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유니온스틸 '합병' 효과는? [Company Watch]채권단 압박에 돌발 카드...부채비율 감소 불구 수익성 부진 여전
김장환 기자공개 2014-08-13 08:09:22
이 기사는 2014년 08월 12일 11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국제강이 자회사인 유니온스틸과 합병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미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거론돼왔던 사안이지만 이번에는 자문사를 선정해 타당성 검토를 벌이는 등 상당히 적극적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금융당국과 맺은 재무개선 약정이 본격적인 합병 검토의 시발점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12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최근 삼일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해 컬러강판 자회사 유니온스틸 합병 검토에 들어갔다. 자문사 직원들이 상주하며 합병 시 누릴 수 있는 사업 시너지를 비롯해 비용절감, 재무구조 영향 등 다방면의 효과를 동국제강 및 유니온스틸 재무팀과 논의 중이다. 늦어도 오는 9월 말까지는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동국제강의 유니온스틸 합병은 사실 80년대 후반부터 거론돼왔던 사안이다. 1985년 국제그룹이 해체되면서 자회사였던 유니온스틸 경영권은 동국제강으로 넘어갔다. 시장에서는 동종업종인 회사를 가져온 만큼 동국제강이 굳이 별도의 회사로 유니온스틸을 거느릴 이유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동국제강은 이후 장기간 유니온스틸을 합병하지 못했다. 합병 의지는 있었지만, 2대주주로 남아있던 국제그룹 창업자 고(故) 권철현 회장의 반대가 걸림돌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2003년 권 회장이 작고하기 전까지 동국제강은 유니온스틸의 증자, 합병 등 어떤 방안도 쉽사리 추진하지 못했다.
이후 동국제강이 재차 합병 카드를 꺼내든 것은 지난 2004년이다. 2003년 권 회장이 작고한 이후 아들 권호성 사장으로 넘겨진 지분을 모두 가져온 직후다. 당시 동국제강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회사 전략 수립'이란 모토로 유니온스틸 합병을 고민했다. 이때도 외부 컨설팅에 나서는 등 합병에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합병을 단행하지 않은 것은 유니온스틸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과 동국제강 생산제품 영역이 크게 달랐다는 점이 컸다. 2004년 동국제강은 후판(47.8%), 봉강(31.2%), 형강(20.45%)에 주력하고 있었다. 유니온스틸의 제품 라인업은 컬러강판(35.8%), 아연도강판(35.6%), 갈바륨강판(19%)으로 구성돼 있었다. 시간을 거쳐오면서 제품 포트폴리오가 전혀 달라졌던 셈이다.
현재까지도 양사에서 제품 차별화는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유니온스틸은 컬러·아연도강판에 집중하며 국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국제강은 후판보다 건축·구조용 봉형강에 집중하고 있다. 생산제품 비중은 예전과 다소 달라졌지만 여전히 양사가 다른 제품 영역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재차 합병 카드를 꺼내든 것은 최근 금융당국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국제강은 산업은행의 주채무계열로 올해 초 재무구조평가를 거쳐 지난 5월 말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다. 이후 최근까지 고강도 자구계획안을 채권단과 논의해오던 상태였다.
|
동국제강이 채권단 약정 체결대상에 포함된 이유는 물론 급격히 악화된 재무건전성에 있다. 2009년만 해도 129.4%대였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189.3%까지 급격히 올랐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이 2조1282억 원에서 3조1624억 원까지 급증한 것이 결정적 배경이 됐다. 올해 3월 말에는 부채비율 191.1%, 총차입금은 3조2724억 원으로 재무건전성이 더욱 악화됐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7월 1500억 원대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미흡했다. 유증 후 예상되는 부채비율은 180%대로 여전히 높은 수준. 애초 2500억 원을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주가 하락에 발목을 잡혔다. 채권단은 페럼타워 매각까지 요구할 정도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동국제강은 채권단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재무개선 방안을 바로 유니온스틸과 합병으로 봤다. 단순 부채비율만 보더라도 유니온스틸을 흡수합병하게 되면 147.7%까지 감소하는 결과를 낳는다. 채권단이 통상 200%대 이하의 부채비율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상당히 안정적 수준이다.
그러나 합병이 실현되더라도 과도한 차입금과 수익성 부진은 넘기 어려운 벽이다. 지난 1분기 기준 합병 후 예상되는 동국제강의 총차입금은 4조262억 원으로 기존 3조2724억 원에서 급격히 뛰게 된다. 차입금의존도는 45.5%로 합병 전보다 0.8%포인트 줄어든 수준에 불과하다. 손익을 보면 1분기 기준 1조2861억 원까지 매출 신장이 가능하지만 61억 원의 영업손실과 452억 원의 순손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업황이 급격히 개선되지 않는 한 동국제강의 합병 효과는 극대화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전방산업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국내는 현대제철로 인해 공급과잉이 초래됐고, 해외에서는 중국 등 업체 탓에 동국제강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라며 "당장 합병에 들어가더라도 단기적 재무개선 효과 외에 장기적 측면에서 긍정적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