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9월 11일 11: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9월 결산을 코앞에 둔 보험업계가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회계처리 방안을 좀처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종자본증권 회계처리 변경으로 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RBC비율)에 타격이 예상되는 회사들은 금융감독원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회계처리 방안은 국제회계기준(IFRS)의 원칙에 따라 회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 신종자본증권 회계처리發 RBC타격 '눈앞에'

지난 7월 말 회계기준원은 신종자본증권의 회계처리와 관련, 발행사의 회계처리 형태에 맞춰 인수자도 같은 형태로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띠고 있으며 대부분의 발행사는 지분증권으로, 주요 인수자인 보험사는 대부분 채권으로 회계처리를 해 왔다. 회계기준원 발표대로라면 보험사는 보유하고 있는 신종자본증권 대부분을 채권에서 지분증권으로 분류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보험사 RBC비율 계산시 채권은 2%(AA+~ AA-등급 기준)의 신용위험계수를 적용받지만 주식은 12%의 위험계수를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1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기존엔 20억 원(1000억 원*2%)의 요구자본만 부담하면 됐지만, 주식으로 회계처리시엔 120억 원(1000억 원*12%)의 요구자본을 부담해야 된다.

회계처리 변경만으로 요구자본량이 6배나 늘어나는 셈으로, 보험사 입장에선 RBC비율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 규제완화 적용 12월에나 가능… 9월 결산이 문제

RBC비율이 높거나 신종자본증권 보유량이 적은 일부 회사들은 지난 6월 말 결산에서 이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회계처리 방안을 결정지었다.

문제는 RBC비율에 타격이 예상되는 회사들로, KDB생명이 대표적이다. KDB생명의 지난 6월 말 기준 RBC비율은 159.5%로, 금감원 권고치(150%)를 겨우 넘어섰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을 지분증권으로 분류하게 되면 150% 이하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KDB생명은 금융감독원의 지침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회계처리 변경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지만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은 회사가 원칙대로 처리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열린 리스크최고책임자(CRO) 모임에서 보험업계는 금융감독원에 신종자본증권 위험계수에 대한 부담을 토로했고,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에선 이를 받아들여 신종자본증권의 위험계수를 조정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의 위험계수 조정은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변경사항으로, 제도개선 일정 등을 감안하면 오는 12월 결산에서야 반영이 된다. 결국 9월 결산에선 RBC비율이 신종자본증권 회계처리로 급감했다가 오는 12월 결산에서 상향조정되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2월 결산에서 RBC비율이 상향조정된다고 해도 9월 결산에서 RBC비율이 150% 밑으로 떨어질 경우, 소비자에게 재무건전성이 떨어지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신종자본증권을 내다 팔기도 어렵다.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만기가 길고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자산이기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을 내다 팔면 자산만기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금리위험액이 늘어나 RBC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신종자본증권 매각금액으로 장기채에 투자하면 자산만기 변화는 없겠지만 수익성이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