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호황기 투자, 재무부담 '부메랑' [1등 기업의 위기]①조선·철강·유통·물류·정유·통신 대표 기업, 위상 하락
황철 기자공개 2014-08-12 06:57:00
[편집자주]
1등 기업이 위기에 빠졌다.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주요 산업의 대표기업이 수익성 저하와 재무구조 악화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사별로 강도 높은 자구안을 실행하고 있지만 효과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내 1위 기업이 봉착한 위기의 실상과 자구안의 실효성을 살펴보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14년 08월 06일 16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선·철강·유통·물류·정유·통신 등 국가 경제 발전의 주춧돌이었던 핵심 산업 내 선도 기업의 위상이 전만 같지 않다. 업황 침체와 경쟁력 저하는 수출 기업, 내수 업체를 불문하고 공통적인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전반적인 실적 저하 속에 어닝 쇼크라 불릴 만한 침체에 빠진 곳도 속출하고 있다. 대부분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는 장치산업의 성격을 띠고 있어 재무 레버리지 확대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철강·조선 신화를 이끈 포스코·현대중공업, 1위 물류기업 대한항공·현대상선, 내수 성장의 주축 KT·롯데쇼핑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화에 주력하고 있는 SK에너지와 두산중공업도 재무실적과 대외신인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들은 최근 자산매각과 사업 구조조정과 같은 강도 높은 재무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아직은 우려를 해소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 철강·조선 신화, 전설 속으로 사라지나
철강과 조선은 오랜 기간 한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은 국가의 보호 아래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불황을 모르는 기업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펀더멘털이 크게 약화됐다. 국내외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최근 재무위험에 대한 경고 수준을 넘어 신용등급 강등이 임박했다는 메시지를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포스코는 아예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글로벌 평가사에 이어 국내에서도 한국기업평가가 포스코를 최우량(AAA) 기업군에서 끌어내렸다. 2000년대 장기 호황을 이끌었던 중국의 성장이 둔화한 것이 직격탄이었다. 국내외에서 후발주자로부터 강도높은 도전을 받으며 사업경쟁력이 떨어진 점도 펀더멘털 저하로 이어졌다.
포스코는 최근 비핵심 사업 매각과 자산유동화 등을 통한 재무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을 차입금 감축 등에 사용해 떨어진 신용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지분 매각에 시간이 걸리고 연결 기준 86조원에 이르는 대형 기업의 재무에 어느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지에 의문부호가 달린다. 결국 철강 사업에서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려 과거와 같은 현금창출력을 회복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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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에게도 2014년은 충격적인 한 해로 기억될 만하다. 2000년대 후반 7년 장기 호황을 마치고 급격히 추락한 조선업 불황의 여파가 한순간에 몰려왔다. 근근이 지켜왔던 AA+의 지위도 위태로워졌다. 한기평과 NICE신평는 신용등급에 '부정적 검토' 기호를 달아 짧은 기간 내 등급 하향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했다.
2008년까지 지켜온 무차입 상태는 불과 6년여만에 연결 기준 순차입금 10조원대로 악화했다. 2012년 이후 급한 대로 늘린 저가 수주의 악영향이 최근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 위기의 해법으로 찾았던 해양·플랜트 부문의 손실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현대중공업 역시 고부가 선종 중심 포트폴리오 개선의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는 당분간 펀더멘털의 악화를 막기 어려울 전망이다.
◇ 내수 기반 KT·롯데쇼핑도 변곡점
탄탄한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던 통신 강자 KT와 유통 대부 롯데쇼핑도 시험대에 올랐다. 두 기업 모두 글로벌 신평사로부터 올해 신용등급 강등 통보를 받은 공통점이 있다.
KT는 국내에서도 AAA급 반납 위기에 몰렸다. 성장 한계에 봉착한 통신 시장의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수익성 개선을 통한 영업현금창출력 회복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급변하는 통신 환경에 대응한 대규모 투자는 재무레버리지의 급격한 확대로 돌아왔다.
최근 경영진은 KT렌탈·KT캐피탈 매각, 대규모 명예퇴직 실시 등 경영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 사업과 재무역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많다. 사세에 비해 매각 규모가 크지 않아 실질적 효과에 대한 의문이 여전하다. 명예퇴직 등을 통한 비용 절감 또한 단기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롯데쇼핑 역시 그룹 차원의 확장 경영을 주도하며 재무레버리지 확대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진 지 오래다. 최근에는 소비 위축의 영향으로 탄탄했던 실적마저 흔들리고 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실적 역성장 전망이 커지고 있다. 수익성 저하에 따른 영업현금창출력 축소는 전사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차입금 감축 노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쇼핑도 최근 자산유동화(세일 앤 리스백) 등을 통해 재무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 해법은 경기 위축에 따른 사업안정성 저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달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그간 벌여 왔던 대규모 투자의 회수가 가시화해야만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표적 내수 업체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SK에너지도 실적과 펀더멘털 모두 변곡점에 섰다. 수년 간 지속한 국제 정제마진 하락의 여파로 실적 저하가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산업 특성상 영업현금창출력 저하는 차입금 증가로 곧바로 연결된다.
크레딧 측면에서 보면 글로벌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크다. 안정적 내수 기반 산업에서 변동성이 큰 수출 중심으로 전환한 것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재와 같은 재무실적 저하가 이어질 경우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SK그룹은 에너지 사업부문의 역량 제고를 위해 강도 높은 사업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잇따른 분할과 합병의 효과가 개별기업의 재무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연결 실체를 기준으로 한 그룹 에너지 사업부 전체에 미치는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 지는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 대한항공·두산중공업, 그룹 리스크까지 이중고
최대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과 발전설비·플랜트 최강자 두산중공업은 자체적인 재무실적 외에도 그룹 리스크라는 뇌관을 안고 있다. 대한항공은 사실상의 계열분리 상태였던 한진그룹의 구심점에 서며 해운업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최근 실적도 저하 추세다.
두산중공업 역시 그룹 내 중간 지주회사로서 두산인프라코어·두산건설 등의 재무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자체적인 실적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두산중공업 모두 최근 자산매각과 유동화, 자본확충 등을 동시에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 지속된 재무적 우려 요인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국내 주요 산업은 국내외에서 모두 경기 불안과 수요 위축이라는 불안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라며 "과거 호황기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선 결과, 공급 과잉에 따른 운전자본 부담 증가와 차입금 확대로 이어지는 수준을 밟았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결국 시황 회복과 투자 효과 가시화 시점까지 재무개선 작업을 통해 얼마나 부담을 줄일 수 있느냐가 신용도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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