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의 숙제 'Samsung Re' [thebell desk]
김현동 차장(금융팀장)공개 2014-04-21 08:07:08
이 기사는 2014년 04월 18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천년을 맞는 2000년 5월 삼성화재는 '뉴밀레니엄 경영 비전'을 발표했다. 삼성화재의 21세기의 비전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인터넷 전용 자동차보험 출시, 둘째는 재보험회사 설립이다.인터넷 전용 자동차보험은 2009년 3월 '마이애니카(현 애니카다이렉트)'로 실현됐다. 마이애니카는 국내 유일의 인터넷 완결형 자동차보험 상품이다. 기존 자동차보험에 비해 손해율도 낮고 사업비도 적게 든다. 대면 채널이 주력인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전화영업(텔레마케팅)없이 인터넷만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대단한 실험이다. 삼성화재만의 차별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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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험회사 설립은 2008년 공식화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실제 법인('삼성리(Samsung Re)') 설립은 2011년 말에서야 이뤄졌다. 재보험회사 설립은 삼성화재에 여러 의미가 있다. 아시아 재보험시장 허브인 싱가포르에 재보험회사를 설립한다는 것은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기반 구축이다. 해외 우량 일반보험 물건 보유 확대라는 신성장동력 확보도 있다. 삼성화재는 글로벌 재보험 통합 운영이라는 계획도 갖고 있다(아래 그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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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여러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도 안민수 사장이 말한 '자체 요율' 문제가 가장 커 보인다. 안민수 사장은 지난달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내년까지 일반보험의 자체 요율을 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해외의 우량 물건을 인수할 수 있으려면, 적정 가격을 산정하는(pricing) 능력이 필수적인데 그 만한 역량이 없다는 통렬한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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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요율의 부재는 삼성화재만이 아니라 국내 전체 손해보험회사의 불편한 진실이다. 원인은 단순하다. 오랫동안 가격산정을 국내 유일의 재보험회사인 코리안리에 맡겨왔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재보험 요율이 자유화된 것은 불과 12년 전의 일이다. 그 전까지는 해외 재보험사와의 거래가 제한됐고, 가격도 재보험사가 제시한 가격('재보험자 협의요율')을 그대로 썼다. 결국 해외 직거래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가격 산정 능력이 떨어졌고 해외 불량 요율을 구득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국내 원수보험사들은 그렇게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코리안리에 길들여졌다. 코리안리를 거치지 않고는 일반보험 영업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다. 더구나 기업성 일반보험 물건은 기업간 영업비밀이라서 다른 그룹 계열 손해보험사에 넘겨줄 수가 없다. 이런 관행이 엮이면서 자연스레 재보험은 코리안리에 집중됐다.
안민수 사장은 해외 영업 강화를 통해 삼성화재를 글로벌 초일류 보험회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런 면에서 '삼성리'는 안민수 사장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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