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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네트웍스, '웨스트파인' 인수 배경은 매각前 골프장 인수 매력·자산규모 상승 vs "단순 시간 벌기용"

김장환 기자공개 2012-12-26 14:43:00

이 기사는 2012년 12월 26일 14: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양네트웍스가 계열사 동양레저의 골프장 매입을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양그룹이 전반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계열사간 자금 지원 형태로 자산 매각이 이뤄졌다는 점이 관심의 초점이다.

계열사 지원 여력이 떨어지는 동양네트웍스가 인수자로 나서면서 이번 골프장 매각 이면에 또 다른 의미가 숨어있는게 아니냐는 의견이다. 업계에선 매물로 내놓을 동양네트웍스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의사결정이란 판단을 내놓고 있다. 다만 동양그룹 측에서는 골프장 매각을 위한 '단순 시간 벌기'의 의미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양네트웍스는 동양레저가 보유하고 있던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웨스트파인 골프장 부지 및 시설물 일체를 매입하기로 했다. 매입가액은 793억3072만 원으로 동양네트웍스의 자산총액 대비 39.4%에 달하는 수준이다.

동양네트웍스에 따르면 570억 원은 계약금으로 이미 동양레저로 유입된 상태다. 오는 28일 잔금을 모두 지불하면 거래가 최종 마무리된다. 동양레저는 유입된 자금을 모두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손익 악화가 지속되면서 재무 부실이 심각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동양레저 재무제표

지난해 말 기준 동양레저는 이미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1839억 원대 자본잠식에 빠져있다. 자산규모는 5592억2724만 원, 부채가 7426억6542만 원이다. 총차입금이 5167억4106만 원에 달하고 현금성자산은 3억2219만 원에 불과했다. 순차입금이 5164만 원이다.

올해 재무건전성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예측된다. 당장 동양레저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이 골프장에 국한돼 있는 만큼 경기 침체로 인해 실적이 부진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동양레저는 계열사 동양파이낸셜 대부로부터 빌려온 550억 원대 3개월짜리 단기차입금을 지난 1년간 연장해오고 있기도 하다. 올해 심각한 유동성 부족으로 자금을 갚을 여력이 없자 만기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웨스트파인 골프장을 매입한 동양네트웍스 역시 재무 상태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동양레저보다는 여유가 있지만 그렇다고 여타 계열의 자금지원에 나설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동양네트웍스 재무제표

동양네트웍스는 3분기 말 개별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이 313.7% 정도다. 전년 말(172.4%)대비 141.2%포인트가 증가한 수치다. 총차입금은 373억 원으로 같은 기간 130억 원 가량이 증가했다. 현금성자산은 181억 원으로 100억 원 정도가 줄면서 순차입금이 191억 원까지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동양레저의 골프장을 매입한 데는 동양네트웍스의 '매각 전 덩치 키우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양그룹은 최근 고강도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선언하면서 레미콘, 가전사업부의 매각을 결정했다. 계열사 중에서는 동양매직과 더불어 동양네트웍스가 매각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동양네트웍스 매각이 원활하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동양네트웍스는 유통 및 SI(기업전산통합시스템) 등 그룹의 물량을 바탕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곳이다. 매각 후 동양그룹 매출이 떨어져나갈 수 있어 원매자를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동양네트웍스가 웨스트파인을 인수하게 된 것은 향후 매각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산을 늘리는 동시에 매력도가 높은 골프장까지 확보하게 됐다는 점에서다. 이를 통해 원매자를 찾기가 더욱 순조로워질 것이란 평가다.

또 당장 급전이 필요한 동양레저 역시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동양레저는 오래전부터 웨스트파인 골프장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회원제가 아닌 퍼블릭 골프장이어서 매각에 유리할 것이라고 봤지만, 경기 한파가 발목을 잡았다.

겨울철 비수기까지 겹치자 최근 시장에서 인수 희망자들이 부르는 가격은 적정가(800억~850억 원)보다 한참 떨어지고 있기도 하다. IB업계에서는 최근 웨스트파인 가격이 약 600억~650억 원대까지 하락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동양레저는 동양네트웍스에 정상가에 골프장을 넘기면서 한시름을 덜게 됐다. 또 동양네트웍스 역시 매각 협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계열사간 골프장 매각·인수는 이를 고려한 움직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동양그룹 측에서는 에너지, 증권을 제외한 많은 사업부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다면서도 동양네트웍스는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골프장을 매입한 것은 비수기를 지나 가격이 적정 수준까지 올라설 때까지 기다리기 위한 목적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헐값에 넘기느니 프라이스 업을 해서 매각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동양네트웍스가 웨스트파인을 매입하기로 한 것이고 시장 상황이 풀린 이후에 골프장 재매각에 나설 계획"이라며 "동양네트웍스 자체가 SI업체로서 외부에 매각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번 (시멘트, 에너지, 금융을 제외한 계열사 매각) 구조조정에서는 제외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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