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의 '잃어버린 10년' [한국씨티은행의 실패]① 시장점유율 반토막·실적 뒷걸음질…잘못된 경영판단 때문
윤동희 기자공개 2014-07-07 10:28:55
[편집자주]
2014년은 한국씨티은행 출범 10주년이 되는 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씨티는 올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한국 시장에서 엄청난 변화와 혁신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됐던 한국씨티가 진출 10년만에 구조조정이라는 실패를 선언한 것이다. 머니투데이 더벨은 씨티은행이 한국에서 실패한 원인을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4년 07월 02일 07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4년은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국내 금융당국은 2004년 당시 스탠다드차타드그룹과 함께 씨티그룹에 국내 은행업 라이선스를 내주면서, 이들에게 '상어'와 같은 역할을 기대했다. 외국계로서 혁신적인 영업전략을 선보여 국내 은행에 경각심을 일깨워 주겠다는 게 당초 목표였다.하지만 한국씨티의 존재감은 미미하기만 하다. 현재 시중은행 중에서 한국씨티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3%대다. 한국씨티의 원화대출금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3.18%, 원화예수금 점유율 3.91%를 기록했다. 한미은행을 인수하던 2004년에는 점유율이 꾸준히 올라 5~6%의 예수금·대출금 점유율을 보였다. 지난 10년 간 실적이 반토막 난 것이다.
성장과 수익도 모두 놓쳤다. 자산 규모는 제자리 걸음 수준이고, 순익은 크게 뒷걸음질 쳤다. 2004년 한국씨티의 총자산(평잔)은 44조 원으로 지난해말 기준 55조 원이 되기까지 10년간 24.9% 밖에 커지지 않았다. 시중은행이 같은 기간 66.6% 자산을 늘린 것과 비교된다. 순익 기준으로도 지난해 한국씨티의 순익은 70% 줄어들었다. 시중은행도 36% 감소했으나 한국씨티의 감소 폭이 더 드라마틱하다.
한국씨티는 또 구조조정을 공식화하기 까지했다. 지난달 직원 650명을 희망퇴직 처리했다. 이는 전체 직원 4240명의 15% 수준이다. 점포 56개 감축 작업도 마무리했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지점이 190개가 있던 것을 감안하면 30%가 사라졌다. 오는 9월에는 지주와 은행 합병작업도 이뤄진다. 당분간 성장은 없다는 의미다. 한국씨티는 국내 은행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지 10년만에 이 시장에서 '실패'를 선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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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가 구조조정에 들어간 원인은 한국 은행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져 씨티그룹 차원에서 익스포져를 줄여야 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지만, 그간의 잘못된 경영판단에 따라 한국씨티가 불안정한 수익구조와 자산규모를 갖추게 된 원인이 더 크다.
업계 전문가는 "씨티그룹 입장에서는 한국씨티에 전적으로 결정권을 주기에는 한국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고, 외은지점처럼 기민하게 움직이기에는 몸이 무거운 상태라고 판단을 내려 구조조정을 결정한 것"이라며 "여기에 최근 저금리 구조가 되면서 한국씨티가 상대적으로 더 마진 압박을 받아 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이 구조조정 결정에 힘을 실어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평잔 기준으로 55조 원이다. 지방은행보다 조금 큰 규모로 전국구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시중은행과 경쟁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작은 규모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수익성 위주로 영업을 하기에는 금리에 민감한 가계대출 비중이 60%로 너무 컸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이처럼 여신 포트폴리오가 제대로 짜여지지 않고 영업조직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배경에는, 국내 사정에 맞지 않는 한국씨티의 여신심사 체계와 비효율적인 조직구조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마디로 한국씨티는 현지화에 실패했다. 한국 시장에 맞는 영업 전략이나 조직을 갖추지 못하고, 지난 10년간의 잘못된 경영방침으로 실패에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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