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1월 18일 10: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입장 번복'에 '아전인수격 요구'에 이르기까지 보험사의 최저보증이율 리스크 완화 요구가 도를 넘고 있다.최저보증이율이란 보험사가 금리연동형 상품 판매시 보험계약자에게 아무리 금리가 떨어져도 보장해 주겠다고 약속한 최저 금리로, 과거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보험사의 공시이율이 4% 초반까지 하락하면서 역마진 리스크에 이어 최저보증이율 리스크가 보험사 경영에 중대한 위협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증권시장에선 일부 생명보험사의 공시이율이 3.75%로 떨어질 경우 최저보증이율 리스크 부담으로 건전성 비율인 RBC비율이 100%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저보증이율 위협이 부각되면서 현재 금융감독 당국과 업계에선 부담 완화를 위한 RBC제도 개선안을 논의 중이다.
현행 RBC제도에선 공시이율이 최저보증이율 수준으로 떨어지는 순간 RBC비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구조다. 반면 논의 중인 개선안에선 공시이율이 최저보증이율 금리의 ±100bp 구간에 접어들면 순차적으로 RBC비율이 하락한다. '계단식'으로 불리는 현행 제도와 달리 순차적으로 리스크를 반영한다고 해서 개정안은 '슬라이딩식'이라고 불린다.
슬라이딩식은 계단식에 비해 좀 더 합리적이고 선진화된 방식으로, 최저보증이율이 현실화되기 전인 지난해 초부터 금융감독 당국이 검토해 온 방식이다. 현재 보험사는 슬라이딩식의 적용에 대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당시 공시이율 경쟁을 펼치던 보험사는 최저보증이율 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고, 금융감독 당국의 슬라이딩식 제도 개선 추진에 반대했다. 실현가능성이 낮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순차적이라곤 하지만 기존보다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 요구량이 늘어난다는 이유에서였다.
최저보증이율 리스크가 최근 현실화되자, 보험사는 현 제도보다 리스크 요구량 수준이 적은 슬라이딩식이야 말로 선진화된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도는 같은데 환경 변화로 슬라이딩식이 회사에 유리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반대'에서 '환영'으로 입장을 번복하는 낯 부끄러운 모습이다.
보험사의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입장번복은 인지상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슬라이딩식보다 유리한 변종 슬라이딩식 제도 적용까지 요구하는 일부 생명보험사의 요구는 '몰염치' 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변종 슬라이딩식 제도는 공시이율이 최저보증이율 이하로 떨어질 경우 리스크 요구자본을 순차적으로 늘린다는 점은 기존 슬라이딩식 제도와 동일하지만, 공시이율이 최저보증이율보다 높으면 리스크 요구자본을 기존 계단식처럼 최소한도로 가져가는 구조다. 계단식과 슬라이딩식에서 보험사에 가장 유리한 부분만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업계 내부에서 조차 '무리한 요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과유불급'의 경구를 되새기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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