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3월 18일 10: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근혜 정부들어 벤처기업 육성과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 재원을 늘려주고 있다. 제2의 벤처붐이 조성되는 분위기다.주인공인 벤처캐피탈 업계는 오히려 핵심인력들의 잦은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화려한 무대가 만들어졌지만 주인공인 배우들이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나며 어색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A사의 경우 대표이사가 돌연 사퇴의사를 보였고, B사는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가 돌연 회사를 떠났다. C사도 회사를 대표하는 심사역이 대표이사와의 불협화음 끝에 조건 없이 퇴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놓은 상태다. D사는 국내 최대 LP로부터 벤처투자조합 결성을 앞두고 핵심 심사역이 이탈하면서 조합결성 규모가 삭감되는 페널티를 감수해야 했다. E사도 핵심인력이 이탈을 선언했다가 뜻을 접었지만 보고라인이 투자본부장에서 대표이사로 변경되는 웃지못할 헤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10여년만에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핵심인력 이탈이 잦은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만 요약하자면 첫째는 '배분'의 문제이고, 두 번째는 '갈 곳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대형 벤처캐피탈을 중심으로 투자수익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투자조합을 청산한 한국투자파트너스의 한국투자M&A14호조합의 경우 내부수익률(IRR)이 70%를 넘어섰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집계한 2013년 벤처캐피탈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청산된 벤처투자조합 중 내부수익률(IRR)이 기준수익률(약 7~8%)을 넘어선 곳이 상당수였다. 이로 인해 대표펀드매니저를 중심으로 엄청난 성과보수가 배정됐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투자를 이끌었던 심사역은 자신이 생각했던 인센티브 규모와 회사의 배분원칙이 너무 다르자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벤처캐피탈 업계는 이미 수년 전부터 성과보수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투자재원을 조달했던 인력(통상 대표이사)과 투자를 담당했던 심사역의 기여도, 투자자산을 관리했던 지원부서 등 이해 당사자간의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투자파트와 관리파트의 힘겨루기 양상으로도 보고 있다.
잦은 인력이탈의 또다른 원인은 벤처캐피탈 업계에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인력 수요가 대폭 늘어났다는데 있다. '배분의 문제'로 회사측과 불편한 관계가 있는 상황에서 몸 값을 높이며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면 고민하지 않고 비로 이동하는 상황인 셈이다. 핵심인력을 빼앗긴 창투사의 경우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시 인력 스카우트시장에 다시 뛰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모 창투회사 대표는 "딜소싱을 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해 엑시트할 때까지의 투자심사역의 기여도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사후관리를 주도한 인력들에 대한 기여도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음을 토로하고 있다.
벤처캐피탈 관리부처인 중소기업청은 몇년 전부터 벤처캐피탈 인력 관리를 위해 '투자심사역 이력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각 벤처캐피탈들이 자사 심사역들의 투자이력을 입력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아직 강제성이 없다고 한다. 이 시스템을 조금더 정교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투자이력 시스템을 통해 심사역들의 트렉 레코드를 바탕으로 투자조합이 만들어지기 전에 조합 규약으로 배분의 문제를 보다 명확하게 정리해 갈등의 원인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 한번의 투자로 '잭팟'을 터트린 심사역도 필요하지만 오랫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기록한 심사역이 더 필요하다. 이들이 회사를 믿고 투자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벤처생태계가 활성화 될 수 있다. 모두가 한 발 양보하고 최상의 성과배분 시스템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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