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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국채 연착륙을 기대하며 [thebell note]

이승우 기자공개 2014-02-20 09:29:00

이 기사는 2014년 02월 14일 07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스크와 기대 수익은 다른 이름이지만 그 함의는 비슷하다. 미래에 가져올 수 있는 수익 기대치가 리스크고, 그 리스크만큼이 딱 수익으로 기대되는 법이다

평가되는 리스크보다 수익이 작거나 많으면 -물론 대체로 적을 경우가 많다- 투자자와 갈등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투명성이 극대화된 현대 금융시장에서는 이같은 일이 잘 벌어지지 않는다. 수익과 리스크간 상관관계를 통한 밸류에이션 스킬은 그 어느 때보다 고도화되고 정교화돼 있기 때문이다. 위험한만큼 돈을 알아서 챙겨준다는 얘기다.

밸류에이션 문제와 가격·리스크 정보에 대한 전달은 별개의 문제다. 고객도 사람이고 상품을 파는 PB 역시 사람이니 왜곡되기도 하고 감춰지기도 하고 혹은 과장되기도 한다. 역시 리스크는 축소되고 수익은 과장되기 십상이다. 상품 구조와 수익 메커니즘이 아예 잘못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판매사와 투자자간 갈등은 증폭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브라질 국채가 이 케이스에 해당되지 않나 싶다. 10% 이상의 쿠폰 금리에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이만한 상품이 없어보였다. 타이밍만 잘 잡으면 대박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이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고 환매에 나서는 지금 이 때 돈 냄새를 잘 맡는 강남 부자들이 그렇게 많이 찾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불티나게 팔려 나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은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가격과 리스크 정보 전달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브라질 국채 문제의 핵심 역시 상품 자체가 아니라 판매 과정의 잘못인 것이다.

첫째 대부분의 판매사들이 브라질 국채에 대한 성격을 정확히 전달하지 않았다. 환헤지를 하지 않은 사실상의 환투자 상품인데도 불구하고 채권임을 강조했다. 10%의 고금리 쿠폰이 가장 매력적으로 부각됐다. 쿠폰 역시 환율 변동으로 5%도 안되는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는 환율 연동 이자인 것이다. 고금리 쿠폰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투자하는 채권과는 별개의 상품군이라 보면 된다.

둘째 장기 투자와 단기 투자를 혼동하게 만들었다. 즉 고금리 쿠폰으로 만기까지 보유하는 것과 중간에 환율 변동으로 이익을 보면 팔 것을 어중간하게 전달했다. 혹 환율로 손실을 보더라도 만기 이전에 손실을 만회할 사이클이 온다는 논리로 환율 리스크가 숨겨지는 듯 했다.

셋째 사후적으로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 리서치 센터 내에는 브라질을 커버하는 전문가가 없었고 외국계 IB 등 글로벌 금융회사를 통한 간접적인 정보 제공이 중요한 수단이 됐다. 판매사인 국내 증권사는 투자하지 않는 상품이고 투자자들에게는 중개만 하고 수수료를 미리 떼는 상품이어서 제대로 된 사후관리를 기대하는 건 사실상 무리였다.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손실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 당시 수익에 대한 기대 뿐 아니라 시나리오별 리스크 정보가 투자자에게 제대로 입력돼 있다면 케이스별 대처 방안은 달라진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놓았으니 리스크가 현실화하더라도 불안해하거나 우왕좌왕하지 않을 수 있다.

브라질 국채 투자에 한해서는 모두가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당황한 게 사실이다. 일단 너무 많이 팔렸으니 급한 사람들 위주로 손절을 유도하자고 증권사들이 나섰다. '브라질 국채 투자는 손실을 만회할 환율 사이클이 올 때까지 기다려도 된다'는 투자 스킴을 판매사 스스로가 부인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에서는 브라질 국채가 '사기'에 가까운 상품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브릭스(BRICs) 투자에 이어 브라질 국채가 개인의 해외 투자 지평을 좁힐 수 있는 상품으로 전락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손실이 커졌다고 상품을 아예 부정하는 건 억지다. 그보다는 정확한 정보가 전달된다는 전제 하에 브라질 국채가 또 하나의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high risk-high return)' 상품군으로 연착륙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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