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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못읽은 한불화장품, 형님 따라가나 인적분할·뒤늦은 브랜드숍, 한국화장품과 유사..'수익성 확보' 관건

신수아 기자공개 2014-02-17 07:02:00

이 기사는 2014년 02월 13일 1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화장품에서 분사된 한불화장품이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수익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선 형님 회사(한국화장품)의 전철을 따르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화장품 창업주 고 임광정 회장의 장남 임충헌 대표는 한국화장품을, 차남 임현철 부회장과·삼남 임병철 대표는 함께 한불화장품을 이끌고 있다. 한국화장품과 한불화장품은 같은 뿌리를 가진 회사답게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서도 비슷한 전략을 택했다.

두 회사 모두 인적분할 형태로 화장품 제조와 유통 법인을 분리해 화장품 OEM사업에 진출했으며, 기존 유통망을 고집하다 한 발 늦게 브랜드숍 사업에 진출했다. 이 브랜드숍 사업이 여전히 본궤도에 오르지 못해 적자 상황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89년 설립된 한불화장품은 91년 삼남 임병철씨가 대표이사에 오르며 본격적인 화장품 직접 제조·판매 사업에 나섰다. 직접 제조를 시작한 후 96년 말까지 연평균 40%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97년에는 1366억 원을 기록하는 중견업체로 성장했다.

IMF로 화장품 시장이 위축된 와중에도 98년과 99년 1142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화장품 업계 4위의 입지를 지켰다. 특히 90년대 방판 위주의 여타 화장품 업체와는 다르게 시판과 방판의 매출 비율을 4대6 수준으로 유지하며 탄탄한 수익 기반을 자랑했다.

그러나 한불화장품 역시 2000년대 들어서 트렌드를 읽지 못한 한국화장품의 전철을 밟았다는 평가다. 2003년 미샤를 비롯한 브랜드숍 업체의 시장 진출 이후 이미지와 가격경쟁력을 내세웠던 한불화장품의 브랜드는 점차 인지도를 잃게 됐다. 2005년까지 3.2%를 유지했던 시장 점유율은 2010년 1.2%, 2012년 1% 미만으로 급격히 추락했다.

한불화장품_개별기준_실적추이

시장 지배력을 잃으면서 매출도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2001년 개별기준 1430억 원을 기록하던 매출은 이듬해인 2002년을 정점으로 이후 가파르게 감소했다. 2003년 1001억 원, 2004년 634억 원, 2005년 503억 원으로 5년 만에 1/3로 줄어들었다.

2006년 한불화장품은 결단을 내려 '잇츠스킨'으로 브랜드숍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미 미샤·페이스샵·스킨푸드 등 유명 브랜드숍들이 자리를 잡아 한 발 늦은 듯 보였다.

잇츠스킨은 첫 해 9억 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2009년 104억 원, 2011년 225억 원, 2012년 31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이미 분기 1000억 원 대의 매출을 올리는 미샤와 페이스샵을 추격하기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후에도 한불화장품은 한국화장품과 같은 길을 걷는다. 2012년 생산을 담당하는 한불화장품(존속법인)과 판매를 담당하는 한불보떼(신설법인)로 인적분할을 단행하며 새 출발을 시작한다. 인적분할을 통한 OEM사업의 진출은 이미 갖추고 있던 설비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애초 한불화장품은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추고 화장품 유통 사업을 영위했으나, 가파른 매출 하락은 생산 설비의 가동률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계의 관계자는 "과거 업체들은 자체 생산설비는 물론 화장품 개발 역량을 갖춘 상태였기 때문에 신규 수주를 통해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오랜 부진으로 자본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거나 신사업을 고민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터"라고 설명했다.

한불화장품은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구조조정와 비용 관리를 통해 최대한 재무 부담을 줄여왔다. 이를 통해 상당기간 무차입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불화장품은 2011년부터 음성공장을 담보로 은행권으로부터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차입을 시작했다.

차입금 규모는 40억 원으로 크지 않지만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 기조를 유지한다면, 자칫 재무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불화장품과 한불보떼, 잇츠스킨은 여전히 적자 상태다.

IB업계의 관계자는 "유형 자산의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한국화장품과 다르게 장부상 한불화장품은 보유한 유형자산은 많이 않다"며 "타이트한 영업관리를 통해서 원활한 현금 흐름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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