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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채, 시장형성 쉽지 않겠네 투자자들, 우량기업의 고금리채권 원해…발행기업과 눈높이 차이 커

조화진 기자공개 2012-09-04 13:55:49

이 기사는 2012년 09월 04일 13: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이면서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하이브리드채권(신종자본증권)이 기업의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부각될 지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4월 상법 개정으로 그동안 금융기업만 가능했던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이 비금융 기업에도 문호가 개방되면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업들이 부쩍 늘고 있다.

실제로 CJ제일제당 인도네시아법인이 비록 사모 형태이기는 하지만 아리랑본드 형식의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에 지난 4월 성공했다. 또 두산인프라코어가 외화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고 현대상선 한진해운 STX팬오션 등 해운사들 역시 발행을 검토했거나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 역시 부채비율을 낮추면서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을 물색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 하이브리드채권이 국내 기업 자금조달의 축으로 떠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발행을 원하는 기업들과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확연히 다르다는 게 가장 큰 난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밖에도 △발행사와 투자자들 간의 금리 인식 차 △자본 인정 여부 △발행사들의 신용등급 △금융감독 당국의 보수적인 입장 등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 일반 기업 발행 시도 '번번이' 실패

CJ제일제당 해외법인인 PT CJ 인도네시아(PT Cheil Jedang Indonesia)는 지난 4월 만기 30년의 하이브리드채권 2000억 원을 사모 방식으로 발행했다. CJ제일제당이 지급보증을 서고 BNP 파리바증권이 단독 주관사로 참여했다. 이후 STX팬오션, 현대상선, 두산인프라코어, 롯데건설, 한진해운 등 다수의 기업들이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에 관심을 보였다. 회사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발행이 무산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투자자 모집 실패 혹은 금융당국의 승인 거절 등으로 발행이 성사되지 않았다.

증권사 IB 관계자는 "일반기업 입장에서 자본으로 인정받기 위한 발행조건을 충족하면서도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채권이 자본으로 인정되는 조건은 △비누적적 영구 우선주 또는 채권 형태일 것. 다만, 만기는 30년 이상 △보완자본보다 후순위 특약 조건일 것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경우 배당금 지급 정지 △배당 지급기준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당시에 확정되어 있어야 하고, 배당 지급기준의 상향조정 범위는 최초 신용가산금리의 50% 이내일 것 △배당시기와 배당규모의 결정권을 가질 것 △발행 후 5년 이내에 상환되지 아니하며, 신종자본증권 보유자의 의사에 의한 상환이 허용되지 아니할 것 등 6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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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금융감독원

만기가 사실상 영구채에 가까울 정도로 길고 상환순위가 보통주 빼고는 최 후순위이다 보니 투자자들의 요구는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금리는 선순위 회사채보다 높아야 하고 신용등급은 최소 AA급은 돼야 한다는 게 기관투자가들의 생각이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과거 은행의 후순위채나 하이브리드채권처럼 발행 후 5년이 되는 시점에 사실상 행사가 확실한 콜옵션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콜옵션 행사를 강제하기 위해 5년 이후에는 금리를 상당 수준 올려주는(step-up) 조건을 요구하는 게 일반화 돼 있다.

그러나 AA급 이상의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 중 하이브리드채권에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매우 드문 게 현실이다.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에 관심을 보인 기업들 대부분이 A급 이하 기업들로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금리가 상당히 높거나 상환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으면 투자하기 어려운 곳들이다.

우량 발행사들의 경우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것 외에도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자본으로 인정해 주는 지도 관건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최고 신용등급을 보유한 A사의 경우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리드채권의 신용등급이 기업신용등급보다 1~2 노치(notch) 낮은 점을 감안해도 AA급이라 투자자들 역시 군침을 흘렸지만 결국 발행을 포기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에서 자본으로 인정하는 비율이 25%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 국·내외 투자자가 원하는 건 '고금리 회사채'…저금리 지속되면 인기 끌 수도

발행 5년 후 콜옵션 행사가 확실하다면 투자자들의 선호를 높일 수 있다. CJ제일제당 인도네시아법인이 발행한 하이브리드채권 역시 투자자들이 영구채가 아닌 5년짜리 우량등급 회사채로 보고 매입했다는 후문이다. 회사가 5년 후 되사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는 얘기다. 더구나 발행금리가 CJ제일제당의 5년물 선순위채 개별 민평(발행일 기준 4.03%)보다 훨씬 높은 5.77%에 달했다.

외화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을 추진 중인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도 5년 후 콜옵션이 부여될 것으로 알려졌다. 큰 폭의 스텝업 조항도 포함되어 있어 이미 투자자 확보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금리도 6% 내외로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어울렸다는 전언이다.

증권사 신디케이트부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높은 발행사가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한다면, 5년물 회사채나 똑같지만 금리는 높은 셈이 된다"며 "부도가 나기 그 이전에 선순위채, 후순위채, 하이브리드채권은 모두 똑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DCM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지금처럼 저금리 시기가 장기화 될 것으로 보고 자본을 늘릴 필요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채권은 조만간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콜옵션 행사가 확실하다면, 또 콜옵션 행사를 강제하기 위해 스텝업 조항이 있다면 국제회계기준에서 자본으로 분류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부채비율을 떨어뜨릴 목적으로 하이브리드채권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에게는 최고의 선결과제다. 또 설사 자본으로 인정된다고 해도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차입금으로 취급할 가능성이 높아 기업 신용등급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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