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11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영업이익을 넘은 것은 재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장면이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선두 지위를 공고히하고 삼성전자가 추격하는, 과거에는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 연출됐다.특히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올 10월 8일 간략한 잠정실적 발표와 맞물려 과감한 반성을 담은 '사과문'을 발표한 것도 큰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적 부진에 대해 사과한 건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전 부회장의 이례적인 반성문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부에는 그런 내용을 외부에 공식 밝히는 것을 반대하는 임직원들이 있었다. 또 현재 삼성전자의 의사결정 구조 문제도 있다. 전 부회장은 나름의 큰 각오를 하고 과감하게 돌파해야 했다.
지금 전 부회장에 주어진 과제는 수두룩하다. 특히 연말 사장단·임원 인사와 그 직후에 당면한 과제는 DS부문의 반전을 위한 제대로 된 포메이션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 안팎에서 지적되는 DS부문의 파벌 타파 등이 이번 인사에서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이는 홀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번 인사에서 전 부회장이 내부 정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해결 등에 관해 스스로 알아서 모든 걸 돌파하라는 논리가 우세해져서는 안된다.
그가 산전수전을 겪은 백전노장으로서 아무리 고군분투하더라도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재용 회장의 조력이 없다면 외로운 사투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삼성전자와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에 대한 대접을 확실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곽 사장이 전세기를 타는 것에 대해 터치하지 말라는 배려까지 했다는 얘기가 돌아다닐 정도다.
이번 인사도 곽 사장에 힘을 싣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내부에 유력 라인이 있어 HBM에서 성과를 거둔 곽 사장을 견제하고 있는데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 부회장에게는 그 어떤 물질적인 보상들이 중요한 시점이 아니다. 그에게 필요한 건 DS부문 조직을 제대로 통솔할 수 있는 영(令)이다. 그래야 그가 사업, 조직문화, 노조 협상 등에서도 더 적극 나설 수 있다. 내부의 반대를 돌파하고 사과문을 발표한 것처럼 말이다.
지금 삼성전자는 전방위적인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HBM에서 반전을 이루지 못하면 내년부터 경쟁사와 격차가 급격히 커질 것이란 분석이 관련 업계에서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미국기업들의 약진이 거세질 수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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