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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銀, 휴가철 직전 글로벌본드 '기습' [Korean Paper]만기 12년 차별화 전략 '주효'..해외 기관 호응도↑

한형주 기자공개 2014-08-08 10:33:40

이 기사는 2014년 08월 06일 1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우호적인 발행금리로 10억 달러어치 글로벌본드(RegS/144a)를 찍는 데 성공했다. 우수한 신용도와 참신한 만기 구조가 글로벌 투자자 호응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타이밍상 9월 이후 발행이 몰릴 것을 감안, 여름 휴가 직전에 기습적으로 발행에 나선 전략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수출입은행은 이번 채권 발행을 통해 아시아계 국부펀드와 중앙은행 등 양질의 투자자군도 확보했다.

◇발행금리, 최초 가이던스보다 '15~17.5bp' 낮아

6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전날 밤 1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에 대한 프라이싱(가격 책정)을 마쳤다. 만기를 5년과 12년으로 쪼개 고정금리 채권 형태로 발행했다. 채권 금리는 5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5T)+72.5bp', 12년물 '12T+85bp'로 확정했다.

쿠폰 금리와 일드(yield) 금리는 5년물이 2.375%, 2.407%, 12년물은 3.25%, 3.364%다. 이날 현재 유통금리도 발행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됐다.

수출입은행은 전날 오전 아시아 시장에서 글로벌본드 발행을 공식 선언(Announce)하고 투자자 모집 절차에 착수했다. 이니셜 가이던스(Initial Guidance)는 5년물 '5T+90bp 수준(area)', 12년물 '12T+100 area'로 제시됐다.

수출입은행은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서의 폭발적인 투자 수요를 확인한 후 전날 저녁 가이던스를 5년물 '5T+75±2.5bp', 12년물 '12T+87.5±2.5bp'로 대폭 수정했다. 이후 미국 시장 투자자 주문까지 받은 뒤 최종 발행금리를 가이던스 하단에서 결정했다. 최초 가이던스보다 5년물은 15bp, 12년물은 17.5bp나 낮은 금리로 거래를 성사시킨 점이 포인트다.

이번 거래엔 총 270개 투자자가 참여했고 42억 달러의 주문이 접수됐다. 발행금액의 4.2배에 달하는 규모다.

중간에 금리 조건이 다소 공격적으로 수정되면서 미국쪽 투자자 반응이 기대만 못했다는 평가도 받지만, 아시아권에서 수요를 견조하게 받쳐 주면서 전반적인 투자 동력은 크게 줄지 않았다. 지역별 투자자 비중은 5년물의 경우 아시아 56%, 미국 23%, 유럽 21%, 12년물은 아시아 70%, 미국 18%, 유럽 12%를 차지했다.

◇글로벌 국부펀드·중앙은행 다수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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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수출입은행
눈여겨 볼 점은 투자자 유형별 분포다. 이번 글로벌채권의 기관별 비중은 5년물의 경우 자산운용사 60%, 상업은행 15%, 보험사·연기금 13%, 국부펀드·중앙은행 12%, 12년물은 생보사 47%, 자산운용사 32%, 국부펀드·중앙은행 15%, 상업은행 등 6%를 차지했다.

단순히 보면 장기물을 선호하는 한국 보험사들이 12년물을 중심으로 주문을 내면서 흥행을 이끌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물량 배정(Allocation) 기준으로 글로벌 국부펀드와 중앙은행들의 참여가 활발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12년물의 경우 아시아 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는데 이중엔 한국 보험사를 제외한 아시아계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만큼 해외 우량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는 얘기다.

◇흥행 비결은 우수한 크레딧·만기 차별화

수출입은행이 발행한 글로벌본드 금리는 불과 2주 전 중국수출입은행(The Export-Import Bank of China)이 찍은 달러화채권보다도 월등히 낮다. 중국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4일 5년물 '5T+90bp', 10년물 '10T+120bp' 금리로 채권을 발행했다.

5년물끼리만 비교해도 17.5bp가 차이난다. 또 장기물의 경우 수출입은행의 글로벌본드(12년물)가 중국수출입은행의 달러화채권(10년물)보다 만기가 길었음에도 금리는 오히려 더 낮았다. 조정 만기 기준으로 45bp가량의 차이다. 두 수출입은행의 신용등급은 같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일 등급 기업의 크레딧 스프레드가 이토록 크게 벌어지는 것을 투자자들이 항상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12년물'이라는 독특한 만기 구조를 설정했음에도 투자 수요를 극대화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가령 발행금리만 놓고 보면 10년물이 12년물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조달비용 측면에서 발행사에게 더 유리하게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은 발행사 입장에서 변동금리(3개월 리보 스프레드)로 스왑할 경우 12년물이 조달금리를 더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데 착안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보기에 흔치 않은 만기로 내놓은 채권인 만큼 아무나 태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우량 등급이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그만큼 한국수출입은행, 나아가 한국의 장기 신용도에 대해 투자자 신뢰가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사실 12년물 발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가스공사도 지난 6월 12년 만기로 글로벌본드를 찍었다. 하지만 당시 반기 말까지 채권을 담아야 하는 한국 보험사들이 투자자풀(pool)의 대부분을 이뤘다는 데서 이번 성과와는 다르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권 발행이 상대적으로 한산한 8월에 딜을 진행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흥행몰이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입은행으로서는 안 그래도 발행이 잦은 9월에 12년물이 포함된 채권을 내놓는 게 이래저래 부담이었을 수 있다.

거래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이면서 상대적으로 발행이 뜸한 8월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딜이었다고 본다"며 "이번에 새로 시장에 내놓은 거래 구조와 조달 전략, 타이밍 등은 향후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발행사들도 벤치마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거래는 HSBC와 BNP파리바, BofA 메릴린치,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스탠다드차타드, ANZ가 주관했다. 대우증권은 조인트 리드 매니저로 참여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주 이들 증권사에게 맨데이트를 부여하고 딜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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