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중국펀드, 부활 가능할까 연초 증권사 추천 3개 그쳐…中 소비재기업 주목
박상희 기자공개 2014-02-03 10:10:00
이 기사는 2014년 01월 28일 14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BNP자산운용이 중국 펀드의 효시인 '봉쥬르차이나펀드'를 국내에서 출시한 지 만 10년.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중국 펀드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회복의 축이 미국·유럽 등 서방 선진국으로 넘어가면서 중국 펀드를 파는 곳도, 중국 펀드를 찾는 투자자도 찾아보기 어렵다. 설정액은 3년여 만에 반토막이 났고 운용성과는 수년째 바닥을 기었다. '묻지마투자'와 '쏠림현상'이 빚어내는 후유증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증권사가 추천하는 해외 펀드 목록은 미국·유럽에 투자하는 이른바 '선진국 펀드'로 도배를 했지만 여전히 살아남아 권토중래를 외치는 중국 펀드가 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추천하는 피델리티차이나컨슈머펀드와 JP모간차이나주식펀드, 우리투자증권에서 추천한 KB중국본토A주펀드 등이 그것이다.
◇ 중국펀드 10년 역사…아, 옛날이여
국내 최초의 중국투자펀드는 지난 2004년 11월 설정된 '봉쥬르차이나펀드'다. 프랑스계 자산운용사인 BNP파리바가 지난 1995년부터 운용 중인 '파베스트차이나펀드'를 그대로 모방해 만든 복제펀드다. 펀드의 이름을 프랑스어로 '안녕'을 뜻하는 '봉쥬르'라고 지은 것은 중국증시를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한다는 취지였다.
출시 당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 펀드가 반향을 일으키기 시작한 건 중국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2006년부터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1090선에서 2060선으로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봉쥬르차이나펀드는 이 해 63.9%의 수익률을 올리며 국내 펀드 중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국내 운용사에서 중국펀드 붐이 일기 시작했다.
2005년 4개에 불과하던 중국펀드 수는 2006년 21개로, 2007년 103개로 증가한다. 2005년 말 4000억 원에 불과했던 수탁고가 2006년 말 기준 1조 2000억 원 가까이 불어났다. 2007년 말에는 5조 8000억 원으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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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쥬르차이나펀드 돌풍은 2007년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펀드가 이어 받았다. 상하이종합지수가 역사상 처음으로 6000을 돌파하는데 힘입어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은 75.8%의 수익률로 중국 펀드 돌풍을 주도했다. 2007년 말 2조 7000억 원의 설정액으로 국내운용사가 직접 운용하는 중국 펀드 중에서 최대 규모였다.
◇ 2010년 이후 선진국 증시 상승세…중국 등 이머징마켓 '찬 밥'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의 직격탄으로 중국증시가 3분의 1 토막이 나면서 끝날 것 같았던 중국펀드 열풍은 '브릭스펀드'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브릭스 펀드는 중국투자에 '몰빵'하는 대신 브라질과 러시아 등 신흥국으로 투자지역을 다변화했다.
재정위기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주식시장이 휘청거리자 브릭스가 주목 받으며 중국펀드 열풍도 계속됐다. 2009년까지 100개 중반이던 중국펀드는 2010년 259개로 100개 가까이 증가했다. 2011년엔 378개, 2012년 444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2013년 말 기준 중국펀드는 493개에 이른다. 설정액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07년 5월 5조 원을 돌파한 중국펀드의 설정액은 2009년에 20조 원을 훌쩍 넘겼다.
상승곡선을 그리던 중국펀드 설정액은 2010년 들어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 미국 및 유럽 경기가 살아나면서 투자 자금이 선진시장으로 대거 이동한 것이다. 현재는 10조 원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최고치를 찍었던 20조 원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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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도 부진의 늪으로 떨어졌다. 설정액 기준 상위 10위 권 안에 드는 중국펀드 중 최근 1년간 손실을 기록한 펀드가 6개에 이른다. 3년 수익률이 플러스인 곳은 1곳에 불과했다. 과거 중국열풍 붐을 주도했던 신한BNP봉쥬르차이나펀드,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펀드도 수익률 부진을 피해가진 못했다.
◇ "이머징마켓 투자 적기 아니다 VS 중국은 다르다"
발 빠른 증권사는 지난해 3월부터, 다른 증권사들도 하반기에는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를 추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같은 기조는 올해 초에도 계속되고 있다. A 증권사 리테일 본부장은 "중국 펀드를 추천하는 증권사도 없지만 중국 펀드에 투자하겠다고 찾아오는 손님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도 중국에 주목하는 곳은 있다. 지난해부터 신흥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중국 증시의 경우 여타의 신흥시장보다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이유다. 신흥시장의 분산투자에 대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중국 증시의 비중만은 높게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방(Edward Band) UBS자산운용 GIS(global Investment Solutions)헤드 전략가는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자산 배분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선진국 주식시장에 투자 초점을 맞추되, 이머징 마켓에서는 유일하게 중국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 정부에서 최근 3년간 막았던 기업공개(IPO)를 지난해 11월부터 허가했다"며 "주식시장을 풀어준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 있어 중국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펀드를 추천한 증권사들이 주목한 것은 중국의 소비재 기업이었다. 추천 펀드가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형이 아닌 산업 부문 별로 투자하는 섹터형인 것은 이 때문이다. 피델리티차이나컨슈머와 JP모간차이나펀드를 추천한 한국증권 관계자는 "중국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는 국면이지만 섹터별로 볼 때 소비재는 전망이 좋은 편"이라며 "지난해 인터넷이나 보험, 카지노 등 소비재에 투자했던 펀드의 수익률이 20~30%에 달했다"고 말했다.
피델리티차이나컨슈머와 JP모간차이나의 설정액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242억, 233억 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1년 간 수익률은 각각 24.08%, 15.65%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벤치마크 지수(MSCI AC World) 비교 수익률은 7.00%, 2.62%를 기록했다.
펀드별로 차이는 있다. 중국펀드가 대세이던 2007년 11월 처음 설정된 JP모간차이나펀드는 재간접 펀드로 여러 펀드에 분산투자하는 역외펀드다. 지난해 말 기준 주식 포트폴리오를 보면 텐센트 홀딩스, AIA그룹, 샌드차이나, 중국평안보험, 마카오 카지노업체 갤럭시엔터테인먼트그룹 등을 담고 있다.
2012년 1월에 설정된 비교적 신생 펀드인 피델리티차이나컨슈머는 홍콩에 상장된 H주식이 투자 대상이다. 소속 국가 비중은 중국이 46%, 홍콩이 40%의 비율이다. 주요 포트폴리오 종목은 텐센트 홀딩스, 원원차이나, 브릴리언스 차이나 오토모티브 등이다.
우리투자증권이 추천한 KB중국본토A주펀드는 유일하게 중국 본토 시장(상해 및 심천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A주식에 투자한다. 최근 설정액 규모는 721억으로 세 개 펀드 중 규모가 가장 크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중국본토A주펀드는 중국의 공기업 개혁, 내수확대 등 장기적인 변화에 주목해 IT, 헬스케어 등 성장잠재력이 큰 업종과 내수소비 관련업종의 저평가 주식에 집중 투자한다"며 "과거 투자억제의 여파가 남아있는 금융, 건설, 소재 등 업종은 낮은 투자비중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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