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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돌발 발언, 신용평가 독립성·신뢰성 훼손" 평가사·전문가, 관치 의도 비판…구조조정 기업에 특혜 유도

황철 기자공개 2014-04-11 11:21:08

이 기사는 2014년 04월 10일 1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구조조정 기업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적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신용평가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명백한 관치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최수현 원장의 발언에 황당하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발언은 그간 감독당국의 태도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금융감독원은 동양 사태 이후 이뤄진 신용평가사 감사의 초점을 뒷북 등급 조정에 맞춰왔다. 최 원장 발언 이후 유사한 형태의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경우 상당한 논란과 파장이 예장된다.

◇ 신용평가 자율적 판단...최원장 발언 논리적 모순

최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신용평가사의 급격한 등급 조정 행태와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등급 조정 절차의 위규 여부를 중점 점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계열의 투기 등급 강등이나 한진해운 신용등급 하락 등을 두고 한 발언이다.

이면에는 신용등급 강등이 구조조정 기업의 자금조달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재무개선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최 원장의 발언은 여기서부터 논리적 결함을 갖는다.

현대상선의 경우 투기등급으로 하락하기 이전부터 이미 자체적으로는 자금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더욱 떨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투자적격 기업이라 하기에는 평판 저하의 수준이 과하게 높았다. 오히려 그동안 A급 기업으로 오랜 기간 남아 있었던 것에 대해 시장에서는 적정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유동성난이 워낙 극심해 신용평가사별로 등급 스플릿이 났지만 어느 곳이 적절했다고 판단하기에도 모호한 측면이 있었다. 투자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는게 시장 참가자 대부분의 시각이다.

A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신용평가사가 이번에 등급을 하향했지만 그동안 재무개선 작업의 진행 경과를 지나치게 기다려준 측면이 있다"라며 "금감원장의 이번 발언은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신용평가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발언이 신용평가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된다. 당국이 나서 구조조정 기업에게만 일종의 특혜를 제공할 경우 신용등급의 정보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

B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기업 신용등급의 적정성에 대해 시장의 평가가 내려질 수는 있지만 전문성을 갖춘 신용평가사의 판단은 존중받아야 한다"라며 "현대상선처럼 자체 조달 가능성이 거의 없는 기업에 경영정상화 등 외부적 요인을 이유로 안일한 평정을 요구하는 것은 신용평가의 적정성을 오히려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 금감원 입장 변화에 신평업계도 당혹

신용평가업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간 뒷북 신용평가에 대해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하던 금감원의 돌연한 태도 변화에 대해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연말 동양그룹 사태 이후 신용평가사들을 대상으로 등급 조정에 대한 문제가 없는지 특별 검사를 벌였다. 당시 이슈는 '뒷북 등급 조정'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겠다는 것이었다. 수개월만에 정반대로 입장이 돌아선 셈이다.

A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의 정확한 태도에 대해 전달받은 것은 없지만 최 원장의 발언 자체는 신용평가사의 독립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당장 평정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향후 금융당국이 어떤 식으로 문제에 접근할 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신용평가 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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