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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취임사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4월 초에는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계획도 밝혔다.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체제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취지다. 이에 머니투데이 더벨은 지주사 회장 선임 등 CEO 승계 프로그램과 이사회 구성 등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현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3년 05월 07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KB·우리·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는 가히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회사들이다. 이들 금융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돼 매년 수 천만 원의 연봉을 가외로 버는 사람들은 누구일까.4대 금융지주와 신한·KB국민·우리·하나·외환·기업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총 사외이사직 수는 70자리. 매년 적게는 3~4명에서 많게는 10여명이 교체된다. 하지만 주로 학계, 정관계 출신들이 선임되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사외이사 제도가 경영진의 독단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여전한 반면, 한편으로는 사외이사가 스스로 권력기구화하는 새로운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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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도에서 태어나 서울대 나온 교수 출신"
금융지주와 시중은행 사외이사가 어느 새 '그들만의 리그'가 된 것일까. 이는 사외이사의 출신지역과 출신고교 및 대학을 보면 알 수 있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신한·KB·우리·하나금융지주와 신한·KB국민·우리·하나·외환·기업은행의 사외이사 프로필을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 70명 중 47.1%인 33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핵심 인맥 중 하나인 고려대도 12.9%에 달했다.
출생지로 보면 경상도와 서울이 각각 31.4%와 20.0%로 전체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고등학교는 상대적으로 고루 분포했으며, 그나마 경기고와 경북고가 각각 12.9%와 8.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즉 경상도에서 태어나 서울대를 나온 사람이 주로 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의 사외이사에 선임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해외유학은 옵션이다.
경영진과 학연(學緣)·지연(地緣)의 인맥관계가 형성돼 있는 만큼 경영진과 엇비슷한 사고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다 그렇다고 간주할 수만은 없지만 경영진 입장에서 보면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사외이사진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찬성을 이끌어 내는 확실한 방아쇠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금융지주사보다 시중은행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경상도 출신은 29%였으나 시중은행 사외이사 가운데서는 33%에 달했다. 경기고와 경북고 출신의 경우 금융지주는 15%였으나 시중은행은 28%였다.
출신 지역과 고등학교, 대학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경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진다. 법조인, 관료(주로 재경부, 금감원, 금융위, 공정위 라인), 대학교수 등이다. 많은 금융회사가 이 같은 공식을 철저하게 잘 따르고 있다.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21%, 대학교수는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각 금융지주사별로 법조인 출신을 1명씩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KB금융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검사 등을 거친 배재욱 사외이사를, 신한지주는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낸 이상경 사외이사를, 우리금융은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지낸 박영수 사외이사를, 하나금융은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출신인 황덕남 사외이사를 각각 선임했다.
사외이사를 기업경영을 감시하고 조언해줄 조력자가 아닌, 각 기관에 로비를 잘해줄 로비스트로 생각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금감원이나 금융위, 재정부 라인을 선호하는 것이 결국 로비 때문이다. 정치인은 주로 정권 낙하산 몫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또 사외이사에게 지급되는 '짭짤한 보수'가 학연·지연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엮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책정한 사외이사 평균 보수는 6000만 원에 달한다. KB금융이 7456만 원으로 가장 높으며 신한지주(6260만 원), 하나지주(5350만 원), 우리금융(4729만 원) 순이다. 6000만 원이면 웬만한 대기업 과장급 이상 연봉에 해당된다. 또 금융지주별로 사외이사에 보수와 별도로 차량과 교통비, 식비를 따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사외이사 입장에서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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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지주, 권력형·친분형 인사 '여전'
이 같은 학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권력형·친분형 사외인사가 완성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KB금융은 교수 출신 사외이사가 많은 가운데 권력기관을 거친 인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경재 사외이사(이사회의장)은 한국은행 이사와 감사를 거쳐 금융결제원 원장을 역임했다. 배재욱 사외이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검사 출신으로 대통령 민정수석실 시정비서관을 지냈다. 또 조재목 사외이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MB) 대선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출신이다.
하나지주의 사외이사들도 권력기관 출신이 많다. 이상빈 사외이사는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출신이다. 박봉수 사외이사 역시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을 역임했을 뿐만 아니라 재정경제원 관세국장과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비서관을 지냈다. 황덕남 사외이사도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거쳐 현재 서울법원조정센터 상임조정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신한지주의 경우 이상경 사외이사는 현재 법무법인 원전 대표변호사이지만 이전에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이다.
시중은행 역시 이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나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된 외환은행의 경우 경상도와 충청도 지역 출신의 친(親)하나금융지주 성향의 인사가 다수 포진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 연구소에 따르면 외환은행 사외이사 8명 중 3명이 대주주인 하나지주의 계열사 등에 재직한 경험이 있거나 윤용로 현 외환은행장과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다. 천진석 사외이사는 하나대투증권 사장과 충청하나은행 대표(부행장) 출신이며 김주성 사외이사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여년간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의 사외이사를 지냈다.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출신인 김주성 사외이사는 경북 봉화 출신으로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줄곧 '정권의 사람'으로 분류됐다. 방영민 사외이사는 재정경제부 경제정책심의관, 금융정보분석원장, 금융감독원 상근감사위원 등을 역임, 관료출신인 윤용로 행장과 상당기간 같이 근무했던 전력이 있다.
정부의 입김이 강한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과 달리 관료 출신의 권력형 사외이사들이 눈에 띈다. 이귀남 사외이사는 법무부 장관을 지냈으며, 이용근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역임했다. 또한 김정식·유관희 등 사외이사들도 정부의 경제·금융관련 요직을 차지했던 경력이 있다.
이에 대해 한 민간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현행 이사회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업무 집행 기능과 경영진(또는 대주주) 감독 기능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자기권력화가 되어가고 있다"며 "경영진 견제 등 사외이사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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