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램버스 지분투자 거액 손실 배경은? SK하이닉스·마이크론 로열티 지급 '0'..1심전 합의 7000억 손실
김장환 기자공개 2013-03-11 15:07:24
이 기사는 2013년 03월 11일 15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램버스 지분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낸 가운데 당시 소송과 관련한 '합의'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똑같은 특허권으로 소송을 당했던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는 1심 패소 후 진행한 항소심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고, 마이크론은 이미 결과를 뒤집었다. 하지만 일찌감치 합의에 나선 삼성전자는 수천억 원대 손실을 입는 결과를 낳았다.삼성전자가 2010년 램버스의 지분을 인수한 것은 앞서 4년 반 동안 진행해왔던 특허권 소송 합의를 위해서다. 램버스는 2005년 6월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 등을 상대로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피소된 업체들은 램버스와 D램 기술사용 계약을 맺어왔던 곳들이다. 이들은 'DDR 기술이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규격'이라는 점을 들어 2004년 이후 계약 갱신 없이 기술을 사용해왔다.
처음 소송은 램버스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2009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세너제이)은 SK하이닉스에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3억9700만 달러의 배상금과 1년간 미국 현지 판매 SDR D램, DDR D램에 각각 1%, 4.25%의 로열티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같은 소송을 당했던 마이크론 역시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을 받았다. 양사는 즉시 항소에 들어갔다.
하지만 뒤늦게 소송이 걸렸던 삼성전자는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램버스와 합의했다. 소송에서 문제가 된 것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D램 수익이었다. 삼성전자는 피소된 업체들 중 현지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서둘러 합의에 나선 것은 패소시 이들 업체보다 더욱 큰 손해배상금이 발생할 것으로 여겨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패소 판결이 합의 판단에 '바로미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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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램버스와 합의금으로 9억 달러(당시 한화 9900억 원)를 지불했다. 2010년 1월 그동안 DDR 기술 사용료로 2억 달러를 선급하고, 2014년까지 말까지 분기당 2500만 달러의 로열티 지급을 약속했다. 더불어 램버스가 발행한 신주 957만6250주(8.3%)를 2억 달러에 인수했다. 지분 절반은 인수 1년 뒤인 2011년 7월 19일~8월 19일 사이 풋옵션을 행사해 매각할 수 있는 조건이 달렸다.
그런데 정작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특허권 소송은 항소심을 거쳐 정반대 결과로 이어졌다. 연방법원에서는 2011년 5월 항소심을 받아들여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미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은 "램버스가 소송 증거를 불법 파기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1심 결과를 뒤집었다. 미 델라웨어주 월밍턴법원은 지난 2월 마이크론의 주장을 받아들여 "램버스의 12개 특허권 집행을 금지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로열티지급을 피할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로열티지급을 피하게 됐다는 점은 삼성전자에 뼈아픈 대목이다. SK하이닉스는 1심 판결 금액이었던 3억9700만 달러(4400억 원) 중 로열티 부분에 한정된 최소 2억 달러(2200억 원) 이상의 손해배상액을 감면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미 합의를 마치면서 분기별 로열티를 합쳐 총 5500억 원을 고스란히 램버스에 지급하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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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삼성전자는 2억 달러를 주고 인수했던 램버스 지분 투자에서도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됐다. 2010년 1월 19일 당시 램버스 주식 주당 매입 가격은 20.9달러, 현재 주가(8일 기준)는 5.6달러다. 인수 2년 만에 주가가 4분의 1토막이 났다
2011년 8월 풋옵션을 행사해 보유하고 있던 램버스 지분 절반을 매각했지만 이 시점에 520억 원의 손해를 봤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떨이'에 지분을 매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에는 남아있던 절반의 주식 가치(취득 원가 927억 원)마저 290억 원대까지 하락하자, 손실금 680억 원을 손상차손으로 계상했다. 과거 지분 매각과 이번 손실금을 합치면 램버스 지분 투자로 총 1200억 원대 손실을 본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처럼 램버스와 서둘러 합의에 들어가면서 최대 7000억 원대의 불필요한 자금을 소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분 투자 손실금 1200억 원, 로열티 지급액 5500억 원을 단순 합산해 추산된 가액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비슷한 금액을 주고 램버스와 조금 더 포괄적인 특허계약을 맺었다면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특히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처럼 1심 소송 이후에 방안을 심사숙고했다면 이 정도로 금전적 부담이 늘어나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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