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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투자풀 선정, 조달청에 넘긴 배경은 삼성자산 12년 아성에 경쟁사 도전…선정과정서 잡음 우려

이상균 기자공개 2013-09-23 11:12:06

이 기사는 2013년 09월 13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기금 투자풀(pool) 주간운용사 선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관련 업무를 조달청에 넘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주간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 기재부가 발을 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평가위원회 11명으로 늘려…불확실성 증가

주간운용사 선정 업무를 맡게 된 조달청은 정부에 납품하는 각종 물품 뿐만 아니라 용역, IT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입찰도 맡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의 외국계 해외수탁은행 선정 작업도 대행하면서 업무영역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재부의 공정성 강화에 대한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조달청은 정부입찰 사업 경험이 워낙 많아 웬만한 의혹제기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곳"이라며 "연기금 투자풀 사업이 공정성 시비에 휘둘릴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재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내용 중 눈에 띄는 점으로는 평가위원의 확대가 있다. 평가위원회 전문가 풀이 기존 30명에서 100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이중에서 무작위로 평가위원 11명을 뽑는데 이것 역시 과거 7명에 비해 늘어난 숫자다. 주간운용사 선정 경쟁에 뛰어든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불확실성이 증가한 셈이다.

조달청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연기금 투자풀 사업 일정에도 변동이 예상된다. 아무리 빨라야 추석 연휴 이후인 9월말에 사업공고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주간운용사 최종선정도 11월 초로 다소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잡음 피할 수 없다면 제3자에게 넘기자"

업계에서는 기재부가 주간운용사 선정 업무를 조달청에 넘긴 것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기재부가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연기금 투자 풀 사업은 지난 2001년 시작한 이후 올해까지 줄곧 주간운용사를 삼성자산운용이 맡아왔다. 계약기간이 4년으로 두 번 재계약에 성공했다.

문제는 삼성자산운용이 또다시 선정될 경우 각종 잡음이 생길 우려도 커진다는 점이다. 관련업계에선 삼성자산운용의 능력에 대해 인정하지만 12년 독주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은 삼성이 금융시장마저 독점하려 한다는 근거 없는 비판"이라며 "비이성적인 주장이기는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주장이 때로 설득력을 갖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제2의 주간운용사로 선정되면서 삼성자산운용의 독주 논란이 줄어든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삼성자산운용에 대한 음해와 비판이 강해지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정량평가에서 벌어진 격차를 정성평가 등에서 메우기 위해 이런 여론몰이를 시도하는 자산운용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재부는 주간운용사를 아무리 공정하게 선정해도 잡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피할 수 없다면 제3자에게 맡겨서 직접적인 논란에는 휘말리지 말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최근 자산운용 업계가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기재부로서는 부담이다. 수탁고 증가에 목을 매는 자산운용사들이 13조 원에 달하는 연기금 투자풀 사업에 더욱 눈독을 들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C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기금 투자 풀 사업은 수익성 논란이 있긴 하지만 규모 면에서는 분명 매력적"이라며 "단기간에 외적 성장을 추구하는 회사들의 관심이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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