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7월 24일 09: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은행이 은행법 개정 이전에도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이하 '코코본드')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은행법 개정 지연으로 국내 비상장 은행의 코코본드 발행을 위한 법적근거 마련이 늦어지자 금융당국이 유권해석을 통해 코코본드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은행법상 근거가 불명확해 코코본드 발행에 주춤했던 일부 은행들이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금융위 "비상장 은행, 코코본드 발행 가능"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현행 은행법상으로 비상장 은행의 코코본드 발행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국회에 계류 중인 은행법 개정안 통과가 늦어지자 현행 은행법상으로도 코코본드를 발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금융당국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현행 은행법상으로 비상장 은행의 코코본드 발행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은행마다 (코코본드 발행이)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견해도 있었다"며 "금융위로부터 '(코코본드 발행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비상장 은행들도 명시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바젤Ⅲ 하에서 국내 비상장 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권이 자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조건부자본증권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은행법상에는 코코본드 등 조건부자본증권 조항이 포함된 후순위채 발행에 대한 근거가 불명확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지난 2월 은행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하고, 은행의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근거를 명시적으로 마련했다. 하지만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개정안 시행이 늦어졌다.

이번 유권해석은 은행법 개정 지연으로 인해 명시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일부 은행들이 코코본드를 발행할 수 있도록 금융위가 숨통을 틔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A 은행 관계자는 "바젤Ⅲ 시행으로 후순위채가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증자 등을 제외하고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이 거의 막혀있었다"며 "(이번 결정은) 자본 확충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 코코본드 발행을 추진 중인 JB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은 이번 유권해석과 관계없이 코코본드를 발행할 수 있다. 두 곳 모두 상장된 회사로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상장된 금융회사의 경우 자통법에 근거해 코코본드를 발행할 수 있다"며 "은행법이 개정되면 비상장 은행들도 상장사와 같이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을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은행, 정관변경 추진…연내 발행 나설 듯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받으면서 코코본드 발행을 검토해 왔던 대부분 은행은 정관변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은행의 정관에는 코코본드의 발행과 규모 등을 명시해 놓지 않아 정관변경을 통해 발행 근거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도 코코본드 발행을 준비하면서 정관변경을 통해 발행 근거를 마련했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발행할 수 있는 채권 항목에 코코본드가 명시돼 있고 발행 한도 등도 포함돼 있어야 한다"며 "발행을 검토했던 은행들은 정관변경과 함께 코코본드 발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대부분 비상장 은행의 경우 모회사인 지주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임시 주주총회 개최 등 관련 일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 정관변경이 어렵지 않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일부 은행은 연내 코코본드 발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상장 은행은 정관변경이 상장된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다"며 "연내 발행을 목표로 하고 준비 중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