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코리아나화장품' 불황 탈출도 닮은꼴 실탄 마련 위해 사옥 및 오너 지분 내놔...현금 확보 올인
신수아 기자공개 2014-02-12 08:49:00
이 기사는 2014년 02월 11일 16: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중견 화장품 업체의 '닮은꼴'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화장품은 최근 사옥매각을 결정했고, 코리아나화장품은 오너 지분 매각에 이은 외부 투자 유치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화장품은 화인자산관리와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 서린동 본사 사옥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코리아나화장품 역시 지난해 유학수 사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매각을 추진한 적이 있다. 가격 조건 이견으로 매각이 불발되면서 현재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외부자금을 유치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중견 화장품 업체의 이 같은 자구책은 오랜 사업 부진에 따른 결단으로 풀이된다. 한국화장품과 코리아나화장품은 2000년대 저가 화장품과 고가 화장품으로 양분된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책을 범하며 시장 지배력을 점차 잃어왔다는 평가다.
화장품 업계의 관계자는 "화장품 분야에 특화된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던 이들 중견 업체는 주력 사업이 주춤하면서 급격히 사세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며 "주력 사업의 부진을 상쇄하면서 투자 여력을 받쳐줄 수 있는 조력 사업도 전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실적부진-투자여력감소-신제품 및 신채널 개발 둔화-브랜드 파워 및 점유율 하락-실적부진'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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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화장품과 코리아나화장품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00년대를 기준으로 빠르게 쪼그라든 모습이다.
90년대 화장품 업계를 주름 잡았던 한국화장품은 해마다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건실한 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브랜드샵'의 시대가 열리고 방문판매가 급격히 위축되며 한국화장품의 매출도 고꾸라졌다. 2002년 1376억 에 달했던 매출은 2003년 858억 원, 2004년 688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판매 부진은 자연스럽게 적자로 이어졌다. 인적분할을 결의하기 직전 해인 2009년 연 매출은 510억 원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90년대 후반 8%에 이르던 시장점유율은 2%로 급락한다.
2010년 인적분할을 통해 제조와 판매 법인으로 분리하며 매출은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조법인(존속법인)은 오랜 전통의 화장품 기술력을 바탕으로 홈쇼핑과 일부 화장품 업체의 수주를 맡았고, 2011년 260억 원의 매출은 이듬해 313억 원으로 반등했다. 판매법인(한국화장품) 역시 유통 채널을 정비하고 색조 계열의 히트 제품을 선보이며 2011년 505억 원, 2012년 39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두 법인의 매출을 합산해 보면, 분할 직후인 2010년에는 744억 원, 2011년 765억 원, 2012년엔 707억 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분할 전(510억 원)과 비교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 향후 실적 회복의 가능성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문제는 더샘인터내셔널이다. 2010년 지분 100%를 출자해 설립한 한국화장품의 브랜드샵 '더샘'은 여전히 실적 회복이 요원하다는 평가다. 런칭 직후(매출 46억 원)보다 2012년 매출은 8배(347억 원) 가까이 성장했으나,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이 작용하며 수익성은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차근차근 쌓인 결손금으로 자본은 결국 잠식상태에 빠졌고, 지난해 모회사 한국화장품은 출자전환을 통해 670억 원을 지원했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샵 시장은 후발주자에게 불리한 구조"라며 "자금력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대기업 계열과 맞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리아나화장품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00년대 초반 3000억 원의 연매출을 올렸던 코리아나화장품의 매출은 해를 거듭하며 가파르게 위축됐다. 2002년 2950억 원이던 연매출은 2년 후 반토막난 1513억 원, 다시 5년 후 2010년 1050억 원을 기록하며 전성기에 비해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5년간 영업이익도 사실상 마이너스다. 2006년과 2007년 각각 126억 원, 13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듬해 영업이익 23억 원으로 일시적으로 흑자전환했지만, 기쁨도 잠시 2009년 63억 원의 영업적자를 낸다. 2010년과 2011년 3억 원의 2억 원의 영업이익이 무색하게 2012년 다시 1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위기를 넘어 제2의 도약을 준비하던 코리아나화장품은 2011년 서초 사옥을 매각하며 부채를 청산했다. 그러나 실적이 기대만큼 반등하지 못하며 현금흐름이 개선되지 못했고, 지난해 다시 은행권에 120억 원의 대출 한도를 설정했고 30억 원을 선 인출했다.
이후 시장의 관심은 유학수 대표와 오너가가 쥐고 있는 지분으로 옮겨갔다. 유 대표가 운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 지분의 매각을 타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자칫 경영권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 있는 대목으로 유동성 확보에 대한 내부의 고민이 깊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는 평가다. 그러나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해당 매각은 정지됐고, 현재 제3자 유상증자 방식 등을 활용해 외부 자금을 유치 중인 상황이다.
이처럼 사업 부진에서 자산 매각을 타진하기까지, 두 업체의 모습은 흡사하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인원 감축을 통한 비용 통제나 유형 자산의 매각은 회사의 경영상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 투자 역량을 늘릴 때 가장 쉽게 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며 "오랜 부진으로 회사 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고 반등의 기회를 잡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90년대 시장을 주름 잡았던 전통의 화장품 업체의 닮은꼴 행보가 향후 업계 판도 변화로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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