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이 생각하는 KAI 인수가는? '1조1000억 내외' 염두.. 매각 측 기대가와 괴리 커 딜 무산될 수도
정호창 기자공개 2012-08-22 18:26:02
이 기사는 2012년 08월 22일 1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 보였지만, 실제 조 회장이 염두에 둔 인수 가격은 시장 예상치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말이라는 정치 변수 외에 거래가격이란 변수까지 겹쳐 딜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조 회장은 KAI 매각이 표면화된 이후 적극적인 인수의지를 나타내면서도 가격 문제에 대해서 "국제 기준에 비해 너무 고평가 돼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이 생각하는 적정 매각가는 인수합병(M&A) 업계의 큰 관심사였다. 한진그룹의 대한항공이 이번 매각전의 사실상 유일한 입찰후보인 탓에 딜의 성사 여부가 그의 의중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조 회장이 염두에 둔 적정 인수가는 1조1000억 원 내외"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은 현재 KAI의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높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그 이상의 가격으로 무리하게 인수할 의도는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말이 사실일 경우 이번 딜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M&A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조 회장이 생각하고 있는 가격은 한국정책금융공사(KoFC)를 비롯한 KAI 주주협의회가 매각할 지분 41.75%(4070만 주)의 시가 수준에 불과하다.
22일 종가(2만6350원) 기준 KAI 매각지분의 가치는 1조724억 원 정도다. 그나마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인데도 조 회장의 희망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KAI 주가는 4만 원에 육박했다. 이 경우 매각지분의 가치는 1조6280억 원까지 올라간다.
조 회장의 계산대로라면 KAI 주주협의회가 챙길 경영권 프리미엄이 한 푼도 없는 셈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KAI 지분의 매각가를 1조4000억~1조5000억 원 규모로 예상했다.
M&A 업계 관계자는 "인수자 입장에서 KAI 주가가 고평가됐거나 거품이 있어 보일 수도 있지만, 주가는 시장의 평가를 의미하는 것이고 거기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조 회장의 눈높이가 그 정도라면 이번 딜은 사실상 깨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책금융공사가 프리미엄 없이 시가로 매각할 리 없고, 설사 있다고 해도 '특혜 시비'에 휘말릴 게 분명하기 때문"이란 설명이 덧붙었다.
조 회장과 대한항공은 KAI가 지난 1999년 출범한 후 2003년, 2006년, 2009년 등 지분매각 논의가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인수전에 참여했다. 하지만 2003년 대우종합기계, 2006년 두산과의 협상 때도 가격 문제로 거래가 무산됐다. 이번에도 과거 사례가 재현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31일 공고를 내고 본격화 된 KAI 매각작업은 지난 16일 인수의향서(LOI) 접수, 20일 예비입찰 공고를 내고 현재 예비입찰제안서를 접수받는 단계에 있다. 현재 LOI를 제출한 곳은 대한항공 뿐이지만 이달 말까지 LOI를 제출하면 예비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KAI 매각은 국가계약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공개입찰에 둘 이상의 후보가 참여해야 유찰을 피할 수 있으며, 공개입찰이 두 차례 무산되면 수의계약 방식의 매각이 가능하다.
M&A 업계에서는 현재 대한항공 외에 마땅한 인수후보가 없어 공개입찰이 유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대한항공이 수의계약을 통해 KAI 인수에 성공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왔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인수 희망가에 변화가 없다면 이런 시나리오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연막 전술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은 입찰에서 실제로 얼마를 써내느냐가 관건 아니겠냐"며 "연막작전일 수도 있고 생각이 바뀔수도 있기 때문에, 시작 단계에 불과한 현 상황에서 뭐라 단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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