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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의 팬택 지분 투자,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연 5000억 넘는 매출처 지키려 261억 수혈‥ '윈-윈 전략' 위한 증자인 셈

정호창 기자공개 2013-01-22 17:33:45

이 기사는 2013년 01월 22일 1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퀄컴이 유상증자를 통해 팬택에 자금을 지원하고 지분을 늘리기로 한 것은 양사의 '윈-윈'을 위한 협력 차원으로 해석된다. 팬택은 당장 필요한 운용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퀄컴은 연간 5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안겨주는 고객을 지킬 수 있어 이해가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22일 금융감독원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휴대폰 제조업체인 팬택은 미국 퀄컴을 대상으로 261억5231만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납입일은 다음달 7일이며, 발행될 신주의 수는 5230만463주이다.

이번 증자가 완료되면 퀄컴은 팬택의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퀄컴은 현재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율 14.14%)에 이어 팬택 지분 11.46%를 보유한 2대주주다. 팬택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 있던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팬택으로부터 받을 로열티 7500만 달러를 출자전환하고 얻은 지분이다.

퀄컴의 지분율은 이번 증자 후 14.01%로 올라가고, 산업은행의 지분율은 13.73%로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퀄컴의 최대주주 등극으로 인한 경영권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지분율이 소폭 변동해 단일 주주의 순위가 바뀌긴 했지만, 산업은행을 포함한 11개 채권단으로 구성된 주주협의회가 여전히 50% 가까운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퀄컴과 채권단은 이번 증자를 추진하기 전 경영권 불참에 대한 합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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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 증자는 M&A 차원이 아니라 팬택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는 셈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수익성이 떨어져 운영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팬택이 채권단과 퀄컴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은 지난해 3분기 17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지난 2007년 2분기 이후 21분기 만에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팬택은 이번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스마트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퀄컴이 팬택에 대한 자금 수혈을 결정한 이유는 안정적인 매출처 확보와 출자전환한 주식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팬택이 경영상 어려움으로 다시 워크아웃에 돌입하거나 도산할 경우 퀄컴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 연간 수천억 원의 매출을 안겨주던 고객사를 잃게 될 뿐 아니라, 7500만 달러 어치의 주식이 휴지가 된다.

팬택은 로열티와 휴대폰용 통신칩 구매비 등을 통해 퀄컴에게 연간 5200억 원의 매출을 안겨주는 기업이다. 2011년 기준 로열티로 1230억 원을 지급했고, 부품 구입비로 퀄컴의 자회사에 4000억 원 가량을 지불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로열티 1119억 원, 부품비 2500억 원 등 총 3619억 원 규모의 거래를 퀄컴과 했다.

퀄컴 입장에선 팬택을 도와줄 경우 261억 원을 투자해 그보다 20배 이상 큰 5200억 원의 매출을 유지하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대되며 퀄컴의 시장 지배력이 예전 같지 못한 것도 퀄컴이 팬택을 외면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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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은 피처폰(일반 휴대폰)이 주류이던 시절 휴대폰 업계의 제왕이었다. 세계에서 유통되는 휴대폰의 90% 이상에 퀄컴의 기술과 부품이 사용됐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상황이 변했다.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에선 과거와 달리 퀄컴의 입지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퀄컴의 AP칩이 아닌 자체 개발한 칩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라는 걸출한 AP를 개발해 모든 스마트폰에 적용하고 있고, 애플은 설계는 직접하고 생산은 삼성전자에 위탁해 만든 AP를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엔 PC의 그래픽카드 제조사로 유명한 엔비디아(NVIDIA)도 모바일 AP 시장에 뛰어들어 '테그라'란 이름의 칩으로 퀄컴의 점유율을 갈아먹고 있다. AP 내부에 통신칩을 합치지 못한 단점을 갖고 있지만, 그래픽 성능이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해 HTC나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테크라 칩 사용이 늘고 있는 추세다. 구글의 태블릿 PC인 넥서스7도 테그라3를 AP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추세로 인해 퀄컴의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은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통신칩을 포함한 전체 AP 시장에선 아직 업계 1위를 지키고는 있으나 점유율은 40% 정도에 그친다. 2위(26%)인 삼성전자의 성장세가 무섭기 때문에 양사의 간격은 계속 좁혀지고 있다. 단일 AP 시장에선 이미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전자의 단일 AP칩 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퀄컴이 팬택의 요청을 거부하지 못하고 자금 지원을 결정한 배경이 삼성전자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이번 거래에 대해 IB업계 관계자는 "퀄컴은 AP시장 추세와 매출 감소에 대한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 결정을 내린 것"이며 "기존 보유주식의 가치 보전도 염두에 뒀고, 유증에 대해 채권단의 허가도 미리 받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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