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11월 14일 12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쇼핑이 인천광역시로부터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를 매입키로 한 투자 약정이 절차상 과오 때문에 법원 심판대에 올랐다. '수의계약'이 어려운 거래인데도 법률을 위반해 수의계약을 했는지와 이 거래를 처음으로 되돌려야 할 지를 판단하는 게 심판의 요지다.법률 위반 여부는 재판부가 가려야 할 몫이다. 다만 드러난 거래 실태만을 보면 현행법에 허점이 뚫려 있고, 국내 굴지의 재벌이 이를 입맛대로 요리했음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 있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롯데쇼핑과 인천시가 1조원에 달하는 부지 및 건물을 수의계약으로 거래할 수 있었던 법리는 '외국인투자 특례' 제도에서 비롯됐다. 요약하면,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 10%만 외국법인이 인수하면 해당 SPC는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대접받는다. 외국인투자기업은 인천시와 수의계약으로 '조 단위 또는 경 단위' 자산까지도 '수의' 형태로 거래할 수 있도록 보장된다. 롯데는 외국인자본 10%를 끌어들이기로 했으므로 인천종합터미널을 인천시와 수의 계약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법률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게 인천시와 롯데측 주장이다.
실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은 '지방자치단체(인천시)의 조례로 정하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하여 필요한 재산을 매각하는 경우에는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인정한다. '외국인투자촉진법'도 국·공유재산을 임대·매각할 때 외국인투자기업에게는 수의계약으로 사용수익 또는 대부나 매각할 수 있다고 했다. 적용 가능한 법 조항만 보면 문제가 없는 거래인 셈이다.
그러나 상식적인 의문을 짚어보자.
첫째, 투자약정을 체결한 롯데쇼핑이 왜 외국인투자기업 대접을 받는가? 부지를 사기로 약정을 체결한 주체는 외국인투자기업이 아닌 롯데쇼핑이었다.
둘째, 인천종합터미널 부지에는 이미 국내 백화점과 터미널이 들어서 있는데 터미널이라는 공공성을 유지한 채 이 부지를 외국인투자 부지로 바꾸는게 쉬운가? 그렇지 않아도 혼잡한 주변 교통은 어떻게 처리할것인가. 인천시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롯데가 필요했던 건 아닌가.
셋째, 터미널이 포함된 부지는 처분에 제약이 따르는 '행정재산'으로 볼 수도 있는데 마치 처분이 용이한 '일반 재산'처럼 인천시장 마음대로 매각한 건 아닌가.
우리나라에는 국·공유재산의 처분 관련 법률이 상당히 많다. 대표적 법률은 국유재산법,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국가계약법, 지자체 계약법, 국세징수법 등이다. 모두 인천종합터미널과 같은 조단위에 육박하는 거액 재산의 수의계약을 인정하지 않는다. 금액이 클수록 기준은 엄격하다. 대형 거래 중 유독 외국인투자기업 특례 제도가 예외인데, 롯데와 인천시는 이 제도의 빈틈을 '콕' 집어 파고들어 거래를 성사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 곳에서 뒷말이 나온다.
인천종합터미널과 비슷한 개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롯데송도쇼핑타운'의 경우 초기 외국인투자지분 10%를 유치하겠다고 했으나 투자지분 전액을 롯데 계열사가 부담한 상태다. 물론 추후 사업비 형태로 자금을 유치받을 수는 있지만 지켜질 지 여부를 알 수가 없다. '검은머리 외국인'이 투자한 법인도 외국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다. 인천종합터미널도 비슷한 꼴이 될 수 있다.
인천시 국정감사에서는 '외국인투자기업에게 수의계약으로 매각할 수 있다'는 특례 규정인데도, 법 적용시 '외국인투자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게 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는 식으로 왜곡 적용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를 탈바꿈시키겠다는 롯데측 청사진은 고작 백화점, 마트, 영화관 등이 들어서는 복합상업몰로의 개발이다. 그런데 이미 신세계가 같은 자리에서 백화점과 마트 영업을 하고 있다. 영화관 CGV도 이미 들어와 있다. 같은 기능을 가진 상업몰로 '소유주'만 바뀌어 변신할 뿐인데, 왜 이 자리에 외국인자본 유치가 필요한지 논리도 애매모호하다.
롯데쇼핑은 '한 방'에 신세계를 인천에서 쓰러뜨리려 했고, 인천광역시는 '한 방'에 재정난을 해결하고 싶었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고 보는 일부 시각이 있다. 그러나 롯데쇼핑은 주주의 가치를 담보로 무리한 투자를 한 건 아닌지, 인천시는 시민의 공유재산을 불투명하게 처리한 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절차보다 목적을 중요시했다는 눈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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