의 입맛도 고려했다. 밀가루보다는 감자를 더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고래밥의 경우 감자를 반죽의 주원료로 사용했다. 또한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시즈닝을 과감히 채용했다. 오감자와 예감의 스테이크맛이나 토마토맛 등 한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맛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여기에 판다를 사랑하는 중국인들을 위해 특별히 판다 모양 파이(카스타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틈새시장 공략도 잊지 않았다. 중국 과자 시장은 보통 스낵이면 스낵, 비스켓이면 비스켓 처럼 단순한 과자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오리온은 초콜렛과 파이가 만난 초코파이를, 비스켓과 스낵이 결합된 고래밥과 예감 등 중국 소비자들에게 생소한지만 매력적인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진출 초기에는 '초코파이'라는 단일 제품만 선보였다. 오리온이 가장 잘하는 제품으로 브랜드력을 쌓겠다는 계획이었다. 1997년 생산이후 3년간 초코파이만 만들어 팔았고, 판매 시장도 오직 대도시로 한정했다. 초코파이로 인지도를 쌓은 이후에야 매년 하나 남짓 신제품을 내놨다. 2001년 껌, 2004년 초코송이, 2005년 고래밥을 출시하고 이후 예감과 오감자를 차례로 선보였다. 대도시 상점부터 점차 판매점을 늘려나가며 신중하게 시장 반응 부터 살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야한다는 압박감에 제품수를 무턱대로 늘리는 경우가 있다. 당장에는 매출 볼륨을 키울 수 있겠지만, 철저한 관리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잘 쌓아놓은 브랜드 인지도를 해치고,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할 경우 자칫 잉여 설비를 쌓는 결과만 낳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단기간의 '베스트셀러'가 아닌 장기의 '스테디셀러'를 만들겠다는 오리온의 전략이 중국 시장에서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오리온 중국 현지 생산기지 현황

◇중국 매출, 국내 매출 앞질러... 1조 원대 매출 목표

오리온은 올해 1분기 중국 매출이(2563억 원) 처음으로 국내 매출( 2090억 원)을 앞질렀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지 15년 만의 일이다.

그간 대도시와 대형 마트 중심이던 영업망을 소형 유통채널로 확대하고 소도시로 판매지역을 확장한 것이 터닝포인트였다. 오리온은 그동안 대도시 중심(1·2급 도시)의 마케팅에 집중했다. 그러나 최근 포화상태에 이른 대도시 유통 망에서 벗어나, 중국 정부의 내수촉진책과 맞물려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되는 소도시로 판매망 넓힌다.

2000년 대 초반만 하더라도, 중국 매출은 국내 매출의 20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중국 법인도 줄곧 적자 상황에서 허덕였다. 그러나 매출은 꾸준한 현지 공략에 힘입어 매년 50% 이상 성장했다.

오리온의 매출 성장의 비결은 다양한 제품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데 있다. 증권사의 다른 애널리스트는 "여타의 글로벌 기업들은 초콜렛이면 초콜렛, 쿠키면 쿠키 등 한가지의 제품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 그 말은 그 제품이 견인할 수 있는 매출의 캐파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오리온의 경우 파이, 스낵, 껌, 비스켓 등 각각의 제품군이 각자의 매출 볼륨을 키워 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자일리톨, 오감자, 고래밥, 예감 등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기존 5개 제품의 매출을 각 10억 위안(한화 약 1천8백억원)의 고른 규모로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외 초코송이, 스윙칩, 카스타드 등 성장성을 갖고 있는 제품도 각각 5억 위안(한화 약 9백억원)으로 매출로 늘리고 신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이미 중국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질렀다. 올 한해 중국 매출은 1조 원 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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