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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미리마트 꼬리표 떼야 지속 성장 가능” [thebell interview]이건준 BGF리테일 경영지원부문장

민경문 기자공개 2014-04-23 11:10:27

이 기사는 2014년 04월 21일 18: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이 자금 조달 이외의 목적으로 상장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현금 창출이 꾸준한 회사의 경우 상장이 여러모로 번거로운 일일 수 있다. 구주매출로만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는 것이라면 대부분 재무적 투자자(FI)와의 약조를 지키기 위한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BGF리테일의 상장은 조금 특별하다. 지난 20여 년간 비즈니스 파트너였던 일본 훼미리마트의 지분 매각이 핵심이다. 회사 내부로는 1원 한 푼 유입되지 않지만 회사 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했다.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훼미리마트 간판을 버리고 CU브랜드를 내세워야 했던 배경이 궁금했다.

◇해외 진출 위해 독자 경영 불가피…"로열티 때문 아냐"

"1990년 10월 1호점을 냈다. 유례없는 스피드로 확장해 나갔다. 훼미리마트와의 라이선스 계약에 힘입은 바가 컸다. 당시 만해도 독자 경영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1993년 당시 ㈜보광에 입사해 20년 간 회사의 성장과 궤를 함께해 온 이건준 경영지원부문장(전무)의 말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국내 편의점 업계는 성장성 한계에 직면하기 시작했다. 양적 성장보다는 경쟁업체와의 '자리 바꾸기'만이 반복됐다. 해외 진출이라는 '해답'은 분명했지만 훼미리마트와의 라이선스 계약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아시아 지역에 신규 점포를 내기 위해서는 일본 측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설사 나간다 해도 일본 브랜드로는 추가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훼미리마트와 독립 브랜드 협상을 시작했다."

시장에서 "로열티를 줄이기 위해 훼미리마트와 결별을 선언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로열티 비용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이 전무는 강조했다.

독자 경영안에 대한 훼미리마트의 반발은 적지 않았다. 국내 점포 개수는 훼미리마트 전체 점포수의 무려 1/3에 달했다. 일본 외 지역으로는 단연 1위다. 훼미리마트는 로열티 외에도 한국에서 발생하는 배당 수익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전무는 "협상에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2012년 CU브랜드 변경 선언을 앞두고 상장을 통한 지분 매각안을 훼미리마트가 받아들였다"며 "만약 상장이 안됐을 경우 회사가 직접 사주겠다는 약조까지 했다"고 말했다. 지분 매입을 위해 2500억 원 이상의 돈을 마련해야 했던 BGF리테일은 IPO 성사 여부를 두고 '배수의 진'을 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행스러운 건 훼미리마트가 100% 구주매출에 동의한 점이었다. 이 전무는 "상장 이후에도 지분을 보유했다가 주가 추이를 봐서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일괄 매각에 동의했다"며 "결별 선언까지 한 마당에 계속 지분을 보유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훼미리마트 정도의 회사에서 BGF리테일의 주가 차익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BGF리테일의 해외 상장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CU가 엄연한 한국 브랜드인데다 국내 위주로 영업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굳이 해외상장을 추진할 이유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IPO빨리 해야 구주매출 비용도 줄어"

어차피 구주매출을 통한 상장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되도록 빨리 IPO를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 BGF리테일이 계속 성장해 나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훼미리마트에 대한 구주매출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는 "만약 공모가격이 훼미리마트의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훼미리마트가 상장을 철회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희망 공모가 밴드는 4만 1000~4만6000원으로 상장 무산 시 당초 BGF리테일이 사들이기로 약조한 훼미리마트의 지분 매입 가격과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전무는 BGF리테일의 상장이 훼미리마트의 구주매출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 동안 라이선스 제공기업과 계약자 사이가 법정분쟁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BGF리테일과 훼미리마트의 결별은 양사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한 '윈윈(win-win)' 성격의 의사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일본계가 중심이 된 편의점 비즈니스를 국내 토착화하는데 성공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해외 진출은 기본적으로 아시아권이 타깃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전무는 "해외에서 훼미리마트와는 경쟁자이기보다는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특히 남북통일이 이뤄질 경우 BGF리테일은 편의점 업체 가운데 가장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일하게 개성공단(3곳), 금강산 관광지구(4곳)에 점포를 확보한 곳이 BGF리테일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편의점 업계를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이 전무는 "일부 대기업의 경우 주로 직영사업만 해왔을 뿐 프랜차이즈에 대한 경험이 없어 그들이 기대하는 규모의 경제를 내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기존 편의점 업체들이 좋은 위치를 선점한 이미 상당부분 확보한 것도 격차를 줄이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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