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제일모직 합병, 맥 못추는 주가 '변수' 주가 약세 속 주식매수청구 가능성↑..큰 손 '국민연금' 행보 주목
박창현 기자공개 2014-05-20 09:15:00
이 기사는 2014년 05월 16일 11: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주주들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양 사 주주들은 이달 말까지 합병에 대한 찬반 의견을 통보해야만 한다.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한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할 수 있다.최근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매입가격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합병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삼성SDI와 제일모직에 따르면 양 사는 15일부터 29일까지 주주들을 대상으로 합병 반대의사 통지 접수 기간을 갖는다. 이 기간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한 주주들은 보유 주식을 회사 측에 팔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을 갖게 된다.
합병 반대 의사 및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는 주가 추이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각각 주식 매수 가격(보통주 기준)으로 15만 1660원, 6만 7273원을 제시했다. 따라서 당장 반대 의사 접수 기간 동안 주가가 회사 측이 제시한 주식 매수 가격보다 낮게 형성될 경우, 주주들은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주가는 지난 3월 31일 합병 발표 이후 지급 가격 수준에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합병 발표 당일 장중 17만 원까지 치솟았던 삼성SDI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더니 지난 12일 14만 6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후 주가가 반등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15만 원 대 수준이다. 16일 오전 11시 40분 기준으로 삼성SDI 주가는 지급가격보다 낮은 15만 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사정이 더 안 좋다. 합병 발표 당일 7만 1700원으로 장을 마감한 제일모직은 이후 주가가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난 달 24일 이후부터는 줄곧 회사 측 제시 가격을 밑돌고 있다.
주가가 지급 가격을 밑도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양사 주식 보유 비중이 높은 공제회와 연기금, 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 주주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 기관 주주들이 차액 실현을 위해 대거 주식 매각에 나설 경우,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지급금액이 7500억 원(발행주식의 10.65% 해당)을 초과하면 합병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제일모직 마지노선은 7000억 원(19.84%)이다.
국민연금은 삼성SDI와 제일모직 주식을 모두 5% 이상 갖고 있다. 삼성SDI 지분은 9.85%(464만 4826주), 제일모직 지분은 9.96%(522만 3391주) 보유 중이다. 주식매수권 행사시 지급 금액만 삼성SDI는 7044억 원, 제일모직은 3514억 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상징성과 주식 비중을 고려할 때, 주식매수 의사결정은 다른 기관 주주들에게도 직·간적접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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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삼성SDI는 투자자문사인 '캐피탈 리서치 매니지먼트사(Capital Research and Management Company)'가 6.1%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제일모직 지분 6.9%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주주다.
물론 매수 대금이 계약 해제 마지노선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합병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다. 합병 철회 시 신인도 하락과 시장 혼란, 사업 계획 수정 등 더 큰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다한 자금 지출은 재부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시장 평판 저하로 인해 합병 후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 등 기관 주주들은 우선 반대 의사를 표명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획득한 뒤 주가 추이에 따라 전략적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 때도 반대 의사를 통지한 후 주가가 회사 측 주식 매입 가격보다 낮게 형성되자 권리를 행사해 차액을 실현했다.
한 기관 주주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해 우선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가 추이와 함께 합병 삼성SDI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내부 분석을 토대로 권리 행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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