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 신성불가침 옛말...펀더멘털이 최우선 특수성·상징성 희석, 평가방법론과도 괴리…하위등급에도 후폭풍 불가피
황철 기자공개 2014-06-12 09:53:17
이 기사는 2014년 06월 11일 19: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레딧 시장에 메가톤급 폭탄이 떨어졌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절대로 흔들릴 것 같지 않던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자본시장 역사상 AAA급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일은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포스코(포항제철)의 신용등급은 AAA를 유지했다.그동안 AAA 등급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돼 왔다. 국가 산업 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재무역량 이상으로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반열에 오르기도 어렵지만 웬만한 재무구조의 훼손을 이유로 등급에 손을 대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인식도 있었다.
이번 포스코 신용등급 하락은 이런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AAA의 상징성이 점점 희석돼 가고 있다는 게 첫 번째다. 국가 산업의 중추 기업이라 할지라도 자체 펀더멘털에 따라 언제든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업종 내 선도기업만 오를 수 있는 AA+등급은 물론 A급 이상 우량 대기업 전체에 비슷한 논리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년간 등급 버블 논란에 휩싸인 국내 신용평가 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AAA 상향보다 어려운 하향 조정, 시사점은
KT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뀔 때만해도 '과연? 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최우량 등급인 AAA는 신용등급 이상의 특수성과 상징성을 갖는다. AAA는 단순히 사업이나 재무적인 역량만 갖췄다고 오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국내 AAA급 민간 기업은 포스코, KT,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단 네 곳이었다. 이중 포스코, KT, SKT는 공기업으로 출발해 지금까지도 공적 기능을 수행하거나 국가의 보호를 받는 기간산업의 선도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극강의 재무구조를 나타낸 한참 후에야 가까스로 AAA급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재무역량 면에서 포스코, KT, SKT를 뛰어넘은 지 오래였지만 지난해 신용등급 상향 당시 적잖은 논란이 발생했다. 과연 순수 민간기업이 AAA급에 오를 수 있느냐는 게 주된 이유였다.
재무실적만큼이나 국가 산업구조에서의 위치를 중요시하는 AAA급의 상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 역으로 보면 신용등급 강등 자체가 국가 경제에 대한 의심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만큼 평정 주체인 신용평가사도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일임에 분명하다.
◇ 신용등급 평가, 외부 요소 줄어드나
이번 한국기업평가의 포스코 신용등급 강등은 기존의 이러한 인식을 뒤엎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AAA급이라 할지라도 펀더멘털에 따라 언제든 신용등급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기저에는 AAA급 기업 대부분이 과거 민영화 이후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상당부분 사라졌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환경 측면에서도 내수를 벗어나 글로벌 환경에 노출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등급 자체가 갖는 상징성이 유효하지 않다는 점 또한 시사했다.
평가방법론 상 적용등급과 실제 신용등급 간의 괴리를 해소하지 않을 경우 명분을 갖기 힘들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포스코의 경우 평가방법론 상 신용등급은 이미 AA급에 머문지 오래다. 포스코 신용등급을 떨군 한국기업평가의 방법론을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철강업 평가방법론의 핵심인 매출액이나 사업포트폴리오, 원재료 조달, 수직계열화 등은 AAA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EBITDA마진, 레버리지비율, 재무정책과 융통성 등 재무항목은 A~AA에 머물고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적용한 평가방법론등급은 AA에 머문다.
포스코가 그룹 내 모회사라는 점에 비춰보면 독자신용등급이나 최종신용등급에 가점이 이뤄질 만한 요소는 많지 않다. 독자신용등급에 가감될 미래전망이나 이벤트 리스크의 경우 득이 될 만한 게 별로 없다. 최종신용등급 도출 과정에 포함하는 계열 지원 가능성 역시 지원의 주체에게 적용될 부분이 아니다.
이러한 평가 논리상의 인식 전환은 AAA급은 물론 업종 내 대표 기업에만 주어졌던 AA+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등급 버블로 상향 곡선을 그려온 국내 기업 신용등급 매트릭스에도 상당한 후폭풍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AAA급이 워낙 특수성이 강했기 때문에 평정 자체의 적정성을 논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다만 AA급 이상 우량 기업이 지나치게 많은 기형적 구조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외부적 요인보다 재무구조나 사업역량과 같은 본원적 가치를 더 중요하다는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