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앤지스틸, 내부거래 급증하는 이유는? 현대·기아車 물량 'UP', 공정위 제재 축소 탓
김장환 기자공개 2014-03-10 10:28:00
이 기사는 2014년 03월 07일 13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비앤지스틸이 지난해 특수관계자를 통한 매출 규모를 급격히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거래 제재 범위가 축소된 이후 시작된 내부거래 확대여서 주목된다.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비앤지스틸은 지난해 특수관계자로부터 2027억 원의 매출 거래를 올렸다. 전년도 특수관계자 매출 물량이 1626억 원이라는 점에서 불과 1년 만에 관련 일감이 400억 원 가량 늘었다. 특수관계자에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현대머티리얼, 현대그린파워 등 8개 회사가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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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비앤지스틸의 특수관계자 거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현대·기아차다. 총 8개 특수관계자 중에서 2개사는 현대제철이 유동성을 조달하기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이고, 정일선 사장이 100% 지분을 확보한 현대머티리얼 등 나머지 업체는 주로 납품(매입)을 받는 회사다. 전체 특수관계자 매출에서 90%가 넘는 몫이 현대·기아차 물량이다.
현대비앤지스틸의 현대·기아차 매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업 자체가 자동차용 스테인리스 강판 생산이기 때문이다. 도산한 삼미특수강을 2001년 현대제철이 인수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로 편입시켰고, 이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현대차 계열에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현대제철로부터 쇳물을 공급받아 현대·기아차로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은 이전과 비교해봐도 상당 수준이다. 지난해 총 매출이 6967억 원이었다는 점에서 보면 특수관계자 거래 비율이 29.1%에 달한다. 전년도에는 총 매출은 7472억 원, 특수관계자 물량이 1626억 원으로 관련 거래비중이 21.8%에 그쳤다.
지배기업인 현대제철과 현대비앤지스틸이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는 관계기업 애드스테인리스와의 거래 내역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총 내부거래 비중은 더욱 도드라진 결과가 나온다. 지난해 현대제철과 애드스테인리스 양사를 통해 거둬들인 매출은 3143억 원으로 전체 매출액 대비 45.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년도에는 41.7%에 그쳤던 부분이다.
지난해 현대비앤지스틸의 내부거래 물량이 이처럼 급격히 늘어난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규제 축소가 직접적 배경으로 거론된다. 2012년 말까지만 해도 모든 계열사간 거래로 규정했던 일감 몰아주기 범위는 지난해 들어 총수 일가가 일정 지분(상장 30%, 비상장 20%)을 보유한 계열사와 거래로 전면 수정됐다.
현대비앤지스틸은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자제들이 일정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너일가 지분율이 크게 약한 곳이다. 정일선 대표이사가 2.52%, 동생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대표이사와 정문선 전무가 각각 0.72%, 1.7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42.67% 지분(우선주 포함)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행 제도에서는 내부거래 규제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없는 곳이다.
어쨌든 업계에서는 현대비앤지스틸의 내부거래 물량이 향후 급속도로 늘어나게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특히 현대제철이 자동차 특수강 하공정(2차 가공) 사업을 현대비앤지스틸에 몰아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2015년까지 당진 제철소에 자동차 특수강 상공정(선재) 설비 공장 신축을 완료하고 인근에 하공정 설비를 갖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직접 하공정 사업을 벌이려던 계획을 버리고 최근 현대비앤지스틸을 하공정 사업자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 규제 범위가 크게 축소된 덕뿐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자동차 등을 통한 내부물량 확대는 공정위 규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자동차 특수강 2차 가공 사업까지 맡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2016년부터는 관계사 물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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