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어려운 철강회사, 내년 회사채 상환 전략은? [Market Watch]]동국제강, 현금 상환 주력…동부제철 신속인수제 활용, 자구안 성사가 관건
민경문 기자공개 2013-12-27 09:08:00
이 기사는 2013년 12월 19일 08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중형 철강사들이 업황 침체로 수익성 하락 추세에 직면한 가운데 내년 이들의 회사채 만기도래 대응 전략에도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자체적인 현금흐름 창출이 넉넉치 않고 올해와 마찬가지로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고 해도 투자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를 포기하고 금융권 차입금으로 선회하거나 사실상 은행차입금인 신속인수제를 신청하는 등 다른 조달 수단을 찾을 가능성도 높다.동국제강(A+)은 내년 만기 회사채에 대해 일단 현금 상환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충분한 여유자금이 확보될 지가 관건이다. 내년에도 신속인수제 활용을 기대하고 있는 동부제철(BBB-)의 경우 당장은 그룹 차원의 자구계획을 성사시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동국제강, 일단 현금 상환에 주력…후판 실적 회복이 관건
동국제강의 향후 2년간 회사채 만기 도래액은 1조 원에 이르고 있다. 내년 2월과 9월에 각각 3000억 원과 2500억 원의 상환 물량이 예정돼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2월 만기도래 물량의 경우 보유 현금을 통해 상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10월 3500억 원의 공모채 발행이 마지막이었는데 대량 미매각을 피하지 못했다. 인수단으로 참여했던 일부 증권사는 미매각 물량을 리테일을 통해 소화시키지 못하고 여전히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 발행에 제한이 따를 수 있다는 얘기다.
현금성 자산이 8300억 원(올해 9월 말 기준)에 달해 당장은 만기 회사채를 상환하는 데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현재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장·단기차입금이 1조 2000억 원 정도 있지만, 3조 원이 넘는 유형자산 등 담보 여력이 남아 있어 재무융통성은 있다는 평가다. 본사 페럼타워는 매각 가치가 4000억~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차입금은 여신한도 내 단기 운용자금으로 대체 가능하며, 회사채 역시 공모시장이 어려울 경우 사모사채 또는 금융기관 여신으로 갈아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체 자금으로만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유동성위험에 대응할 능력은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해도 최근 약화된 현금 창출력을 감안하면 차입금 축소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특히 시장에서는 지난해 1800억 원의 영업적자를 가져온 후판 사업부문이 여전히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높은 편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정기평가에서 동국제강에 '부정적' 등급 전망을 부여하면서 향후 1년 동안 투자부담 및 금융비용을 적절히 충당 가능한 재무구조(순차입금/OCF 가 8 배 수준)로 회복해야 한다는 트리거 조항을 내걸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이 원가 절감 등 개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주된 수요처인 조선업 자체가 살아나지 않는 한 트리거 수준을 맞추기가 어려워 보인다"며 "지금까지는 보유 자산의 가치로 버텼지만 후판 실적이 계속해서 나빠질 경우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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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제철, 구조조정 없이 신속인수제 승인 날까
동부제철은 일찌감치 금융당국의 신속인수제 활용을 유일한 회사채 만기 대응책으로 고려해 왔다. 지난 11월 신용등급이 BBB-까지 떨어지면서 공모 회사채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달 만기인 회사채 1050억 원에 대해서는 신속인수제를 활용한 차환 발행으로 한숨을 돌린 상태다. 당시 차환발행심사위원회 구성원인 신용보증기금이 산업은행 등의 동부제철 신디케이트론 회수 등을 문제 삼는 등 잡음도 있었다.
동부제철은 내년에도 2월 900억 원을 시작으로 총 3310억 원의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다. 회사 측은 정부 지원을 통해 조달 비용을 낮추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해당 물량 전액을 신속인수제로 막겠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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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당국이 신청 금액 전부를 승인해 줄지는 미지수다. 자칫 동부제철에 대한 과도한 지원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차환발행위원회 구성원 간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룹이 발표한 자구계획의 이행 성적도 관건이 될 수 있다.
지난달 동부제철의 신속인수제 승인에는 동부그룹의 3조 원 규모 자구안 발표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동부제철의 경우 인천공장 매각, 당진 항만 유동화 등을 통해 2조 3000억 원 규모의 차입금을 9000억 원까지 줄인다는 계획이었다. 현재 양쪽 모두 특수목적회사(SPC) 설립을 통한 자산 매각 후보로 포함돼 있다.
하지만 자구계획이 예정대로 성사될지는 불확실하다. 동부제철은 당진 항만 매각이 지연되면서 지난 6일 이를 담보로 1500억 원 규모의 단기차입을 일으킨 상태다. 인천공장은 단순 부지 매각이 아닌 사업 양도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판재류 사업에 대한 확장 의사가 있는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임시방편의 담보 차입에 그칠 수도 있다.
시장 관계자는 "자산 처분이 성사될 경우 동부제철은 신속인수제 신청 없이 매각 자금만으로 회사채를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매각 작업이 장기화된다면 동부제철에 대한 향후 신속인수제 심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유니온스틸·세아제강, 선제적 차환 발행
동국제강 자회사인 유니온스틸(A-)은 국내 회사채 시장을 벗어나 해외 사모채 발행을 통해 내년 만기 물량(1200억 원)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지난 12일 3년 만기로 3000만 달러 규모의 변동금리부 외화사채(FRN)를 홍콩에서 발행한 것. 외환은행 보증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대출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세아제강(A+)의 경우 내년 2월 만기도래하는 교환사채 물량(1521억 원)의 차환 목적으로 지난 달 8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수요예측 당시 ‘완판'에 성공하며 A급 회사채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 현대BNG스틸(A-)과 세아베스틸(A+)이 내년 각각 500억 원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현대BNG스틸의 경우 지난 2월과 7월 각각 3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100% 기관투자가 청약에 성공한 바 있다. 내년에도 모회사인 현대차그룹의 후광효과에 힘입어 차환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세아베스틸은 아직까지 사채 발행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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