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삼성의 다음 신성장동력은 '발전사업'? 높은 인수대금에 불투명한 세계 경기 부담스러워 고심 중인 듯

이재영 기자공개 2013-01-24 14:53:12

이 기사는 2013년 01월 24일 14: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탈리아 발전업체 안살도 인수전에 참여한 삼성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높은 인수대금도 부담이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글로벌 경기 침체의 현실에 눈감은 채 발전사업 메리트만 바라볼 순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인수합병(M&A)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테크윈은 이탈리아 방산업체 핀메카니카(Finmeccanica)의 에너지·발전사업 관련 자회사인 안살도에네르기아(Ansaldo energia) 매각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입찰가는 지난해 여름 13억 유로를 제시했던 지멘스보다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 매출정체 및 수익성 악화의 수렁에 빠진 테크윈…신성장동력으로 발전사업 낙점

삼성테크윈은 정밀기계·항공·방산·카메라 사업을 영위하던 삼성항공산업이 모태로서, 1999년 정부의 빅딜정책을 통해 항공사업 부문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양도하고 2009년에는 카메라사업 부문을 분할해 삼성디지털미징을 설립했다. 이후 삼성전자가 보유하던 삼성탈레스 지분 인수를 통해 방산사업의 고도화 및 업력 확대를 꾀했다. 현재 시큐리티 솔루션 사업, 항공기엔진&에너지장비 사업, 반도체부품 사업, 반도체장비 사업, 방산사업의 5개 사업을 주 사업분야로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매출이 정체되며 성장이 둔화돼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수익성 또한 악화되며 올해는 전년 대비 60%이상 줄어든 영업이익이 추정된다. 특히 에너지장비 사업이 속해있는 엔진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삼성테크윈_재무지표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성테크윈_부문별_재무현황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증권업계 관계자는 "특수부문(방산사업)은 정부가 고객인 특수성 때문에 큰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다"며 "엔진부문의 에너지장비 사업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개척이 현 상황에서 제일 주효한 전략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스터빈 사업에서 태동해 발전사업 관련 수직계열화를 달성한 안살도는 현재 국내 유일의 가스터빈·엔진 생산 전문업체인 테크윈과 충분한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안살도 인수에 성공하면 정밀기계-항공-카메라-방산 등으로 이어져온 테크윈의 변신에 '발전사업'이라는 한차원 다른 변신을 기대할 수 있게된다.

◇ 지지부진한 신수종사업…전자 의존도 심화 탈피의 기회

지난 2010년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삼은 5대 신수종사업(태양전지, 자동차용 배터리,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이 지지부진한 까닭도 안살도 인수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원인으로 판단된다

태양전지, 자동차용 배터리 부문은 관련 세계 시장의 침체로 뾰족한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부문 또한 메디슨 인수, 바이오시밀러 산업 진출 등을 통해 의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산업의 특성상 가시적 성과는 아직 시기상조다.

신수종사업의 더딘 행보로 그룹 내 전기·전자 부문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관련 사업이나 모바일 사업 등을 주축으로 한 현재의 그룹 수익구조는 경기변동성이 크고, 삼성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움직임들의 심화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더 다양한 수익구조 포트폴리오가 시급한 실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기·전자 부문에 대한 의존도 심화로 인한 불균형과 그룹 내 다른 기업들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며 "M&A에 보수적인 삼성이 안살도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이러한 위기감의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고부가가치 플랜트 산업인 발전산업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수익성은 물론, 건설 후에도 운영에 대한 지속적인 유지보수(maintenance) 관련 매출 발생이 가능해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산업군 내에서도 특히나 매력적인 시장으로 손꼽힌다. 더구나 최근 세계경기 침체 여파로 EPC시장의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발전산업의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라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특히 원전 관련 시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이나 유럽의 여러나라들의 원전건설 중지, 원전폐쇄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아시아 여러나라와 북미지역에서의 수요는 증가추세다. 안살도는 중동 및 아시아 등의 원전건설에 참여하며 그 실력을 검증받아 왔지만 자국 내 원전폐쇄 정책이 결정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돼왔다.

안살도 인수가 가시화 된다면 그룹 내 발전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계열사들의 역량이 총 집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삼성물산은 발전사업을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진행하고 있고, 삼성엔지니어링의 발전관련 EPC 노하우는 안살도의 기술력과 결합돼 발전시장에서 삼성의 위치를 더욱 견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괄편집_삼성_발전_모델_2

◇ 높은 인수대금 및 여전히 불투명한 세계 경기 침체가 걸림돌

한편 13억 유로 수준으로 예상되는 높은 인수대금은 삼성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지멘스가 제시했던 13억 유로가 상한선이라고 해도, 안살도의 모회사인 핀메카니카는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최소 10억 유로 상당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계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시장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룹 전체적으로 투자를 축소하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하는 것에 대해 주저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답보상태인 삼성테크윈의 KAI 지분 매각 때문에 안살도 인수전의 선봉에 선 테크윈이 자체적으로 큰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는 것도 걸림돌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더욱이 삼성은 내부적으로 기계·장치 관련 산업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라며 "건설·플랜트 산업과는 또 다르게 발전사업 특히 전문적인 원전사업은 삼성과 코드가 맞지 않다고 여기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삼성 관계자는 "테크윈이 안살도 인수의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은 맞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인수계획이나 적극적인 인수의지 표명은 아니며, 낮은 수준의 관심 표명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전히 안갯속인 세계경제 때문에 안살도 외에 더 좋은 매물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며 "삼성에 꼭 필요한 최상의 매물을 최적의 조건으로 인수한다는 것이 삼성의 기본입장"이라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