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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한 한국형 헤지펀드 성과보수 [thebell desk]

김용관 기자공개 2013-12-17 08:26:01

이 기사는 2013년 12월 12일 13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본주의는 '돈'을 신으로 모시는 이념이다. 그런 자본주의의 최선봉에는 헤지펀드가 자리하고 있다. 인베스트먼트 뱅킹(IB)이나 사모투자회사(PEF) 정도를 떠올릴 수 있지만 헤지펀드 앞에서는 조족지혈이다. 돈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한다면 헤지펀드 매니저가 가장 앞에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골드만삭스 회장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이 2600만달러의 연봉을 받으면서 월가 IB 연봉순위 1위에 복귀했다. 한창 활황이었던 2007년에 받은 6800만달러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금액이다.

하지만 블랭크페인도 이 사람 앞에선 그냥 보통 사람이다. 세계 최대 PEF 블랙스톤의 창업자인 스티브 슈워츠먼 회장은 2008년 7억달러의 보너스를 챙겼다. 우리 돈으로 8000억원이 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이들 모두를 한방에 보내버린 직장인이 있으니 바로 헤지펀드 매니저. 포브스에 따르면 2012년 아팔루사 매니지먼트의 데이빗 테퍼의 수입은 무려 22억달러. 우리 돈으로 2조5000억원이 넘는 돈을 한해에 벌어들인 것이다. 2등은 아이칸 캐피탈의 칼 아이칸으로 19억달러, 3등은 SAC 캐피탈 어드바이저의 스티브 코헨으로 13억달러를 벌었다.

퀀트의 대가 르네상스 테크놀러지의 제임스 사이먼스는 13억달러를 벌어 하위권으로 밀렸다. 2008년 25억달러를 벌어들인 것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돈으로 1조5000억원이나 된다.

이처럼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헤지펀드 업계에도 성경이나 불경처럼 변하지 않는 교리가 하나 있다. '2-20'으로 불리는 수수료 포뮬러가 그것이다. 운용수수료 2%와 성과보수 20%를 통해 막대한 부를 거머쥐고 있다.

알프레드 존스가 1949년 10만 달러를 기반으로 역사상 첫번째 헤지펀드를 시작한 이래 '성과보수'는 헤지펀드 생태계를 금융 자본주의의 최선봉으로 키워나간 핵심 키워드가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심화시킨 원흉으로 지적되는 등 해악(害惡)도 많지만 다양한 대체투자 수단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고 금융시장의 유동성 및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헤지펀드의 존재감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된지 만 2년이 지났다. 시장 규모는 1조7000억 원대까지 성장했고 펀드 수도 26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성과가 부진한 펀드들이 퇴출되고 신규펀드가 등장하는 등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헤지펀드의 핵심인 성과보수를 받는 운용사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2년 연속 성과보수를 받았다. 올해는 수익금의 10%에 해당하는 20억원 안팎의 성과보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성과보수는 삼성자산운용에 귀속되고 연말 인센티브 성격으로 헤지펀드 매니저(4명)에게 지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성과보수의 20%만 매니저들이 받아가도 각각 1억~2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사례와 우리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자본주의의 최첨단이자 '탐욕(greedy)'의 끝을 달린다는 헤지펀드치고는 다소 민망한 금액이다. 이래서는 우수한 인력들이 헤지펀드 시장으로 오기 힘들다.

오히려 증권사 프랍 트레이더나 일반 펀드매니저로 있는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실제로 2년전 한국형 헤지펀드가 탄생할 당시 헤지펀드 매니저로 발령하면 좌천당하는 것으로 여긴 사람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헤지펀드 매니저가 막대한 돈을 받는 사례가 나오다면 우수한 인재들이 헤지펀드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유입될 것이다. 이는 곧 결국 헤지펀드의 수익률 향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높은 수익률은 헤지펀드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고,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동시에 운용사의 이익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 생태계의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돈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헤지펀드 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한 필요조건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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