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8월 22일 13: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중공업이 약 5000억 원의 자금 마련 수단으로 GDR(해외주식예탁증서)을 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채권·메자닌 상품 발행 시장 여건과 자본비용(Cost of Capital) 등을 두루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올 초부터 유상증자와 교환사채(EB) 발행 등을 통해 5000억 원가량을 조달한다는 기본 계획을 세워뒀다. 그간 두산 측에 거래를 제안한 증권사들에게도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발행은 안한다는 의사를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수의 국내외 IB 하우스들은 GDR을 포함, EB,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등 다양한 프로덕트를 내세워 딜 수임을 노린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두산중공업의 선택은 GDR이었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올 상반기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5000억 원 어치의 해외 EB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당시 두산중공업이 보유 중이던 자기주식은 1680만 주. 두산은 지난 3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에 자문을 구해 EB 발행 가능성을 타진했다.
씨티증권은 올 초 골드만삭스, BofA 메릴린치 등과 함께 롯데쇼핑의 3000억 원대 EB 발행 거래를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 하지만 뜻밖에도 씨티는 두산 측에 "해외 기관들의 투자심리가 악화돼 발행이 어렵겠다"는 뜻을 전했다.
불과 한 달 전 두산중공업은 자회사 두산건설의 총 1조 원 규모 유상증자(주주배정·제3자배정) 참여를 결정한 상태였다. 따라서 시기적으로 주가 업사이드 포텐셜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는 게 업계 판단이었다. 이런 상황에선 두산중공업이 지난 2011년 두산건설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2200억 원 규모의 EB를 발행했을 때보다 우호적인 금리(표면이자율 1.5%·만기이자율 4.5%)를 인정받기 어려웠다.
여기에 두산중공업이 'EB 발행 추진설' 관련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발행 계획이 없다"고 답변한 것도 추후 EB 발행 가능성을 낮췄다는 분석이다. 가뜩이나 상반기 말 '버냉키 쇼크' 이후 채권 금리 변동성도 심상찮다.
남은 대안은 유상증자였다. 두산중공업의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약 210%. 똑같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부채 부담이 가중되는 일반 기업 회사채(SB)나 주식연계증권(ELB)보다 자본을 늘릴 수 있는 증자가 재무구조 개선에 유리했다.
단 유상증자는 자본비용이 더 크다는 단점이 있다. 흔히 주식·채권시장 거래에서 발행사가 가장 많은 비용을 치르는 프로덕트로 꼽히는 게 유상증자다. 자본비용은 발행사가 유증 신주를 발행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로 반영된다.
기업이 증자를 실시할 때 청약·납입일과 신주 교부·상장일 사이엔 약 2주 간의 기간이 생긴다. 그 기간 동안 기존에 상장돼 유통되고 있는 주식 가격은 시장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투자자가 청약 증거금을 냈더라도 신주가 상장하기 전엔 거래에 참여할 수 없어 증시 변수에 대처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신주 발행시 통상 15~20%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이는 기업이 지불하는 자본비용에 해당되며, 채권 등을 발행할 때 지급하는 이자에 비해 값이 비싸다. 게다가 증자시엔 대주주 지분가치 희석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두산중공업에게 GDR은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한 맞춤형 상품으로 부상했다. DR의 발행 조건은 해외 인지도가 높은 기업일 수록 유리하게 작용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보다 낮은 할인율로 DR을 찍는 게 가능해 진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07년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의 밥캣 인수 등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네임밸류를 높여왔다.
OCI와 영원무역 등 최근 3년 간 GDR을 찍은 국내 기업 사례를 봐도 신주 발행가액 할인율이 7%대를 넘어선 적은 없다. 낮은 할인율은 구주주 지분 희석 부담 또한 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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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5000억 원 정도 물량이면 국내 시장에선 소화하기 힘들 뿐더러 발행사 입장에서 할인율을 낮출 수 있다는 점 또한 GDR의 매력"이라며 "여기에 하반기 에퀴티 시장 회복 기대감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DR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두산중공업의 GDR 발행은 올 하반기로 예정된 이탈리아 발전설비 제조업체 안살도에네르기아 인수 자금 소요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발행 규모는 5억 달러(약 5000억 원) 수준으로 논의되고 있다. DR은 100% 신주로 발행된 뒤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다. 이번 거래 주관은 크레디트스위스(CS)와 모간스탠리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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