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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의 꿈, 한국판 '실리콘밸리'였다 [한전 부지 인수전]삼성동에 R&D · ICT허브 조성 구상..IT 대표주자 명분 부각

박창현 기자공개 2014-09-22 09:25:00

이 기사는 2014년 09월 19일 13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한전 부지 위에 세우고 싶었던 것은 한국판 실리콘밸리의 초석이었다. 국내 IT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를 앞세워 연구개발(R&D)과 ICT 산업 인프라를 아우르는 복합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복안이다. 비록 한전 부지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이재용 부회장 승계와 맞물려 IT산업 육성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전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한전 부지를 첨단 ICT 산업 인프라와 R&D센터, 상업시설, 문화 공간이 결합된 'ICT 허브'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 ICT허브를 중심으로 IT 벤처기업들을 지원하고 한 데 아우르면서 그 일대를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조성하겠다는 큰 그림도 구상했다.

한전 부지 인수전에 삼성전자가 단독 입찰한 것 역시 이 같은 사업 계획과 무관하지 않다. 입찰 전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주력 계열사를 끌어들여 한전부지 개발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생명은 이미 3년 전에 한전 본사 근처의 한국감정원 부지를 매입해 둔 상태였다. 삼성물산은 지난 2009년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 부지 일대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한전부지 입찰에는 삼성전자만 단독으로 응찰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다른 계열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수익성 사업에 대한 부담을 짊어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ICT허브와 한국판 실리콘밸리 조성이라는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 단독 입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또 서울 중심부에 핵심 R&D센터를 구축해 국내외 우수 인재들을 유입하겠다는 계산도 깔렸다. 삼성 조차도 사업장과 R&D 센터가 지방에 위치해 있으면서 우수 인력 유치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그룹은 IT 산업의 인큐베이터가 될 한국판 실리콘밸리 조성 계획안을 마련하면서 현대차에 비해 인수 명분이 떨어진다는 시장의 우려를 정면 돌파하는 전략을 수립했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한전 부진 인수전은 이건희 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의사 결정을 내리는 첫 번째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따라서 어떤 명분을 내걸고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느냐가 이 부회장에게는 주요한 의사결정 판단 기준이 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삼성 내부에서도 일부 알려진 ICT허브 개발 계획에 대해 '장기간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는 평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했지만 내부적으로 빈틈 없는 준비를 해왔던 터라 삼성그룹은 인수전 패배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내뱉고 있다. 다만 이재용 체제 구축과 함께 승계 당위성과 명분 쌓기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IT 육성 사업에 대해 지속적인 투자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국내 대표 IT기업이라는 점에서 한전부지를 활용해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충분한 한전 부지 인수 명분이 됐을 것"이라며 "한전 부지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내부적으로 검토된 사업 계획인 만큼 의사결정권자의 의지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실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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