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ABCP 발행 폭발…정부 규제 '무색' [Market Watch]올해 누적 9조 육박…10월 발행량, 역대 최대 경신 전망
황철 기자공개 2013-10-31 08:52:14
이 기사는 2013년 10월 25일 19: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5월 기업어음 규제 시행 이후 발행이 뚝 끊겼었던 정기예금 기초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다시 폭증하고 있다. 8월 이후 매달 1조~2조 원 안팎씩 잔액을 늘리며 규제 이전보다 더욱 활발하게 발행이 이뤄지고 있다. 불과 석달도 채 안된 사이 발행된 물량만 5조 원을 넘어섰다.이달 발행액 역시 월별 기준 최대 수준인 2조 원을 돌파했다. 단일 SPC의 발행액이 3000억 원~4000억 원을 넘는 경우도 4건이나 있었다. 앞으로 대형화가 지속될 경우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정기예금 ABCP 폭증은 △기업어음 규제에 적응한 증권사의 영업 재개 △우정사업본부 등 연기금의 안정적 자금운용 욕구 △시중은행의 예금유치 경쟁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물량 대부분이 증권사 매입보장 등을 통해 신용을 보강하고 있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기초자산 안정성이야 높은 편이지만 위기 상황에서 증권업계의 신용위험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기업어음 규제 여파 극복, 순증폭 오히려 확대
올해 정기예금 기초 ABCP 발행액이 9조 원에 육박했다. 24일 현재까지 8조7867억 원에 달하는 물량이 풀렸다. 정기예금 ABCP는 신용파생 기초 상품과 함께 몇 년 간 자산유동화시장을 비약적으로 확대시킨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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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들어 기업어음 규제 등의 영향으로 월별 부침이 컸다. 1월 1조207억 원을 나타냈던 정기예금 ABCP 발행액은 2월 3088억 원으로 급감했다. 2월초 ABCP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공개를 의무화한 영향이 컸다. 이 때는 만기 1년 이상 장기 기업어음에 대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도입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 여파로 3월에도 평달의 절반 수준인 5319억 원의 발행량에 나타내는 데 그쳤다.
하지만 4월 1조44억 원 어치가 발행되며 과거 수준을 회복했다. 기업어음 신고 의무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5월을 앞두고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마지막이라는 인식이 퍼진 때였다.
이후 기업어음 규제가 본격 시행된 5월 637억 원, 6월 3146억 원, 7월 3528억 원을 나타내는 데 그쳤다. 대부분 차환물이었고 신규물은 몇 건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규제차익을 노린 ABCP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예상은 빗나갔다. 8월 들어 역대 최대 수준인 2조1475억 원 어치의 정기예금 ABCP가 출현했다. 9월 1조33억 원. 이달 들어서도 2조88억 원 어치가 발행됐다. 최근 한 주간 4000억 원~5000억 원 가량의 발행이 이뤄지고 있어 이달말이면 월간 기준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최근 3000억 원에서 4000억 원 이상에 이르는 초대형 ABCP의 등장도 잦아지고 있다. 10월에만 디케이오제이차 4102억 원, 케이트러스트제팔차 3085억 원, 시티오브드림제삼차 3085억 원, 시티오브드림제사차 3078억 원 등 단 4개 SPC가 조달한 자금만1조3350억 원에 달했다.
이를 포함해 8월 이후 석 달 동안 나온 물량은 5조1895억 원이다. 올해 누적 발행량의 60%에 이르는 규모다. 이런 추세라면 특별한 추가 규제가 없는 한 연말까지 12조 원~13조 원 가량의 발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ABCP 대형화가 지속될 경우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 기업어음 신고 의무화, ABCP 팽창 막기엔 한계
정기예금 ABCP의 폭증은 유동화 거래의 당사자인 증권사와 투자자들이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증권사들은 규제 도입 후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한 적응기를 마쳤다. 석 달 동안 시장동향을 파악한 결과 규제의 여파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채권 시장이 상대적으로 침체되면서 연기금과 보험사 등의 자금이 ABCP 시장으로 몰린 영향도 있었다.
정기예금 ABCP의 경우 대부분 1년 이하 시중은행 예금을 기초로 하고 있다. 만기매칭 관점에서 장기물 발행에 나설 이유가 없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피하기 용이하다. 투자수요 역시 대부분 안정적 자금운용을 위해 만기보유를 전제로 한 기관투자자가 대부분이어서 전매제한조치에 대한 부담감도 크지 않다.
증권사로서는 큰돈은 안 되지만 대형 기관을 유치해 안정적 영업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통로로 인식될 만하다. 우정사업본부 등 그간 ABCP 시장의 큰손들도 자금운용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AAA급 은행의 간접예치를 선호한다.
역으로 보면 현행 기업어음 규제의 효과에 대한 의문으로 연결될 수 있다. 최근 대표적인 규제차익 상품인 신용파생상품 연계 ABCP가 다시 활개를 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ABCP의 경우 수요기반이나 구조화 특성상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피할 다양한 방법을 고안할 수 있다"라며 "프로그램 설정을 통해 장기 CP를 대체할 수 있고 50인 이하 전매제한 역시 신탁 편입 외에는 일반 기관수요를 모집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기예금 ABCP는 기초자산과의 만기 매칭 관점에서 장기물로 발행하지 않아도 돼 앞으로 더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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